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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겨울

12월 시 모음 1

+ 12월 / 강성은 

씹던 바람을 벽에 붙여놓고

돌아서자 겨울이다

이른 눈이 내리자

취한 구름이 엉덩이를 내놓고 다녔다

잠들 때마다 아홉 가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날 버린 애인들을 하나씩 요리했다

그런 날이면 변기 위에서 오래 양치질을 했다

아침마다 가위로 잘라내도

상처 없이 머리카락은 바닥까지 자라나 있었다

휴일에는 검은 안경을 쓴 남자가 검은 우산을 쓰고 지나갔다

동네 영화관에서 잠들었다

지루한 눈물이 반성도 없이 자꾸만 태어났다

종종 지붕 위에서 길을 잃었다

텅 빈 테라스에서 달과 체스를 두었다

흑백이었다 무성영화였다

다시 눈이 내렸다

턴테이블 위에 걸어둔 무의식이 입 안에 독을 품고

벽장에서 뛰쳐나온 앨범이 칼을 들고

그래도 얼어붙었다

숨죽이고 있던 어둠이 미끄러져내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음악이

남극의 해처럼 게으르게 얼음을 녹이려 애썼다

달력을 떼어 죽은 숫자들을 말아 피웠다

뿌연 햇빛이 자욱하게 피어올랐지만

아무것도 녹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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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고경숙

저항하고 있다 
대기 깊숙이 포신을 꽂은 공장의 굴뚝 
끊임없이 쏘아 올리는 불발의 탄환들 
그리고 그을음 가득한 하늘, 
무장군은 약화되었다 
추위에 보급로 끊겨 서성대는 그 불빛 너머 
쓰레기 더미로 폐차 지붕 위로 
까맣게 고양이떼 올라앉은 도시 
혈맹으로 다져진 그들에게 밤을 내주고 
건물 뒤편으로 숨었던 사람들도 
이미 퇴각했다 
텅 비어서 꽉 찬 거리 
아무도 궁금하지 않은 곳, 
전단처럼 떨어진 마른 잎들이 
항복을 종용하는 거리를 
누군가 걸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덥석 
팔을 잡는다 
주머니에서 덩굴처럼 
얼굴을 타고 올라간 이어폰을 
쭈욱 빼고 벙어리 장갑을 벗듯 
귀때기 두 개 뜯어 넣는 사람 
거대한 공장의 벽에 포신을 좌우로 돌려 
차가운 언어를 뿜어대는 
정체된 이 도시의 근황을 
나는 밀고한다 
바이러스처럼 떠다니며 
적의 귀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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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김이듬

저녁이라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 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과 (決心)과 망신 (亡身) 은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벗었고 
새 떼가 죽을 힘껏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움푹 파인 눈의 애인아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 물을 마시겠니?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
숨넘어가겠니? 영혼아 ,
넌 내게 뭘 줄 수 있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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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김안로

여태 헛 걸음만 하다가 한 발이면 건너뛰는 도랑 앞에 서다. 

國川을 낀 도회지의 밤안개가 야광(夜光)을 삼키고 토(吐)해 내는 곳에 무리분간(分揀)이 쉽지 않은 인파들이 굉음(宏音)을 지르며 구석구석 건물을 헤친다. 비스듬히 누운 건물 안으로 속도를 내는 바퀴벌레처럼 들어가서 잔뜩 배를 채우고는 누에 애벌레처럼 기어 나오는 모두는 그래도 靑春. 바이칼을 휘감은 大陸바람이 쏜살같이 南으로 달려오는 줄도 모르고, 갈색계절이 바람門을 닫아걸고 떠날 때, 해는 이미 만동(晩冬)을 등에 업고 山을 오르고 있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서. 

송년의 열광(熱狂) 뒤에 처져있는 빛 줄기가 길을 잃을 쯤, 한 발이면 건너는 도랑에 침출수(浸出水)가 흐른다. 한 해의 온갖 오물(汚物)이 山더미처럼 쌓였다가 스며 흘러 얼지도 못하고 버려지는 폐허. 인간의 때는 사우나 下水場에만 고이는 게 아니다. 새우깡이 입안에서 바스락 거릴 때, 바나나 하나를 까먹을 때에도 人間은 곧잘 쓰레기를 배설한다. 끝내는 홍수가 되어 빠져 죽는 줄도 모르고. 

한 달 내내 기둥 높은집 안 뜰에서 고니처럼 괙괙 소리만 지르다가, 밤낮을 구분 못하고 씨가 萬 발이나 빠지도록 술만 퍼 마시다가, 하도 바빠 고향의 어버이 생신도 忌日도 모르고 지내다가, 바다 한가운데 계란만 한 해가 子宮에서 탯줄을 끊고 축축하게 올라오는 꿈을 깨고 나서야 정신이 번쩍 드는, 한 발이면 건너뛰는 도랑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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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김재진

