+ 빈배 / 전수남
모두가 떠나간 초겨울의 강가
서걱대는 갈대의 울음소리
공허한 울림으로 허공을 맴도는데
강을 바라보는 호젓한 카페에서
은발의 노객 자리를 뜨고
식어버린 찻잔만 남겨지듯
덩그러니 홀로 남은 빈 배
길을 나선 걸음들 총총 사라지고
고개 숙인 아버지의 뒷모습처럼
물길을 잃어버린
빈 배에 남아있는 잔 숨결
푸른 강물에 윤슬로 빛나던
활기 넘치던 기운은 어디로 갔을까
분주하던 한철의 기억 대신
스산한 그림자만 바람에 출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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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벌 2 / 성백군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떨어지더니
어느새 초겨울
나뭇가지가 홀가분합니다
땅 위에 뒹구는 낙엽들
단풍도 있고 갈잎도 있지만
밟히면 모두
아프다고 바스락거립니다
마른 잎사귀 하나
아직 가지 끝에 매달려 있습니다
노욕일까요? 미련일까요.
까맣게 죽었는데도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하늘을 어지럽힙니다
때 되면 놓아야 하는데
부든, 명예든,
그게 생명이라도
놓질 못하면 천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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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겨울 / 오장환
감나무 상가지
하나 남은 연시를
가마귀가
찍어 가더니
오늘은 된서리가 나렸네
후라딱딱 훠이
무서리가 나렸네
입원실에서
저마다 기쁜 마음, 싱싱한 얼굴로
오래나 있었던 병실에서
나가는 사람들.
그러는 동안에
해방을 기약하는 그날이 왔고,
그 뒤에도 잇대어 여러 가지 병든 사람이나
흥분된 감격에 다쳐 온 젊은이
새로이 새로이 왔다는
모두 다 씩씩한 얼굴로 나간다.
아 억압이 풀려진 세상은 어떠하련가,
나 역시 나가게 되리라 믿고
또 나가고 싶은 마음에
―그러면 하루 바삐 쾌차하시오. 우리도 손목 잡고 일합시다.
하고,
먼저 나가는 이들 당부를 뼈에 새긴다.
누워서도 피끓는 가슴
아, 눕지 않으면 사뭇 불타오르리니
젊음이여!
여기서만 성장이 앞서는 자랑스런 시기여,
다만 흰 벽과, 거기에 걸린 간소한 그림과
머리속에 아직도 응석하는 쓸쓸함이
온 하루 나의 벗이라 하나
병든 몸이여!
병든 마음이여!
이런 것이 무어냐
어둔 밤의 횃불과 같이, 나의 싸우려는
싸워서 이기려는 마음만이
지금도 나의 삶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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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권형원
찬바람에 낙엽이 되어
고개를 떨구고 뒹구는 시선들
단풍나무는
단풍나무가 아니다
두 눈 속에 파란 하늘은
무질서한 시장 천막이 되고
미사리의 가을은
홍천 가까이에 가 있다
끓는 주전자 옆
마른 옷가지를 개며
나는 다가올 향기 나는
입술을 익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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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김광규
혼자 앓는 데 곧 익숙해지겠지
그리고 아무도 익숙해질 수 없는
앞날을 기다리겠지
그 긴 순간을 기다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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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김선희
흙이 눈부셔서
나뭇잎에 묻혔네
하늘 아래 어두운 눈물이
소리 없이 쌓이듯
나뭇잎에 묻혔네
한해 살이 이파리에
눈부심을 심으며
조용하게 내려 앉은
흙 위에서 소망을 담는 마음으로
나뭇잎이 묻혔네
고요한 개울 늪으로 빠져들기 위해
나뭇잎이 묻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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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김용택
나는 초겨울이
젤로 좋다.
