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 / 강연호
그해 12월 너로 인한 그리움 쪽에서 눈 내렸다
마른 삭정이 긁어 모아 군불 지피며
잊으리라 매운 다짐도 함께 쓸어 넣었지만
불티 무시로 설마 설마 소리치며 튀어올랐다
동구 향한 봉창으로 유난히 風雪 심한 듯
소식 갑갑한 시선 흐려지기 몇 번
너에게 가는 길 진작 끊어지고 말았는데
애꿎은 아궁지만 들쑤시며 인편 기다렸다
내 저어한 젊은 날의 사랑
눈 내리면 어둠도 서두르고 추억도 마찬가지
멀리 지친 산빛깔에 겨워 자불음 청하는
불빛 자락 흔들리며 술기운 오르던 허구한 날
잊어라 잊어라 이 숙맥아, 쥐어박듯이
그해 12월 너로 인한 그리움 쪽에서 눈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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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김선호
담벼락을 타고 오르던
담쟁이넝쿨이 거친 마디를
드러낸 채 말라 가는 추억처럼 붙어있다
하늘 한쪽 잡겠다고 닿는 것마다
기대고 부풀리던 맥박이 식어가고 있다
옆으로 뻗어 난 길 다 젖혀 두고
수직으로 올라서야 직성이 풀리던
기억도 떨어져 나갔다
살짝 건드리면
주저앉을 것 같은 마른 몸으로
그리움 한 귀퉁이를 붙잡고 있다
허공에서
잡히는 빈손을 거두기 민망해
앙상한 뼈를 드러낸 채
차디찬 담벼락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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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김풍식
어느새
한 해의 남은 12월의 달력 한 장
올 한 해 못다 이룬 일들이 산더미이건만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
늘 같은 곳을 맴돌다 가도
바뀌는 것도 없는데
세월이 빠른 건지
내 삶이 빠른 건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세월이건만
내겐 세월 참 빠르다.
12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새해의 달력을 받아보며
올해 12월의 세월을 덮으려 한다.
무엇이 그리 바빠서일까?
새해 희망이 다가옴 때문일까?
올 한 해에도
새해의 금빛 소망 걸어둔다
일찍이 새 희망을
1년 삼백육십오일 사연을 담고서
미래를 설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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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노주천
모든 것에 대한 가치를
되돌아 보는 시간에
아직 이별중인 나의 일기장
머릿 속에 있는 그대로
보여줄 바람은 위로해줄까
머물러도 머문적 없는 12월
만감이 교차하는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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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문계봉
이제 이곳은 겨울, 몇 사발의 그리움과
서너 개의 소문들로 견뎌야 하는 계절
이미 들판 여기저기선 불이 오르고
창문마다 방풍(防風) 비닐이 쳐졌는데도
겨울은 선뜻 마을로 들어와
가난한 살림들을 위협하지 않는다
아는 것일까 12월
떠날 것들 이미 다 떠나고
이곳엔 살 부비는 사랑만이 남아 있음을
하지만 무엇인가 이 마음,
모든 것들이 숙면을 준비하며 분주한 이때
자꾸만 돌아보며 흔들리는 마음,
새해가 오고 다시 싸락눈 뿌리며
최후로 겨울이 떠난다 해도
잘 가라 손짓하지 못하고 머뭇거릴 이 마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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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박인걸
시간이 휘황(輝煌)했던 잎들을 긁어모아
나무밑동에 골고루 분배하듯
나는 짐을 내려놓은 나귀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12월을 맞는다.
지저분한 거리를 헤집으며
보물찾기 하듯 샅샅이 뒤졌지만
손에 쥐어지는 것 하나 없는 실망감에
자주 날밤을 세우며 괴로워했다.
새순처럼 꿈을 밀어 올리며
토란잎처럼 희망의 영역을 넓혔지만
코로나 19재앙에 갇혀
뛰어 넘을 수 없는 한계를 실감했다.
돌림병보다 더 무서운 괴질은
스스로에게 증여하는 절망감이며
포수의 기만전술에 속아 넘어간
어리석은 한 마리 사슴이었다.
가을 이파리들이 일제히 지던 날
미련하나 없이 사라지는 뒷모습에서
가벼워지는 삶의 진리를
구원 얻는 교리(敎理)처럼 터득했다.
일제히 일어선 나목들이
신체검사를 받는 예비 장병 같다.