달력 속의 숫자에 우표를 붙인다.
이혼한 여자처럼 불 꺼진 그믐에
혼자 앉아
수취인 불명의 편지를 쓴다.
십이 월, 십이 월……
입 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그대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는 일에 나는
길들어져 있다.
단념하듯 날 저물고
눈 내린다.
일제히 하얀 점으로 변하는
눈동자 속의 십이 월,
길 위로 나서기 위해
목이 긴 구두를 꺼내 신는다.
여름의 끝에 헤어진 친구를 
눈발 속에서 찾다.
그대의 기쁨을 슬픔으로 바꾸는 일에
정말 나는 길들여 있을까.
사막에 눈 내리면
검은 머리카락이 반쯤 젖는다.
타클라마칸이나 라자스탄쯤의 십이 월,
때로는 
지쳐서 주저앉아 있는, 
내 청춘의 사막쯤에 숨겨놓은 십이 월,
가끔은 
그대 침묵 앞에
온몸을 사르는 숯으로 빛나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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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노현숙

낡은 베란다의 문은 닫혀 있다 
닫힌 문 안에서 
다시 활짝 열어 젖히며 
서로의 옷을 벗어 부칠 때 
침묵으로 감아버리고 싶은 
섣달 그믐날 

나즈막한 지붕 아래 
달빛이 내려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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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반기룡

한 해를 조용히 접을 준비를 하며
달력 한 장이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며칠 후면 세상 밖으로
사라질 운명이기에 더욱 게슴츠레하고
홀아비처럼 쓸쓸히 보인다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꼬깃꼬깃
가슴속에 접어놓고
아수라장 같은
별종들의 모습을 목격도 하고
작고 굵은 사건 사고의 연속을
앵글에 잡아두기도 하며
허기처럼 길고 소가죽처럼 질긴
시간을 잘 견디어 왔다

애환이 많은 시간일수록
보내기가 서운한 것일까
아니면 익숙했던 환경을
쉬이 버리기가 아쉬운 것일까

파르르 떨고 있는 우수에 찬 달력 한 장

거미처럼 벽에 바짝 달라붙은 채
병술년에서 정해년으로
바통 넘겨 줄 준비하는 12월 초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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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송정숙 

내 노래는 푸르다 못해 하얗다 
저녁 하늘과 벗은 나무 
흐르지 못해 떠도는 바람 
꽃 한 송이 없는 거리에서 
기타 치는 청년이 꽃송이가 된다 

기타 소리처럼 눈이 내린다 
목련이 피고 백합이 피고 
거리에 넘치는 웃음 
저무는 마음에 피는 꽃 
나는 커다랗게 노래 부른다 사랑에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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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안재동

사람들이 저마다 술렁댄다. 
마치, 어느 날 밤 펑펑 쏟아져 내리던 첫눈에 
파묻어버리고 싶었던 그 무언가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아쉬움에서 일까. 
아니면,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던 눈이 녹으면 
눈 속에 파묻었던 것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하는 근심에서일까. 

한 해가 저물 무렵이면 사람들은 그렇게 
습성적으로 부산히 움직이며 
시간에 또 그 무언가를 자꾸 되묻는다. 
버려야 할 것과 계속 지고 가야 할 것들이 
궁금해서일까. 
아니면, 지난 순간순간들을 
놓치거나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일까. 
결국, 아무런 답을 얻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묻는 것이다. 

시간은 
태풍처럼 드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숲이나 바다 같은 것. 
세상 어떤 것의 도전에도 
간발의 흔들거림이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저 혼자 유유히 어디론가 달려가는 것. 
우리 앞에 
아직 단 한 번도 바닥을 드러내 보인 적 없는 
한강물처럼 그 속이 보이지도 않는 것. 
그래도 사람들은 그런, 
시간의 마디를 애써 더듬고 싶어서일까, 
보이지 않는 화선지 위에 
비뚤비뚤하게 자꾸 선을 그어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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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오세영 

불꽃처럼 남김없이 사라져 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스스로 선택한 어둠을 위해서
마지막 그 빛이 꺼질 때,

유성처럼 소리 없이 이 지상에 깊이 잠든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허무를 위해서 꿈이
찬란하게 무너져 내릴 때,

젊은 날을 쓸쓸히 돌이키는 눈이여,
안쓰러 마라.
생애의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사랑은 성숙하는 것.

화안히 밝아 오는 어둠 속으로
시간의 마지막 심지가 연소할 때,
눈 떠라,
절망의 그 빛나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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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원영래

북풍한설 흩날리는 
매운 겨울밤 
솔바람 애설피 
지새는 
그리운 이여 
아득한 눈발 건너 
머언 길 떠나니 
가난한 마음 다시는 
눈물 없으리 

속 빈 나무 
언제 여물까 
벌써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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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유한나

만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왔던 길을 돌아가기 위하여 
가벼웁게 뒤돌아서는 일 
숱하게 마음을 연습시켜야 
사뿐히 돌아 설 수 있는 것 

아무렇지도 않게 
표정도 없이 
마치 혼자서 
잘못 들어선 길을 돌이 키 듯
발걸음을 옮길 수 있어야 하는 것

사람은 가벼운 길을 나서 듯 
아주 떠날 수 있는 것이고 
가도 가도 닿지 않는 길처럼 
끝내 멀어지며 
마지막 인사도 없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길로
흘러가 버릴 수도 있는데 