강물을 만나러
혼자 들 끝까지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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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손병흥
찬바람이 고뿔처럼 찾아드는 골목길 위로
겨울 까마귀조차 실눈 뜬 채 날개 짓 하는
긴 여정 시작되는 처음시기인 짧아진 햇살
노을 진 산야를 뒤덮는 자욱해진 추위에
헐벗은 나목들 노래 소리 들리는 빈 벌판
온종일 산등성일 헤매는 하늘가 해질 무렵
더욱 따사롭게 다가서는 가슴 떨림의 세월
한없이 휘몰리는 허전해진 풍경 뒤 서버린 영혼
떠오르는 그대 비탈길 달려드는 망극할 운명처럼
멀리 나뒹구는 눈물마저 흩날려버린 하얀 모래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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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심호택
끌려간 소년병에게
좌우익이 무슨 소용이냐
죽어도 어머니를 보고 죽는다고
먼 산속에서 내려온 형
가을걷이 끝난 들판 걷다가
들밥 광주리 만나 달려들었으나
밥이 없었다
운좋은 친구가 깻잎 몇 장 삼키고
조선간장 한 종지 형이 들이켰다고
겨울이 다가왔다
삭정이가 다 된 젊음이 마지막
거친 숨 몰아쉬고 있었다
너는 나가 있거라……
알았어……
싸락눈 맞으며 팽이를 돌리는데
불길처럼 곡성이 번졌다
38선이야 까딱도 없는 것을
박복한 아낙네끼리 남은 마을에
해가 빨리 넘어가는
하루
또 하루
돌림병처럼 굶주림이 창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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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양봉선
안간힘 쓰던
한줄기 바람
밀물처럼
끊임없이 다가오는
살강살강 했던
지난날 못 잊어
휑한 들녘 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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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전진호
철새 날아가 버린 하늘에
벌판 베개 삼아 누워있는 시신
육신은 썩어 희망을 앓고
마음은 병들어 신음을 토해낸다
성한 몸으론 추위를 견딜 수 없어
머리 마저 비우고 입을 막아가며
살아야 하는 이 한 세상
오늘이라도 눈이 내리면
따스한 옛날 만을 그리워할 순 없어
뼈 썩은 몸을 세워
긴 항쟁의 길을 떠나야한다
떠날 채비 위해 누워있는 시신
차가운 공간 속에서 흙을 벗 삼는 것은
보다 더 큰 뜻을 위해
뼈를 추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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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 허기숙
가을이 떠나니
더 차가운 바람이
가슴에 안기네요
희미한 오훗 길
낙엽 떨어진 거리는
너무 쓸쓸할 뿐이고
흔들리는 거리는
그리움만 가득안겨
허전한 마음이지만
하얀꽃이 피는 가슴에
따뜻한 온기를 넣어
포근한 마음을 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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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비 / 김정희
간밤에 내린 비로 나뭇가지 끝에 물방울이 영롱하더이다.
춥고 긴 겨울을 견디려 금빛 찬란한 잎사귀를
스스로 떨구어낸 아픔을 견디며
맨몸으로 바람을 마주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은행나무 가로수.
그 잎사귀 금빛으로 곱게 물들고도
무참히 떨어지던 풍경에 마음 서럽던 날
아린 가슴 쓸어내리던 사연도 이제는 곱게 접어 두고 말았습니다.
메마른 가지로 나란히 서 있는 모습에서 또 다른 질서를 봅니다.
돌아오는 봄 가장 늦게 겨울잠에서 깨어나겠지만
그건 스스로 세상 사는 이치를 터득했기 때문이겠지요?
세상을 향해 주저함 없이
강하게 살아 내야 한다고 말하는 듯 나를 깨우치고 있습니다.
내가 아플 때
누군가 손 내밀어 주길 바라는 연약함은 어리석음이라고 .
혹독한 삶의 긴 겨울을 견뎌야 하는 거라면
차라리 당당히 맞서 보라고 나를 깨우치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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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비 / 나형식
가을이 가면서 못내
아쉬운 둣 많은
눈물을 흘립니다
가을에 딸린 나뭇잎
사이로 내리는 비는
야속하게도 겨울비
되어 내립니다
내 님도 이 비 따라
갈려고 정리하며
눈감고 바르르 떨고
있습니다
초 겨울비는 그렇게
가면서 또 하나의
재회를 꿈꾸며
멀어져 가는 늦가을
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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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비 / 박동수
계절이 떠나가는 것처럼
머물지 못한 사랑
슬픔 잊으려
초겨울비가 회색 빛으로 내리고
그리운 마음의 열기
하늘 허물며,
찬비로 내리네
바람처럼 강물처럼
떠나간 것들이
초겨울 비바람에 날리며
추적 이는 이 밤
버릴 수 없는 추억이
풍지 바람으로
가슴속을 얼리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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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비 / 오옥섭
초겨울 비가 내린다
바람에 채인 낙엽위로
담장에 산수유 빠알간 열매 위로
겨울비 무서리 두렵지 않은 듯
잎 떨군 산수유 나뭇가지 힘껏 붙들고
겨울 하늘 독차지했다
저문 가지 끝 붉은 열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김종길 시인님 성탄제> 중
12월이면 자주 읊조려보는 시
뜨거운 아버지 사랑
느끼게 하는 명작
가족의 아픔 다 묻을
무덤이 되기도 하는 아버지
아득히 높은 곳에 계시는
나의 큰 별님 그리워지고
초겨울 비, 진눈개비 되어 창문 때리는데
산수유 처마 끝 풍경처럼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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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비 / 최옥순
초겨울 비가 하루 종일
쉴새 없이 내리니
가로수에 마지막
나뭇잎 까지도
비 바람에 다 떨어지고
앙상한 나무가지만 남아있네,
겨울의 문턱에서
이렇게 산간지방의 첫눈이
많이 내려 폭설로 변하니
일기 예보를 시간 마다
전해주고 있다
올 겨울에는
얼마나 많은 눈이내려서
많은 사람들의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에 걱정이 앞선다.