12월에는 속옷까지 벗어버리고
아무 탈 없이 새해로 건너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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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박재삼
욕심을 털어 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1할은 된다고 생각할 때,
옷 벗고 눈에 젖는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12월을
친구여! 어디서나 당하는 그
추위보다 더한 손해를
너는 저 설 목雪木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은 심사로
네 자리를 덥히며 살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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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임은숙
무수히 쌓여있는
낙엽들을
밀어내며 묻어버리며
긴 팔을 뻗어
뭔가 숨기려하는
12월은
그렇게 온다
털어내는
바람사이로
언뜻 스치는 기억 한 조각에
애써 태연한 척
바람 끝자락에 달라붙는
차가운 적막
아쉬운 듯 슬픈 듯
하얀 한숨을 흘리며
12월은
그렇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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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 정호승
하모니카를 불며
지하철을 떠돌던 한 시각장애인이
종각역에 내려
흰색 지팡이를 탁탁 두드리며 길을 걷는다
조계사 앞길엔 젊은 스님들이
플라타너스 나뭇가지와 나뭇가지 사이로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를 내걸고
분주히 행인들에게 팥죽을 나누어준다
교복을 입은 키 작은 여고생이
지팡이를 두드리며 그냥 지나가는
시각장애인의 손을 이끌고
팥죽을 얻어와 건넨다
나도 그분 곁에 서서
팥죽 한그릇을 얻어먹는다
곧 함박눈이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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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비 / 오보영
여전히
목말라 해서
목을 좀 축여주려고
아직도
메마른 채 있어서
촉촉이 좀 적셔주려고
비가 되어 왔단다
흩날리는 눈발로는
양에 덜 차 할 것 같아서
얼어있는 상태로는
스며들기 어려울 것 같아서
흘러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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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에 / 송정숙
오늘도 저물어가고
바람 부는 날
낙엽이 여기저기 쌓여있고
또 한 장 남은 달력
작년 이맘때도
지금과 같았나
조금,쓸쓸함을 털어내려
찻물을 끓인다
언제나 그렇지만
사람의 온기가 더욱
절실한 이달
은은히 들리는 기타 선율
창 밖은 어둠이 내리고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얼굴들
이달이 가기 전에 만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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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배밭 / 이성진
지난 봄
늦은 밤까지 연정을 품었던 배밭에는
점령군들 콘크리트 암벽이 경계를 맡았고
보름달 부끄럽다 속살거리며
활활 타올랐던 정분은 흔적도 없이 지워졌다
살아서
배꽃같이 은은한 사랑 못하는 사람들
포크레인 단단한 이빨로 겁탈한 자리마다
피흘리는 뿌리 온통 아우성이다
모처럼 찾은 12월 배밭
더는 보름달 부끄럽지 않아도 되고
살아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
황망한 새장 속으로 들어 간다
봄날
소복히 부려진 배꽃에
얼굴 붉을 일 없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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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밤 / 김정남
나 너무 허무하게
1년을 보냈나봐요
바람은 쓸쓸이 다가와
내허전한 빈 마음에게
자꾸 부채질하고
소망하고 꿈꾸었던 모든것
다 채우지 못했음에
오늘밤도 이렇듯
아쉬워 아쉬워
새벽을 빌어서
부족한 시간들을
채워갑니다
일년을 사용했음에도
내게필요한 시간들은
아직도 모자라고
일년이 13개월이였으면
좋겠습니다
12월의 밤은
늘 사람의 가슴안에
아쉬움만 남겨주어
앞만 보고 달려가게하는
채직만 들었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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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빛 / 임영준
느슨하게 풀어져야
푸릇한 틈도 보이고
맥락을 잇기만 한다면
대강 놓아버리기도 하지
마무리한다는 건
내일이 또 있다는 것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쌓아놓을 수 있었으니
얼마나 신통한 날들인가
고스란히 남기고 떠나는
또 한 폭의 초상이
무척 안타깝기도 하지만
이젠 새 희망을 만나러 가는
새 빛의 징후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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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숲 / 황지우
눈 맞은 겨울나무숲에 가보았다
더 들어오지 말라는 듯
벗은 몸들이 즐비해 있었다
한 목숨들로 連帶
눈 맞는 겨울나무숲은
木炭畵 가루 희뿌연 겨울나무숲은
성자의 길을 잠시 보여주며
이 길은 없는 길이라고
사랑은 이렇게 대책 없는 것이라고
다만 서로 버티는 것이라고 말하듯
형식적 경계가 안 보이게 눈 내리고
겨울나무숲은 내가 돌아갈 길은 온통 감추어 버리고
인근 산의 적설량을 엿보는 겨울나무숲
나는 내내, 어떤 전달이 오기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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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시 / 김춘천
연초,
가슴에 품었던 소망이
모두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한 장 남은
올해의 달력을
새해 달력으로 바꾸어 달 때쯤엔
더도 덜도 말고
삼백예순날의 노력만큼
만면에 웃음 가득했으면 좋겠다
다섯 날의 부족한 부분은
판도라의 상자에서 나오지 못한 희망되어
내년을 기약하며
칠흑의 밤을 다리 끌며 걷던 미혹의 괴로움도
갈피 모를 길에서 방황하던 번뇌의 얽매임도
빗장 두르고 반목하던 혼돈의 마음도
별빛 불러모은 오늘의 창가에 편히 머물러
화해와 화합의 악수로
해탈의 어둑새벽을 열었으면 좋겠다
지나간 날들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맞이할 날들은 부푼 기대에
미지 그대로 열어 둔 채
희디흰 면사포 바래도
날마다 정성스레 가꾸어온 인고의 꽃
여일 새로 여무는 빛살에도 함초롬 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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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시 / 민경대
당신을 웃게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가져라.