12월엔 
까닭없이 멀어진 사람도
가슴 깊은 곳에서 숨 쉬는 
사진 한 장처럼 쉽게 
꺼내 볼 수 없는 
그리운 사람도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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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이남일 

결혼식 다녀오는 길 
초저녁 별 둘이 
정답게 산을 내려간다. 
12월의 눈 가지에 
외롭게 
고개 숙인 손톱 달 하나 
바람은 자고 
마을 끝 여린 불빛에 
하얀 밤이 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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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이외수 

떠도는 그대 영혼 더욱
쓸쓸하라고
눈이 내린다

닫혀 있는 거리
아직 예수님은 돌아오지 않고
종말처럼 날이 저문다

가난한 날에는
그리움도 죄가 되나니
그대 더욱 목메라고
길이 막힌다

흑백 사진처럼 정지해 있는 시간
누군가 흐느끼고 있다
회개하라 회개하라 회개하라
폭설 속에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
이 한 해의 마지막 언덕길
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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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임영조

올 데까지 왔구나
막다른 골목
피곤한 사나이가 홀로 서 있다

훤칠한 키에 창백한 얼굴
이따금 무엇엔가 쫓기듯
시계를 자주 보는 사나이
외투깃을 세우며 서성거린다

꽁꽁 얼어붙은 천지엔
하얀 자막처럼 눈이 내리고
허둥지둥 막을 내린 드라마
올해도 나는 단역이었지
뼈 빠지게 일하고 세금 잘 내는

뒤돌아보지 말자
더러는 잊고
더러는 여기까지 함께 온
사랑이며 증오는
이쯤에서 매듭을 짓자

새로운 출발을 위해
입김을 불며 얼룩을 닦듯
온갖 애증을 지우고 가자
이 춥고 긴 여백 위에
이만 총총 마침표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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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임영준

잊혀질 날들이
벌써 그립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이
자꾸 생각납니다
상투적인 인사치레를
먼저 건네게 됩니다
암담한 터널을 지나야 할
우리 모두가
대견스러울 뿐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을 꼭 품고 싶습니다
또 다른 12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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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장석주 

해진 뒤 너른 벌판,
하늘엔 기러기 몇 점
처마 밑

알록달록한 거미에게
먼 지방에 간 사람의 안부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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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정연복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뒷맛이 개운해야
참으로 맛있는 음식이다

뒤끝이 깨끗한 만남은
오래오래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두툼했던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이 걸려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보석같이 소중히 아끼자

이미 흘러간 시간에
아무런 미련 두지 말고

올해의 깔끔한 마무리에
최선을 다하자.

시작이 반이듯이
끝도 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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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月에 / 고혜경

눈 감아도 보이는
겨울의 투명한 길이 되어 줄 
목숨 걸고 사랑함이 빛나는
純白의 지고함이여 

눈꽃이 한라산 나뭇가지 마다 맺혀
백색의 天然美산야와 들판에
하나로 어울려
하늘은 대지를 껴안고
눈부심에 빛나는 雪野가 그립다

피곤함 없는 
하루의 방랑객 되어
천사 손에 이끌리어
작은 소중함만으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
나그네 단순함에 빠져들고 싶구나

온종일
바다 새 비에 젖은 눈을 하고서
거니는 애처로움에 
겨울 빛은 사색이 되어가고
아랑곳없이 바람은 
상수리나무 숲을 떠돌다
멈춘 미지의 山河는 말이 없다

바람이 울고 간 풀 섶마다
비탈에 기대고 선 
피곤함은 허공에 몸을 부수고
커다란 나뭇잎 위에 
약속의 말씀을 입혀

노을빛 황홀한 
지평선아래
황금의 눈빛 바다에 적시고
서정에 물든 밀감 빛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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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 명위석

가지 끝 대롱거리던
마지막 잎새까지
겨울비에 젖어
처연히 고개를 떨구고
구름안개에 가려
심란한 아침 하늘
세월의 강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간신히 정신 가다듬고 보니
어느새 끝자락에 와 있네
가는 이를 붙잡을 힘조차 없어
물끄러미 쳐다 보다
다시  허리를 곧추어 세우네
덤불삿이 분주히 넘나드는
참새들 마냥 신이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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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 박상희

가슴에 담아두어 답답함이었을까
비운 마음은 어떨까

숨이 막혀 답답햇던 것들
다 비워도 시원치 않은 것은
아직 다 비워지지 않았음이랴

본래 그릇이 없었다면
답답함도 허전함도 없었을까
삶이 내게 무엇을 원하기에
풀지 못할 숙제가 이리도 많았을까

내가 세상에 무엇을 원했기에
아직 비워지지 않은 가슴이 남았을까
돌아보면 후회와 어리석음만이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것

또 한해가 가고
나는
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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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 이지영

엘리뇨의 한파가 춤을 추고 
도미노의 부도파장에 
심장이 언다 
사람들은 제각기 
세기말의 어두워지는 모퉁이를 
찌그러진 얼굴로 걷고 있고 
외쳐대는 확성기에 
선거공약 플래카드가 전선줄에 걸렸다 

춥게 만드는 것들, 
하늘을 더 자주 
올려다본다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불사조 같은 삶을 살려고 
세월의 소용돌이 속에 
차가운 저녁바람이 되었다 