마음의 걱정을 아무리 해도
하늘이 하는 일
누가 말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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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숲 / 장철문
저 남루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비워진 숲의
한그루 참나무로 서서
여분의 피와 살 말리고 싶다
떨군 잎사귀야 서걱이며
흩어지든 말든
껍질 속에 잔류한 그리움 함께
삭풍에 떨고 싶다
겨울까지 푸르른 소나무
積雪(적설)에 넘어질 때
물관도 체관도 다 겨울잠 재우고
웃자라 병든 가지일랑
뿌리 곁에 떨구고
形骸(형해)만 남고 싶다
저대로 초겨울의 남루 드러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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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단상 / 오보영
종종걸음 치는
발걸음에서
가속도 내어 달려오는
겨울을 본다
발그레 해진 볼
뿜어 나오는 입김에서
멈추어 서있는
하얀
겨울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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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단상 / 유창섭
하얀 종이에 담겨있는 하얀 생각
끄적끄적 詩 한 줄
배고픔으로 적고 나서도
따라 나서는 허전함
보름달이 창문에
흔들리는 수묵화 한 점 그려넣는 밤
모든 숲은 낮게 엎드리고
빈 터에
바람이 집을 짓는 소리
무슨 시름 저리 많은 낙엽 되어
하릴없는 마음 쓸어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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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단상 / 임재화
온종일 불어 젖히는
칼바람 앞에서
허리 한 번 펴지 못한
벌거벗은 나뭇가지에
하얀 눈꽃이 매달려 있다.
싸늘한 바람은
거친 숨소리 내고
잿빛 구름도
겨울 재촉하는 몸짓
쉬지 않는데
먼 산 능선 위로
떠오른 둥근 달이
추위가 안쓰러운 듯
온 누리에
따스한 빛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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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단상 / 한영옥
동숭동 오래된 찻집, 창 곁에 바싹 붙어 앉아
커피 마시며 사람 기다리며 오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자니 차츰 따뜻해 진다
차갑다는 요새 사람들 움직일 때마다 모락모락
따뜻한 입김 피어 창턱까지 올라와 괴는 것이다
오래도록 식지 않는 커피잔을 꼭 싸안아 준다
알밤 웃음 툭 터트리며 기다리던 사람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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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물가 / 이명기
밀려와 출렁이는 건
다 흐르지 못한 마음들,
속의 물고기들, 눈감았다 뜨지 못하는 물고기들
온종일 서늘하게 일렁이는 산 그림자 속
상한 지느러미를 잎사귀처럼 흔들며
술렁술렁, 물밑 세상으로 돌아가는
물고기들의
수초 무성한 집
허리까지 잠긴 숲에서
비듬처럼 간혹 잎이 진다, 차츰 앙상해지는
가지 끝에서 새가 난다
무릎 시린 초겨울 물가에서
자꾸 물 건너가려는 마음 때문에
몸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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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밤에 / 신남준
붉어진 해를 삼키는 것은
바다가 아니다
우주를 야금야금 먹어대는
어둠 이었다
만물을 꿀꺽 삼킨 어둠 속
자동차 불빛이 달리는 길
알몸이 된 은행나무는
나뭇잎 몇 잎을 달고
부들부들 몸부림을 친다
찬 서리 토해내는 한 밤중
댓잎이 사각거리는 소리
살을 에는 칼바람이 일고
모두가 잠든 세상은
고독하고 쓸쓸하다
희뿌연 별빛이 가득
오스스 떨고 있는 밤
=================
+ 초겨울 비가 / 박홍진
가을도 아닌
그렇다고 겨울도 아닌
온통 잿빛 하늘
황망히 서성이는
시절의 혼외자처럼
황천을 떠도는
저들은 누구인가
숨 쉬고 싶어요
살고 싶어요
제발 살려 주세요
그 아무도 없나요?
강 건너 불빛 보듯
그렇게 보고만 있는 눈동자들
팔짱을 낀 채로
보낸 젊은이들
채 피지도 못하고
떠나야만 했던 158위의 꽃
잊으라 부르지 마라
추도는 말 없이 하는 것
그런 것이 참된 슬픔?