나는 한마리 새가 되어
동천을 나르는 새가 되어
오늘은 자유로운 언어를 들고
논둑에도 밭둑애도 모두 뿌리고
우리는 늘상 한 마리 새가 되어
자유로운 시밭에서
시를 만들고 누구의 눈깔에도 찍히지 않고
그냥 보래밭 허물어진 창고에서 몸을 숨기더라도
자유를 줍는 시인이 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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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시 / 방재승
12월엔 아랫목 따뜻하게 지피는
산골짜기 산막으로 가고 싶다.
아궁이 앞에 앉아
장작 한 토막 한 토막을 지나친 세월처럼
불길 속에 집어던지면
훨훨 타오르다가 숯이 되어
이글거리는 불꽃 속에서
그리운 모습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날아가는 새들도 말없이 서 있는 나무들도
12월이, 1월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는 없겠지만
깊어 가기만 하는 어두운 밤길 따라
사그라지는 숯불 속에 묻어 두었던
밤톨처럼
살며 느꼈던 정들을 한 겹 두 겹 벗겨 내며
참 인정 어린 사람들도
많았던 한 해였었다고
생각날 때쯤이면
12월은 그렇게
잿불 속에 묻어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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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시 / 최홍윤
바람이 부네
살아 있음이 고맙고
더 오래 살아야겠네
나이가 들어 할 일은 많은데
짧은 해로 초조해지다
긴긴밤에 회안이 깊네
나목도 다 버리며
겨울의 하얀 눈을 기다리고
푸른 솔은 계절을 잊고
한결같이 바람을 맞는데
살아 움직이는 것만
숨죽이며 종종걸음치네
세월 비집고
바람에 타다
버릴 것도 새로울 것도 없는데
시산은 언제 난 내 마음의 여울목
세월이여
이제 한결같은 삶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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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엽서 / 이해인
하늘에서
별똥별 한 개 떨어지듯
나뭇잎에
바람 한번 스쳐가듯
빨리도 떠나가지요?
나이 들수록 기산은
더 빨리 간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어서 잊을 것은 잊고
그리운 이들을 만나야겠어요
목숨까지 떨어지기 전
미루지 않고 사랑하는 일
그것만이 중요하다고
내게 말했던 벗이여
눈길은 고요하게
마음은 뜨겁게
아름다운 삶을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충실히 살다 보면
첫새벽의 기쁨이
새해에도 항상
우리 길을 밝혀 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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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보내며 / 목정희
고요한 침묵을 깨고
영혼의 피륙이 꿈틀대며
살아납니다
애써 잊으려
노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슴을 부여잡게 합니다
모진 인연의 끈
가아없을 기억의 잔해
망치 끝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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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에 서서 / 목필균
웃는 얼굴 두드리면 슬픈 소리가 난다는데
슬픈 얼굴 두드리면 웃음소리가 날까
삼재 고역이 붙는다더니
한여름 땀방울에 지친 육신
병실에 묶어놓고 가을 문 열더니
붉은 산 걸어보지 못하고
첫눈을 맞으며
웃지도 울지도 못한 얼굴
12월에 서서
열릴 때나 닫을 때나
무심히 건너가는 세월
새해 햇살 위해
합장으로 올리는 기도
강건한 몸으로 복지어 올리겠다는
마음 밭이 흥건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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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기도 / 박희홍
의지하던 열한 친구가
모두 떠나버려 달랑 혼자 남아
파르르 떨고 있는 너를 보니
가버린 친구들이 자꾸 그립다
따뜻한 솔잎차를 앞에 두고
오순도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던
지나간 날이 스쳐 간다
구세군의 종소리
자선냄비가 한가득 넘쳐나
텅 빈 가슴 넉넉히 채워 줄
구원의 소리처럼 들리니
정녕 시린 손 덜컥 붙잡아 줄
가슴 따듯한 이웃이 오는 소리다
신이시여!