울분의 독화살을 빼고 깊게 잠들어 
이른 봄을 만나고 싶다 
황량할수록 따뜻함을 찾는다 

12월엔 따뜻한 친구가 그립다 
추억 속의 그대와 함께하고 싶다 
눈이 올 것 같다 
함박눈이 내리는 포근함 
그 따뜻함 속엔 그대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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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 고은영

12월은 단장의 미아리고개다 
쓸쓸하고 허전한 이별 고개다 
가난한 사람들의 가슴에 설 꽃처럼 핀 애환 
떠나보내는 세월의 각질들이 서러움으로 몰려오면 
온통 그리운 것들의 잔치 
가장 깊은 어둠에서 스무고개를 넘다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는 회한의 눈물 편지다 
연약한 사랑이 뒷굽으로 돌아서는 
12월은 사랑도 절망이다 
새날을 기다리는 희망의 무덤에서 
가장 절실하게 올려지는 고귀한 참회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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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 하영순

사랑의 종
시린 가슴 녹여 줄  
따뜻한 정이었으면 좋겠다.

그늘진 곳에 어둠을 밝혀 주는
등불이었음 좋겠다

딸랑딸랑 소리에
가슴을 열고
시린 손 꼭 잡아주는
따뜻한 손이었음 좋겠다

바람 불어 낙엽은 뒹구는데
당신의 사랑을
기다리는 허전한 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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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32일 / 김 참

세수를 하려고 수도꼭지를 돌리니 피가 쏟아진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거울을 보니 머리에 뿔이 돋아 있다 거실 벽을 뚫고 들어온 꽃나무가 시퍼런 꽃을 피우고 있다 밥솥을 열어보니 검은 뱀들이 혀를 날름거린다 너무 놀라 집밖으로 뛰어나가니 어제까지만 해도 사람들 가득하던 거리엔 잡초만 무성하다 공원의 시계탑 분침이 거꾸로 돌아가고 잔디밭 나무의자 뒤에서 자동차들이 녹슬어간다 어두워진 하늘에서 붉은 구름이 몰려온다 피처럼 붉은 비가 내린다 내 뺨에 끈적끈적한 핏방울이 떨어진다 우산을 찾으러 집으로 들어오니 거실 의자에 낯선 여자들이 앉아 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방으로 돌아와 눈을 비비고 창문을 열어보니 창 밖은 푸른 바다다 커다란 고래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이상한 하루다 침대에 몸을 눕히고 눈을 감으니 새들이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창백한 내 얼굴을 사납게 쪼아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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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사랑 / 장성우

더 많이 아쉽고, 
달랑 한 장 남은
12월 달력처럼 고독한 사랑입니다

하아얀 눈에 
추억을 파묻고 
아듀..
낮은 곳을 찾는 12월의 사랑입니다

구유에 오신 예수님 
성탄꽃을 가슴에 넣고
하늘 영광 땅에 평화를 전하는
신비를 담은 애틋한 그리움의 사랑입니다 

12월 사랑은
긍휼을 
듬뿍 온 누리에 보내는 
복되고 행복한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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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애상(哀想) / 고은영

홀로 노래한다는 것은 
방치된 형상으로 어둠의 모서리 
그저 그렇게 그림자가 되는 것 

삶의 무게가 난해하여 
견딜 수 없는 눈물에 젖으면 
나도 어둠으로 스며드는 것 

형언할 수 없는 묵언의 가슴 
애끓는 그리움이 범람하는 것 
내 의미가 허물어지는 것 

하여 조용히 어둠에 엎드려 
하늘을 덮고 누워 도심의 하늘 
흘러가는 12월 마지막 별을 세는 일 

순간순간 살아 퍼덕이던 
서글픈 의식도 아쉬운 이별로 
바람처럼 스치고 휑하니 달아나는 일 

기억은 추억의 헌 옷을 입고 
아쉬운 걸음 수북이 쌓이는 편지처럼 
낡은 서랍 깊은 곳으로 침몰하고 
퇴색하여 빛바래지는 일 
뼛속까지 저린 통증 긴 밤, 잠 못 드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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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시 / 강은교

잔별 서넛 데리고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치마 끝마다 매달린
천근의 어둠을 보라
어둠이 길을 무너뜨린다
길가에 쓰러져 있는
일 년의 그림자도 지워버리고
그림자 슬피 우는 마을마저 덮어 버린다

거기엔
아직 어린 새벽이 있으리라
어둠의 딸인 새벽과
그것의 젊은 어머니인
아침이

거기엔
아직 눈매  날카로운
한때의 바람도 있으리라
얼음 서걱이는 가슴 깊이
김 춰둔 깃폭의 수없이 펼치고 있는
바람의 형제들
떠날 때를 기다려
달빛 푸른 옷을 갈아 입으며
맨몸들 부딪고 있으리라

그대의 두 손을 펴라
싸움은 끝났으니, 이제 그대의 핏발 선 눈
어둠에 누워 보이지 않으니
흐르는 강물소리로
어움의 노래로
그대의 귀를 적시라

마지막 촛불을 켜듯
잔별 서넛 밝히며
누가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제 그림자들 거두며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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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시 / 김사랑   