'웃기고 있네, 이 XX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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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사랑 / 오보영
너무 서두른다는 생각도 언뜻 했다만
불현듯 네가 떠올라
그저 보고싶다는 맘만으로 내달려 왔는데
조금은 당황하드라도 당연히
반겨 맞아주겠지 하는 맘 뿐었는데
많이 서먹해 하고
외면조차 하니
오래 그리워하던 네가 아닌 것 같아
괜히 서글퍼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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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사랑 / 정병근
다산 초당에
정석〔丁石〕바위
온몸으로 껴안고
선생님의 고결〔高潔〕한 숨결을 느끼며
초겨울 찬 바람이 해넘이 산을타고
이름 모를 야생초〔野生草〕
카모일 향 을 싣고
싱 숭 생 숭 넘어간다
동백꽃 숲길
잎파리 추위에 움추릴 때 쯤
다산 선조님과 혜장 스님이 걸었던
그 길이
도란 도란 걷고 있는 앞서가는 연인에
사랑의 온기를
저멀리 데려 갈것만 같은
앙 증 스 런
초겨울
사랑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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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아침 / 오탁번
첫눈이 내린 초겨울 아침
지난 봄에 시집간 제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 저 아기 가졌어요
눈을 뒤집어쓴 나뭇가지들이
아기예수의
하얀 베내옷 입고
옹알옹알 옹알이한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꼬마전등알처럼
나뭇가지마다
눈송이들이 반짝인다
-- 저 아기 가졌어요
첫눈이 내린 초겨울 아침
지난 봄에 시집간 제자한테서
전화가 왔다
=================
+ 초겨울 안부 / 김종숙
빨갛게 언 참새 발자국이
톡톡톡
별처럼 천장 위를 수놓았다
서릿발 내린 정류장 밖
긴 의자 끝에 앉아있는 나는
승객도 없는 버스가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서너 차례
빈차로 왔다 가는 꿈을 꾸었다
실시간 역주행 하는 미친 그리움...
봄날의 기억이 다녀갔다
채반만 한 해가 한 뼘이나 작아졌고
낮도 짧아졌다
밤새 문틈으로
바람이 숨어 들어와
윗목에 놓아두었던
주전자 물이 꽁꽁 얼었고
다림질한 다리미로 배 위에 온기를
갖다 데고 있었다는 한겨울 언니 이야기
겹겹이 산그늘 아래 긴 그림자 따라서
꽁꽁 언 땅을 밟고 학교 오고 가는 길
너무 추웠던 겨울이 싫다 시던
그 기억이 다시 따라올까 봐,
가을이 서둘러 갈까 봐 ...
그럼 금세 겨울이잖아
어쩌지
오늘 아침 겨울을 보았어
어젯밤 비로 붉은 잎이 떨어졌어
뚝뚝
배롱나무 끝에 출렁이던 그 나뭇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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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의 산 / 이용식
억새꽃 흔들리며 여위어 간 저문 산
산새들 깃 떨구고 적막의 말을 줍는
빠지지 잿빛 하늘엔 삭풍 한 폭 죄어 온다.
능선의 갈까마귀 검은 울음 떠오르고
마른 풀잎 서걱서걱 삶의 무늬 엮고 있다
후미진 억새풀 틈새로 철새들의 울음소리 .... .
초록 옷 지워져도 못 벗는 버티기 시간
하늘을 떠받드는 세상 섭리 안고 있다
그늘엔 낙엽을 밟고 날아가는 청설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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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인가 / 이정순
하늘이
구름으로 덮여
비가 오려는 듯하고
바람만이
쓸쓸히 낙엽을
거리로 휩쓸고 지나간다
곱게 핀 들국화
오돌 오돌 떨면서
고개를 푹 숙여 안타깝고
길가를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무늬를 놓아가는 거리
이리도
곱고 아름다운데 비가
오면 어쩌나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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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잡목 / 박희진
여름엔 도무지 속을 안 보이던
초록의 불투명체, 거대한 숲이
순순히 옷 벗더니, 살도 벗고
썰렁한 공간에 뼈까지 드러냈네.
나무들의 이렇듯 굵거나 가는
무수한 뼈마디가 기기묘묘하게
섬세한 모양을 이루고 있을 줄야.
그 뼈마디에 이름도 모를 새가 앉는구나.
나는 이젠 완연한 잿빛의 나이건만
아직도 주책없이 눈먼 수렁 속에
흐느적거리면서 살고 싶다니.
오늘은 초겨울 숲속에 단좌하여
나도 뼈 있는 사람임을 보여야지.
청춘의 상실을 슬퍼하지 말 일이다.