마지막 잎새 같은 달력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네

일 년 동안 쌓인 고통은
빛으로 지워버리고

모두 다 끝이라 할 때
후회하고 포기하기보다는
희망이란 단어로
다시 일어났으면 좋겠네

그대 사랑했으면 좋겠네
그대 행복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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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앞에서 / 채바다

그리움이
겨울 속으로 숨는다
오래 도옥 헤어진 친구여
내일이면 아침해로 솟으려나
겨울바다에 곱게 뒹굴고 있을
내 어린 추억
소라껍질 못에 걸어 주던
친구야
바람 소리조차
손 비비고 서 있는 섣달 그믐밤
금세
하얀 눈 소식이 너의 편지가 되어
날아올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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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우리는 / 임영준

돌아보지도 않고 
숨 가쁘게 달려왔는데 
갈등으로 파국으로 
뒷걸음쳐 다시 제 자리구나 
정월에 심었던 기둥뿌리가 
송두리째 뽑혀 처참히 누웠구나 
갈 길은 멀고 식솔은 각각이고 
고난의 변경이 멀지 않았구나 
환골탈태하는 인걸이 없어 
또 비감한 겨울을 지내야 하는구나 
언제나 우리는 
개운하고 찬란한 12월을 만나게 될까 
과연 우리에게 
개운한 12월이 있기나 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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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공허 / 오경택

남은 달력 한 장
짐짓 무엇으로 살아왔냐고
되물어 보지만
돌아보는 시간엔
숙맥 같은 그림자 하나만
덩그러니 서 있고

비워야 채워진다는 진실을
알고도 못함인지
모르고 못함인지
끝끝내 비워내지 못한 아둔함으로
채우려는 욕심만 열 보따리 움켜쥡니다

내 안에 웅크린 욕망의 응어리는
계란 노른자위처럼 선명하고
뭉개도 뭉그러지지 않을
묵은 상념의 찌꺼기 아롱지는
12월의 공허

작년 같은 올 한 해가
죽음보다 진한 공허로
벗겨진 이마 위를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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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기도 / 목필균

마지막 달력을 벽에 겁니다.

얼굴에 잔주름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이 섞이고
마음도 많이 낡아져 가며
무사히 여기까지 걸어왔습니다.

한 치 앞도 모른다는 세상살이
일 초의 건너뜀도 용서치 않고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의 무게
여기다 풀어놓습니다.

재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는
지천명으로 가는 마지막 한 달은
숨이 찹니다.

겨울 바람 앞에도
붉은 입술 감추지 못하는 장미처럼
질기게도 허욕을 쫓는 어리석은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 주는 굵은 나무들에게
올해 마지막 반성문을 써 봅니다.

추종하는 신은 누구라고 이름 짓지 않아도
어둠 타고 오는 아득한 별빛 같이
날마다 몸을 바꾸는 달빛 같이
때가 되면 이별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겠다는
마음의 기도로 12월을 벽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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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기도 / 양애희

축복의 하이얀 그리움 따라 훨훨 날아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만나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하는,
가슴 오려붙힌,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시간들 사이로
깊은 침묵이 어른거리는 어둠 지나
길게 흐르는 아픔 여의고
한 그루 맑은 인연 빗어대는,
빛이 나는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심장 깊이 동여맨 나뭇잎
바스락바스락, 온 몸이 아파올 때
푸른 약속 흔들며 바람을 덮는,
따뜻한 12월이였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색 불빛 찬란한 거리,
그 어딘가, 주름진 달빛 사이로
허기진 외로움 달래는 영혼
살포시 안아주는,
그런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강가, 뉘 오실까
깊은 물소리만 허망한 심장에 출렁거릴 때
가슴 빈터에 흠뻑 적셔줄 꽃씨 하나 ,
오롯이, 진하게 품는 12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추억의 창문마다 뒹구는 허공의 손끝
삐걱이는 낡은 커텐 걷어
세상 칸칸에 행복이 흩날리고
찬란한 춤사위가 벌여지는,
반짝반짝 별모양의 12월이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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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노래 / 박종학

마침내 달랑 한 장
그렇지만 마지막은 싫어요
처음 시작이라 불러 주세요
차가운 손길
하지만 마음만은 아니랍니다
누구보다 따뜻한 가슴입니다

나를 보면 행복해합니다
나를 보면 추억으로 여깁니다
나를 보면  삶을 느낍니다
나는 행복합니다
나는 추억입니다
그래서 나는 12월입니다

기쁨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소년 소녀 가장과 함께
외로운 무의탁 노인들과 함께
그리고 사랑하는 친구들과 함께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게
한해를 뒤돌아보며

나는 마지막이 아닙니다
나는 희망이고
기쁨이고
사랑이고 싶습니다
나는 12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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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단상 / 구경애

저기 벌거벗은 가지 끝에

삶에 지쳐
넋 나간 한 사람
걸려 있고

숭숭 털 빠진
까치가 걸터앉았고

세상 물정 모르는
참새는 조잘거리고

지나던 바람은
쯧쯧,
혀차며 흘겨보는데

추위에 떨던 고양이 한 마리
낡은 발톱으로 기지개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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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독백 / 오광수

남은 달력 한 장이
작은 바람에도 팔랑거리는 세월인데
한해를 채웠다는 가슴은 내놓을 게 없습니다

욕심을 버리자고 다잡은 마음이었는데
손 하나는 펼치면서 뒤에 감춘 손은
꼭 쥐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비우면 채워지는 이치를 이젠 어렴풋이 알련만
한 치 앞도 모르는 숙맥이 되어
또 누굴 원망하며 미워합니다.

돌려보면 아쉬운 필름만이 허공에 돌고
다시 잡으려 손을 내밀어 봐도
기약의 언질도 받지 못한 채 빈손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해마다 이맘때쯤 텅 빈 가슴을 또 드러내어도
내년에는
더 나을 것 같은 마음이 드는데 어쩝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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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분노 / 장수남  

인간 골목시장 
십이월의 녹슨 분노가 
공사판 빌딩숲으로 허물어지고 있다 
천만근이나 넘는 지구를 
포클레인 무거운 저울에 올려놓고 
지친 발걸음들이 소주잔에 젖어 뒷골목 
시장을 헤집고 다니면 
채워지지 않는 한 해가 
뒤돌아볼 여유 없이 바쁘게 설친다. 

양로원 할매의 한 많은 세월도 
돌아볼 여유 없이 
누덕배기 군고구마 장사 
할배의 때 묻은 손등에도 
한 해는 저물고 
비린내 나는 생선장수 아지매의 
입김에도 한 해는 허물어지고 있다 

막노동판 잡부 아저씨의 무거운 퇴근길 
얄팍한 호주머니 
포장마차 소주잔에 비워버리고 
오늘 쓰다 남은 시간 
침침한 골목길에 발길로 차버리면 
우유 빛 가로등도 마지막 남은 몇 시간 
아무렇게나 허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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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연가 / 김준태

겨울이 온다 해도
나는 슬퍼하지 않으리
멀리서 밀려오는 찬바람이
꽃과 나무와 세상의 모오든 향기를 거두어 가도
그대여, 나는 오히려 가슴 뜨거워지리
더 멀리서 불어오는 12월 끝의 바람이
그 무성했던 그림자마저 거두어 가버릴지라도
사랑이여, 나는 끝끝내 가슴 뜨거워 설레이리
저 벌판의 논고랑에 고인 조그마한 물방울 속에서도
때로는 살얼음 밑에서도 숨쉬며 반짝이는 송사리 떼들
그 송사리떼들의 반짝임 속이라도 내 마음을 비벼 넣으리
어쩌면 상수리나무 몇 그루처럼 산등성이에 머무는
우리 시대 그대여, 겨울의 그 끝은...
오히려 사랑의 처절한 불꽃으로 타오르리
지금은 두 손뿐인 그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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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엽서 / 이해인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 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나를 키우는 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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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12월 / 정용철  

나는 12월입니다.
열한 달 뒤에서 머무르다가 앞으로 나오니
친구들은 다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네요.

돌아설 수도,
더 갈 곳도 없는 끝자락에서
나는 지금 많이 외롭고 쓸쓸합니다.

하지만 나를 위해 울지 마세요.
나는 지금
나의 외로움으로 희망을 만들고
나의 슬픔으로 기쁨을 만들며
나의 아픔으로
사랑과 평화를 만들고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나를
"행복한 12월"이라 불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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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비 내리고 / 전동균

산비탈 밭에 채소를 가꾸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허리 굽혀 풀을 솎다가 
잔뿌리 끝에 어린 벌레들이 딸려나오면 
일손을 멈추던 그 마음들은. 
홍제동 뒷산 약수터 길을 오른다 
높다란 나뭇가지 위 까치집들 볼 때마다 
내 몸 안에서 저절로 푸른 햇살 돋아나 
노래하듯 출렁이던 날들을 지나서 
잎 진 나무들의 숲을 
물통 덜거덕거리며 걸어간다 
약수터로 접어드는 길목, 
바위굴 같은 단칸 슬래브 집 처마 아래 
다람쥐 일가(一家)가 비를 피해 모여 있다 
기억 속의 키 작은 아이 대신 
무허가 빈집을 지키고 있다가 
내 발짝소리에 놀라 
꼬리 말아올리는 맑은 눈빛에 
산길은 더욱 굽어져 자취를 감추고 
비 오는 날에는 삭은 나뭇잎 몇 장 떠올라 
산이 숨겨둔 비밀을 누설하는 
약수터, 그곳에 나는 
끝내 닿을 수 없으리라 
떨어지는 빗방울 속으로 망명하지 못하고 
말없이 걸어가는 내 젖은 삶을 
누군가 허락해주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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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몸보다 마음이 더 급한 12월, 마지막 달
달려온 지난 길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한 해를 정리해보는 결산의 달
무엇을 얻었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
누구를 사랑했고
누구를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이해할 자를 이해했고
오해를 풀지 못한 것은 없는지
힘써 벌어들인 것은 얼마이고
그 가운데서 얼마나 적선을 했는지
지은 죄는 모두 기억났고
기억난 죄는 다 회개하였는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했고
최선을 다한 일에 만족하고 있는지
무의식 중 상처를 준 이웃은 없고
헐벗은 자를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잊어야 할 것은 기억하고 있고
꼭 기억해야할 일을 잊고 있지는 않는지