=================
+ 초겨울 정취 / 박희홍
봄여름 내내 그토록
왕성하게 푸르던 잎
혼인날 신부처럼 곱게
오색 무지갯빛으로 단장하고서
하객을 반갑게 맞이하더니
기운이 점차 쇠해가니
추레해진 몸뚱이를 씻고
갓 나온 여인처럼
하얀 속살 드러낸 나무들
지치고 노곤하여
이제 긴 잠을 자려
슬그머니 눕더니
말없이 잠들었다고 서운해 말고
따뜻한 기운 밀려오면
다시 함께 한세상 살아보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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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풍경 / 석운영
이른 아침 Apt 창밖
나뭇가지 끝 매단
빛바랜
단풍 몇 잎이 떨며
초겨울로 지켜 서 있다
유유히 흐르는
거무스레한 낙동강 물빛이
초겨울 찬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다
한껏 치켜본
시퍼런 하늘이
이젠 초겨울이야 친구
라며 웃어댄다
가을이 버리고 간
도로에 샛노란 은행잎이
시인의 마음을 이리 저리로
몰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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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하늘 / 양채영
봄부터 이른 초겨울까지
교미를 끝낸 푸나무들과 벌레들은
너무 조용하다
모두 빈 하늘을 우러러보는지
하늘은 더욱 푸르고 깊다.
이 세상 비바람에 나부끼던
풀잎 하나 떠나가는 소리도
훤히 들여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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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햇빛 / 박희진
마지막 간댕이던 포플라 잎도
이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군요.
이 몸도 차라리 알몸이 되어
저 냉엄한 순수공간 속에 서보면 어떨까.
부신 햇빛의 유리창에다
열기 어린 이마를 조아리며,
하지만 저는 떨고 있는걸요.
지금 제게 제일로 좋은 것은
이 초겨울 따스한 햇빛!
시들은 살, 메마른 핏속으로 스미어 들어와서
다시금 이 몸을 살고 싶게 하는,
이렇게 중얼중얼 소리를 내게 하는,
오오 햇빛이여, 따스한 햇빛이여,
그대야말로 나의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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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의 초겨울 / 김순천
엊저녁
대지를 하얗게 덮으며 내린 눈이
아침에 흔적도 없다
밤새 이불도 없이
한뎃잠으로 지샌 시간이라
세상을 꽁꽁 얼렸으려니 했으나
전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지금쯤
먼 데 산기슭
굴피 집 아랫목엔 관솔불이 타고
시린 무릎 맞댄 노부부의 깊은 겨울 얘기가
해묵은 전설처럼 시작 됐으련만
고단한 목숨줄 일으켜 세우며
불씨 하나씩 품고 사는 도심은
아직도 신열에 펄펄 끓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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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백꽃 필 무렵 / 손병흥
가을꽃들이 다지고 난 초겨울날
찬바람이 불어오는 추위 견디고서
사랑의 아픔 고뇌처럼 붉게 물들어
못내 꿋꿋이 힘들게 이겨내고서 핀꽃
저토록 강인한 빛깔로 꽃 피워내는
어김없이 피고 지는 고결한 꽃송이들
어쩜 진언같은 짙고푸른 잎사귀 단 채
능히 눈 속에서도 어여쁜 꽃향기 없이도
의지에 불타오른 눈빛으로 외롭게 피어난
드높은 기개 몸짓 자태로 햇살 듬뿍 받는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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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의 초겨울 / 김용근
멀리서 손짓으로 유혹하던 파란하늘
훌쩍 야윈 그리움 안고
답하지 않음을 핑계로 퇴색되고
출렁이는 단풍물결을 후광 삼아
호객행위 일삼던 산사입구
흥겨운 장사치 손놀림 멈춘 지 오래다.
뜸한 발길 하나 둘 세며
웅크린 노점상의
허우적거리는 동면의 늪엔
낮은 포복으로
사각거리는 낙엽들의 아우성만 가득
그 위
높이 비행하는 이름 모를 새
절개지에 홀로 서 사색을 즐기는 소나무와
견주는 잔잔한 고독의 여진에 취해
예견되는 사는 날까지의
그렇게 힘겨운 삶에 지친 육신
문득 예 뉘어 볼까 하니
칼날 같은 매서운 바람 꾸짖어 오고
땡그랑 땡그랑 산사의 그윽한 풍경(風)소리에
속절없는 애환만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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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길에서 / 김덕성
가을이 남기고 간 흔적을 밟으면서
겨울 길을 거닐다
그리움마저 앗아간 겨울 길엔
안상한 나목들
사람들의 무표정에서
적막감이 감돌고
왠지 음산한 듯싶은 거리
절로 그리움마저 지워 없어진 듯
아무런 상념도 없는
아쉬운 계절
언젠가 임과 함께
손잡고 거닐던 다정한 거리인데
사랑마저 떠난
이 빈 길을 무엇으로 가득 채울까
또 내 빈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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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문턱에 / 이범동
저무는 가을
초겨울 문턱에 서서
계절이 남기고 간
세월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 본다
가을은 산야 곳곳에
오색 빛깔로 곱게 타올라
풍성하게 인생을 꽃 피우는 바뿐 계절
저토록 드높던 청명한 하늘도