이런저런 일들을 머릿속에 그리는데
12월의 꽃 포인세티아
낯을 붉히며 고개를 끄떡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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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강에서 / 이상례  

12월의 강에 서면
날마다 시린 뼈를 엮어 그물을 던진다거나
열정이 식은 뒤에도
강가의 돋들이 둥글어지는 것과
이제는 홀로 남아 지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언제부턴가 내 가슴 속 깊이
뜨건 이슬로 숨은 그대
사랑이라는 말과
빛과  어둠을 나누는 일과
사라진 것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거나
바람의 방햐이 바뀌고, 성숙한 듯 내 영혼의 슬픈 눈

12월의 강에 서면
그대 어느 바람결에 내 곁을 스치고 지나갔어도
그대가 한 번씩 나를 부르는 소리에
겨우내 얼었던 강물이 녹아내리는 듯
내 숱한 날의 이별이란, 이별이 아니라
그저 멀리 바라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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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무언극 / 김종제

새들이 숲을 버리고 
일제히 비상한다 
나무들도 거친 옷을 벗어버리고 
뒤를 좇아 비상한다 
깃든 자리를 흩으리지 않은 채 
둥지 속에 꽃 한 송이씩 물고 
하늘의 어딘가로 푸드덕 날아간다 
몇몇 꽃들은 이미 
세상의 절벽 끝까지 기어 올라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고 
몇몇 나무의 가지들은 
시간을 거슬러 오르기 시작했다 
발 디딘 곳으로부터 
나를 풀쩍 뛰어 날아 오르는 것들 
나무에게 있어서 푸르렀던 것들 
꽃에게 있어서 
희거나 검거나 붉거나 노랗거나 
숲에게 있어서 
날개를 펼쳐 보이며 날아가는 것들 
세상이라는 무대에 
몸을 펼쳐 보이는 짓이다 
말없이 행하는 저 고요한 면벽의 
저것들을 소리 없는 언어라고 하자 
저것들을 살아있는 말이라고 하자 
이제 봄이 될 때까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두텁게 얼어붙은 언어가, 말이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고 
그 위로 고대에 사라진 상형문자들이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니 
12월의 
저 몸으로 쓰인 글을 해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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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거리에서 / 정유찬

길 위에 서있는
잎을 잃은 나무들

그 길에 늘어선
노란 가로등

햐얀 입김 뿜으며
걸어가는 사람들

장식용 꼬마전구
깜빡깜빡 빛나고

거리마다 흥거운
노래 흘러나오면

힘든 일들 잠시 잊고
미소 지어요

가지가 흔들려도
뿌리 든든한 나뭄처럼

찬 바람 볼수록
따뜻한 마음 나눠요

희망을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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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아침 바다 / 안국훈  

순리에 따르는 게 세상사는 이치거늘
욕심은 또 다른 욕심 낳고
집착은 더 강한 집착을 부른다
생동감 있고 본연의 색깔과 구도 살아야 삶이다
마음의 평화 얻으려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소박한 재미를 알아야 안다
기계는 고장나고 사람은 실수한다
마음이 불안하면 몸이 불편해지고 다친다
사랑하는 마음은 잠시 방관하지 않고
욕심 내려놓는데서 시작한다

구속하는 것도 바로 자신이고
구속에서 벗어나는 것도 바로 자신이나니
마음 다스리는 삶은 늘 자신 안에 있다
옳고 그름을 한꺼번에 내려놓으면
자칫 모든 걸 잃게 되지만
한 번 사는 삶, 잃음은 스스로의 몫이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이미 마음은 풍요로운 삶이다
아침 겨울바다를 보면
피지 않아도 영혼의 향기 그윽하고
시들지 않아 육신의 내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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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어느 오후 / 손석철

덜렁 달력 한 장

달랑 까치 밥 하나

펄렁 상수리 낙엽 한 잎

썰렁 저녁 찬바람

뭉클 저미는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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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저녁의 편지 / 안도현

12월 저녁에는
마른 콩대궁을 만지자

콩알이 머물다 떠난 자리 잊지 않으려고
콩깍지는 콩알의 크기만한 방을 서넛 청소해 두었구나

여기다 무엇을 더 채우겠느냐
12월 저녁에는
콩까지만 남아 바삭바삭 소리가 나는
늙은 어머니의 손목뼈 같은 콩대궁을 만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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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5일과 4월 8일 / 전병철

일 년에 두 번 
이 날만큼은 
기독교든 불교든 
어느 종파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가 되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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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그 끝자락에서 / 유승희

언제나 첨 널 만날 때면 
설렘과 희망으로 
한 해의 시작을 열곤 한다 
크고 작은 경조사를 
동그라미치고 메모하면서 
한 장 한 장 뜯어 낼 때마다 
아직도 라는 말 보단 
벌써 란 말로 아쉬움에 
뒤 돌아보곤 한다 
늘 그랬듯이 
미련만이 가득한 
속절없는 안타까움으로 
너를 떠나보내며 
나이만큼의 속도로 
생의 중턱 고갯마루를 
쏜살같은 걸음으로 내 달리리 