싸늘한 찬바람에 저 만치 멀어져 가고,
그렇게
잿빛 하늘높이 처량하게
나뒹굴던 낙엽도 한잎 두잎
심연 속에 허전히 흩어져 슬피 운다
허허롭게 쓸쓸이
강풍에 툭툭 떨어진 낙엽
풍상에 시달리며 선 나무도 각각
운명의 뿌리를 찾아 숙면하는 길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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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산책길 / 배태성
종로 한옥 마을 길
돌담 하나하나
눈에 담아 넣고
길건너 인사동길
녹 찻집 들러서
아담한 백자 찻잔에
손 녹임 따뜻하게
연초록빛 녹차 한잔
은은한 향 어울리는
목 넘김 부드러운 느낌이다,
손에 쥔 노릇노릇한
군밤 한 톨씩 입에 넣고
오물오물 깨무는 맛이
초겨울 곁 바람에
지나는 여인의 향기만큼
기분 좋은 오후 산책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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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의 길목 / 손병흥
서로 따뜻한 손길과 눈빛만으로
같은 생각 같은 공간 속에 머물며
소소한 일상 끝없이 펼쳐지던 나날들
함께했던 삶의 영위가 너무나도 그리운
정말 소중하고 고귀하며 아름다운 마음의
가슴 벅찬 인생 스토리를 남기고픈 이 계절
아픔마저도 승화시켜 사랑으로 간직하고픈
문득 떠올려보는 이야기들로 점철된 세월들이
밤새 회상의 늪 빠져버렸던 겨울철 찬바람처럼
한마디 말도 못하는 추억들을 소환하고 불러모아
너무나 가슴아린 서글픈 시절 인연 다시금 떠올려본
오래도록 깊숙이 숨겨둔 채 반추해본 그리운 그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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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의 낭만 / 홍다선
겨울이 호되게 신고하던 날
"오월"이란 카페 안은 봄이다
온종일 진료에 지친 의사들이
잠시나마 문학소년 소녀가 되어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초대한 자리
서정주 시인 김현승 시인
윤동주 시인 황동규 시인
류근 시인을 모시고 가서
바순이란 악기 연주로
카페 안을 뜨겁게 달구었다
가슴 속에 추억이
모락모락 피어오른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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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의 문턱에서 / 오정방
이 겨울엔
설령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될지라도
능히 극복하고 헤쳐나갈 수 있기를!
이 겨울엔
설령 곤고한 처지에 이르게 될지라도
오래 인내하고 잘 견뎌낼 수 있기를!
이 겨울엔
설령 억울한 입장을 만나게 될지라도
용서로 보듬고 중보기도할 수 있기를!
이 겨울엔
설령 육신은 많이 갈하고 추울지라도
영혼만은 흡족하고 따뜻할 수 있기를!
이 겨울엔
설령 원치 않은 이별을 당케 될지라도
조금도 후회 없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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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 위의 그리움 / 정연희
쌀쌀한 바람이 분다
초겨울의 문턱에서
가을은 깊었다
너의 그리움이 고운 낙엽 위에
살포시 앉는다
아릿한 설렘은 달콤한 눈빛으로 흐른다
감성적 떨림 이슬처럼 젖어들어
낙엽 위의 그리움
황홀한 전율을 타고 교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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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의 초겨울 / 서정원
가세 기울었나
울긋불긋 화려한 옷
온데간데없고
알몸으로 떨고 있다
검소한 소나무
비바람
눈서리 내려도
푸른 옷 단벌신사
득도한
울퉁불퉁 저 바위들
발가벗고 있어도
마냥 눈부시다
떨고 있는 나무들
부도가 났다 하지만
나뭇잎 하나
숨겨 놓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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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초겨울 오후 / 오정방
잿빛 하늘이 팔을 뻗어 손에 잡힐만큼
가까이 내려와 있다
옷을 벗던 나무들
상체를 하늘 속으로 반쯤 집어넣고
나뭇잎 몇개로 하체를 추스르고 있다
골 난 아이처럼 몹시 찌푸린 하늘
장난으로라도 툭 건드리면
곧바로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다
바람조차 숨어버렸다
그래서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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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강가에서 / 유영서
하늘에
쇠기러기 난다
메마른 억새
서걱거리는 강 언덕
누적된 그리움
타는 노을로
서쪽 하늘 붉게 물들이고
납작 엎드려 있는
들녘이
함께 걸어야 할
겨울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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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에 온 편지 / 김용관
하늘이 써 준 편지를 들고
가슴에 춤사위로 앉아
잠시 사연도 말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은 낮선 사네의 가슴인가보다
복상사(腹上死)를 당한
여인네의 기막힌 가슴일까
펑펑 우는 것을 보면
속마음이 그리도 아픔이 있었더냐.
바람 등에 업혀 가는 구름과
구름 등에 업혀 가는 향기처럼
못다 한 눈꽃의 설음이 타고 있는지
겨울 까마귀는 뿌연 하늘에서 울고
내게 온 초겨울 편지는
거짓말을 못하고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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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의 아이들 / 송미령
대청마루에
햇살 퍼지고
키 큰 호두나무 아래
맨발의 아이들
쪼르르 나무 위로 한 마리 날다람쥐
번지르르한 소맷자락
발갛게 달아오른 콧등에
송골송골 땀방울
술래잡기 뜀박질로
겨울바람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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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사랑이야기 / 김덕성
초겨울 아침
커피 한 잔을 마주 놓고
떠나는 마지막 잎새를 보며
너와 나는 무슨 말이
필요하지 않았지
그 잎새가 다가와
나누는 간지러운 속삭임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잎새
다가와 말을 하였지
서로 사랑하느냐고
사랑하면 나처럼 떠나지 말로
오래오래 사랑하라고
이 말을 들은 난
너에게 다가가 포옹
진하게 피어오르는 커피 향에
우리 사랑은
초겨울인데도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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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추억의 향기 / 고은영
이맘때였을 것이다
일출봉 능선에서 말똥을 줍거나 아니면
집과 가까운 오름에서 겨울의 땔감을 줍던 날들이
바람은 억새밭을 휘젓고 날마다 일출봉 바위를 조금씩 깎아 먹었다
파도 소리에 마을이 하루종일 덜컹대고 하잔 했던 거칠고 메말랐던 겨울
간간이 진눈깨비가 세찬 바람에 오름의 능선을 타고 오르는 동짓달
이리저리 휘돌아 내리던 추위 속에도
억새 향은 코끝을 문대고 어지럽게 흩어졌다 다시 모였다
바람의 중심에서 하루를 열고 하루를 마감하던 가난
바람의 중심에서 생을 깁던 나날들
징그러운 바람 매서운 바람
바람에 온몸을 맡기고 초겨울 숲의 중심으로 들어가면
허리춤에 망태를 두른 할머닌 말똥이나 소똥을 줍기도 했고
더러 삭정이도 꺾어 놓았다
할머니가 꺾은 삭정이를 한 곳으로 모아 놓는 귓가
잔솔 사이 바람이 온 숲을 잔인하게 매질하고
둔탁한 할머니 손끝에 묻어 있던 날것들의 비린내
숲은 후벼 패인 상처로 하루종일
처절한 비명 소리를 지르며 하얗게 하얗게 쓰러져 누웠다
씩씩하고 강인한 할머니 몸뻬 바지는 하드롱지처럼 질기고
그 겨울 오름 들의 거리는 하눌신폭 만큼이나 멀고도 험해 보였다
어느 생이 그토록 한이 많기에 바람은 표독하게 독이 올라 징징거렸던지
바람의 날개로부터 풍기던 겨울 숲의 향기 거친 바람 냄새 마른 말똥 냄새
진눈깨비 후두두 솔가지에서 쏟아져 내리면 싸한 송진 냄새
저 오름의 능선에서 억새들은 반항하는 몸짓의 뜨거운 설움에 억 억대고 울었다
서러움을 내색하지 않던 할머니는 의식의 지층을 구태여 들춰내지 않고도
생을 육질로 풀어내던 삶의 궁극적인 슬픈 암호 같았다
낡은 사진첩을 헤매도 흔적이 없는
혼돈이 질펀한 영혼의 표면에 황홀한 숨결처럼 젖어드는 향수(鄕愁)
오래전에 그녀가 있었으나 그녀는 이제 추상명사로 들어가 꽃잠에 빠졌다
유년에 징그럽게 읽어주던 오름의 이름도 다 기억하지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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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정원의 초겨울 / 유지우
햇살 그리던 풀꽃
애가 타서 말라버렸고,
무심한 태양은 등진 채 산을 넘었다
그 쓸쓸한 미생 옆자리
서슬 퍼런 서릿발을 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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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순천만의 서정 / 장근배
봄날의 푸른 것도 여름의 초록도 갈대인 것인데
가을 끝자락에 솜털 꽃 흔드는 것이 진정
갈대임을 알려면 초겨울 순천만 뻘밭에 서야 한다
가을이 갈 되고 가을 대가 갈대 되면
잎도 줄기도 절로 가을, 갈색이 되는 찬란한
조화의 정점 보려면 순천만 갈대밭에 가야 한다
한 치의 빈틈없이 빼곡히 박혀 있는 갈대들이
제 욕심 차리지 않고 물길 내주는 여유 배우려면
갈대들 발가락 보이는 곳까지 바짝 다가서야 한다
순천만의 갯벌에 맨발로 서 바람에 매달려
융숭한 세상 이루는 저들은 단순한 갈대 아닌
전라도 사투리 질펀한 모성애 지극한 여인들
여수, 완도, 고흥,... 남도 아낙들의 화신이
철새들을 낳고 짱뚱어 세발낙지를 먹여 기르는
뜨거운 생명 쉼 없이 팔딱거리는 터전이다
수평선 끌고 오는 저녁의 고동소리
아스라이 노을빛에 적셔 들리면 우우~
떼로 일어서 신랑을 맞는 순천만의 갈대들
온몸으로 사랑하는 일이란 모름지기
젖고 또 젖어야만 되는 실전임을 알려면 밤
갈대들 호흡 다급한 순천만 뻘밭에 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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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가을이 산란한 초겨울 / 정민기
산란이 가까워져 온 늦가을이
울긋불긋 얼굴 물들어 오르더니
금세 초겨울을 낳아놓았다
시시때때로 머리를 풀어 헤치고
건달처럼 불어오는 바람이 차
태어난 해에 돌아가신
아배 생각 못 하고 쩔쩔매고 있다
국화 꽃잎에 햇살을 대고 킁킁거리는
해가 소박하게 따사로운 오후
바람은 때론 살가운 부처님처럼
온화한 미소를 보이면서 자리를 비웠다
간헐적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바람의 욱하는 성질을 버릴 수 없을까
시간이 흘러 어느덧 서녘 하늘에는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같은 노을 한 장
말려 놓은 것처럼 얌전히 걸쳐졌다
잘못 없는 물방울도 얼려버리는
겨울의 횡포는 달의 빛이 차오르도록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눈물 젖은 낙엽이 바스락거리며
정처 없이 떠나가다 발길 닿는 곳에서
여정의 지친 몸을 달래주고 있다
차갑게 웅성거리면서 바람이 불어와