언 새 
시작인 가 싶더니 
그 새 
맞이한 마지막 
그치 만 
아쉬워하지도 
안타까워하지도 
서러워하진 더더욱 말자 
설렘과 희망으로 
다시 찾아올 널 또 다시 만날지니 
이별이라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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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눈이 내리는 날 / 안희선

알고 있나요
아니, 기억하고 있나요
약속한 사랑을 만나러 갔던 길을
유난히 추웠던 날에 하얗게 내리던 눈을
그대 이외에는 모든 게 멈춘 듯한 시간을
아름다운 빛만 하얗게 꽃 피우던 날을

저 하얀 눈도 언젠가는 녹아지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의 사랑이란 잠시 뿐이라지만
그래도 언제까지나 사랑한다고 말하는
미련곰탕이 같은 가슴도 있어서
하늘 내리는 눈송이마다 하얀 그리움으로
아직도 그대를 내 안에 간직하고 있단 것을

내 안에 하얀 빛으로 고요하게 남은 그대여
나를 잊은 빈 마음이라도 좋으니 오세요
아니면, 그대의 하얀 그림자라도 보여주세요
저 하얗게 내리는 눈처럼    

===================

+ 12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12월엔 그대와 나
따뜻한 마음의 꽃씨 한 알
고이고이 심어두기로 해요
찬바람 언 대지
하얀 눈 꽃송이 피어날 때
우리도 아름다운 꽃 한 송이
온 세상 하얗게 피우기로 해요

이해의 꽃도 좋고요
용서의 꽃도 좋겠지요
그늘진 외딴 곳
가난에 힘겨운 이웃을 위해
베풂의 꽃도 좋고요
나눔의 꽃도 좋겠지요

한 알의 꽃씨가
천 송이의 꽃을 피울 때
우리 사는 이 땅은
웃음꽃 만발하는 행복의 꽃동산
생각이 기도가 되고
기도가 사랑이 될 때
사람이 곧 빛이요 희망이지요

홀로 소유하는 부는 외롭고
함께 나누는 부는 의로울 터
말만 무성한 그런 사랑 말고
진실로 행하는 온정의 손길로
12월엔 그대와 나
예쁜 사랑의 꽃씨 한 알
가슴마다 심어두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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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 이채

높다고 해서
반드시 명산이 아니듯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어른이 아니지요

가려서 볼 줄 알고
새겨서 들을 줄 아는
세월이 일깨워 준 연륜의 지혜로
판단이 그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성숙이라 함은
높임이 아니라 낮춤이라는 것을
채움이 아니라 비움이라는 것을
스스로 넓어지고 깊어질 줄 아는 사람이라면

새벽 강가
홀로 날으는 새처럼 고요하고
저녁 하늘
홍갈 색 노을빛처럼 아름다운 중년이여!

한 해, 또 한 해를 보내는 12월이 오면
인생의 무상함을 서글퍼하기보다
깨닫고 또 깨닫는
삶의 교훈이 거름처럼 쌓여가니
내 나이 한 살 더하여도 행복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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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이란 참말로 잔인한 달이다 / 천상병

엘리어트란 시인은
4월이 잔인한 달처럼 말했지만
사실은 12월이 가장 잔인한 달이다

생각해 보라
12월이 없으면
새해가 없지 않은가

1년을 마감하고
새해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가 새 기분으로
맞이하는 것은
새해뿐이기 때문이다


_________ * 55



12월 / 강성은
12월 / 고경숙
12월 / 김이듬
12월 / 김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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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김재진
12월 / 노현숙
12월 / 반기룡
12월 / 송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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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안재동
12월 / 오세영
12월 / 원영래
12월 / 유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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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이남일
12월 / 이외수
12월 / 임영조
12월 / 임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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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장석주
12월 / 정연복
12月에 / 고혜경
12월에 / 명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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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 박상희
12월에 / 이지영
12월은 / 고은영
12월은 / 하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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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2일 / 김 참
12월 사랑 / 장성우
12월 애상 / 고은영 
12월의 시 / 강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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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김사랑  
12월 앞에서 / 채바다
12월, 우리는 / 임영준
12월의 공허 / 오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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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목필균 
12월의 기도 / 양애희
12월의 노래 / 박종학
12월의 단상 / 구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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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독백 / 오광수
12월의 분노 / 장수남 
12월의 연가 / 김준태  
12월의 엽서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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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12월 / 정용철  
12월, 비 내리고 / 전동균
12월 중턱에서 / 오정방 
12월의 강에서 / 이상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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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무언극 / 김종제
12월의 거리에서 / 정유찬
12월의 아침 바다 / 안국훈 
12월의 어느 오후 / 손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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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저녁의 편지 / 안도현
12월 25일과 4월 8일 / 전병철
12월 그 끝자락에서 / 유승희
12월 눈이 내리는 날 / 안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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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중년의 가슴에 12월이 오면 / 이채
12월이란 참말로 잔인한 달이다 / 천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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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시 모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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