회를 뜨듯 한 점, 한 점 살을 저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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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겨울 긴긴 밤 잠 못 이루고 / 한상진
회색구름 가득한 스산한 하늘
내릴 듯 내릴 듯 첫 눈 아끼는 초겨울
살짜기 뿌려 준 차거운 겨울 비찾아 뵙지 못한
어머님 그리움 가득
어둠은 짙고 가로등 밝으니
깊은 잠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며
지난날 군불지펴 미지끈한 방
호롱불 밝히고 버선 볼 기우시던 어머님
면에 가신 아버지 기다리셨지
늦은 밤 밥상 위에 따끈한 국물
시원타 하시며 후룩 후룩 마시던 아버지
비좁은 방 이불 하나에 온 식구들
발만 묻고 지세웠던 겨울 밤
우린 펄펄 끓는 심야전기 보일러 방
새 이부자리 둘이서 감싸고 딩굴며
오랫적 춥고 배고팠던 시절 되사리는 밤
따뜻했던 어머님 품 속 그리워 진다
__________ * 57
빈배 / 전수남
천벌 2 / 성백군
첫겨울 / 오장환
초겨울 / 권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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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 김광규
초겨울 / 김선희
초겨울 / 김용택
초겨울 / 손병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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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 심호택
초겨울 / 양봉선
초겨울 / 전진호
초겨울 / 허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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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비 / 김정희
초겨울 비 / 나형식
초겨울 비 / 박동수
초겨울 비 / 오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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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비 / 최옥순
초겨울 숲 / 장철문
초겨울 단상 / 오보영
초겨울 단상 / 유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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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단상 / 임재화
초겨울 단상 / 한영옥
초겨울 물가 / 이명기
초겨울밤에 / 신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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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비가 / 박홍진
초겨울 사랑 / 오보영
초겨울 사랑 / 정병근
초겨울 아침 / 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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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안부 / 김종숙
초겨울의 산 / 이용식
초겨울인가 / 이정순
초겨울 잡목 / 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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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정취 / 박희홍
초겨울 풍경 / 석운영
초겨울 하늘 / 양채영
초겨울 햇빛 / 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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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초겨울 / 김순천
동백꽃 필 무렵 / 손병흥
산사의 초겨울 / 김용근
초겨울 길에서 / 김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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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문턱에 / 이범동
초겨울 산책길 / 배태성
초겨울의 길목 / 손병흥
초겨울의 낭만 / 홍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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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문턱에서 / 오정방
낙엽 위의 그리움 / 정연희
북한산의 초겨울 / 서정원
어느 초겨울 오후 / 오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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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강가에서 / 유영서
초겨울에 온 편지 / 김용관
초겨울의 아이들 / 송미령
초겨울 사랑이야기 / 김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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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추억의 향기 / 고은영
하늘정원의 초겨울 / 유지우
초겨울, 순천만의 서정 / 장근배
늦가을이 산란한 초겨울 / 정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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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 기긴 밤 잠 못 이루고 / 한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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