당신은 언제 오시나요
자애로운 손길 기다리고 그리워함이
설마 죄가 될망정
무릎 꿇고 두 손 모아 얼어붙은
이들의 가슴 녹여 달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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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기도 / 양광모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기쁨을 안겨주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오직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게 하소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기 않게 하소서
불안함이 아니라 가슴 뛰는 설렘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오직 꿈과 용기를 갖고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바쁠수록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부족할수록 조금 더 가진 것을 베풀려
어려울수록 조금 더 지금까지 이룬 것에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먼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그때 내 삶이 바뀌었노라, 말하게 하소서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으리니
새해에는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한 해가 되게 하소서
=================
+ 12월의 기도 / 이경화
그리움에 지쳐 허기진 마음에
운명처럼 따스한 바람이 찾아오면
난 살며시 두 손을 모으겠습니다
추수가 끝난 빈 들녘
이른 겨울 아침 하얗게 내린
맑고 깨끗한 서리를 닮은
순수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그대를 맞이하게 하소서
겨울을 이겨낸 뜨거운 가슴으로
꽃봉오리 밀어 올리는
매화 같은 열정을 주시고
맘에 때가 끼지 않는
온전히 맑은 눈빛으로만
그대 바라보게 하소서
긴 겨울 얕게 뿌리 내린 보리가 가여워
밤새 따뜻한 솜이불이 되어주는
함박눈처럼 속 깊은 정으로
그대 만질 수 있게 하시고
오로지 서로의 진실한 입술로만
애절한 사랑의 노래 부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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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노래 / 이해인
함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우리들의 시간
땅속에 묻힌 김장독처럼
자신을 통째로 묻고 서서
하늘을 보아야 해요
얼마쯤의 고독한 거리는
항상 지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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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독백 / 김이진
첫사랑의 설렘처럼
12월의 아침을 맞이합니다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가슴 속 서랍에 담아둔 그리움은
그녀의 숨결처럼 떨림으로 다가옵니다
검정 비닐 속
새색시의 수줍음일까
얼굴을 붉히는 빨간 홍시처럼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따끈한 커피 한 잔이
예쁜 접시에 홍시 하나가
엄마의 따뜻한 사랑 머금고
겨울아이를 달콤하게 안아줍니다
12월의 가슴에
하얀 그리움으로
또 하나의 추억을 그리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사랑처럼
엄마가 타준 따끈한 커피처럼
날마다 기쁨과 감사의 시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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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마음 / 이원문
며칠의 12월인가
무엇인가 잃은 것 같아
돌아보면 아니고
보낸 달 거스르면
기억조차 희미 하다
잡아보는 12월
보내야 하는 12월
잃어버린 처음 달력
나머지장 어디 갔나
11장 반 모두 잃었단 말인가
찾아보는 그 많은 날
빈 주머니에 숨어 들고
찾는다던 그 욕심 어디에서 무엇 하나
남은 시간 그 며칠
나뭇가지에 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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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바람 / 김준기
12월의 바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왔다
아슬한 목숨이 담긴
만장(卍章)*을 솟대 끝에 흔들며
바람에게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누구냐고 묻지도 않았고
날카로운 서릿발을 세워 나를 에워싸고
아우성치며 창밖을 서성거려도
꽃 한 송이 손에 들지 않고
마른 풀잎처럼 빈손으로 온 것도
지난 가을 누리에 가득했던
낙엽의 색깔들에 대해서도
12월의 바람이
아무 말 없이 떠나가도
나는 3월의 바람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외다
차마 못잊어 그리워할 수는 있을까
섣달 그믐녘 여울 쓰다
*만장(卍章. 挽章):상여 뒤에 들고 따라가는 기. 만(卍)자를 써서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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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산책 / 윤의섭
12월은 거침이 있어도
상처가 나도
달려온 한 해의 끝
의미를 부여한 이름이 아닌가?
나를 따라온 잡동사니들이
숨을 헐떡이며 옷깃을 잡고
화려한 꽃송이를 피며
크게 떨치든 허풍도 떨어진다
왕성한 용기를 자랑하던
푸른 잎과 줄기도
폭풍우에 꺾이고
물기찬 과일들의
풍성한 수확도
배만 불리고 비만이 되었다
구린내가 나는 껍데기 속의 은행
주름으로 덮인 대추
이들이 있어 꽃과 잎이 작고
늦게 피어도 한번 태어나면
장생 다산의 역사를 창조하는
불굴의 설계를 시작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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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송가 / 오광수
12월에는 서쪽 하늘에
매달려 있는 조바심을 내려서
해 뜨는 아침 바다의 고운 색으로
소망의 물을 들려 다시 걸어놓자
가식과 위선의 어색함은
더 굳기 전에 진솔함으로
불평과 불만의 목소리는
버릇되기 전에 이해함으로
욕심과 이기심은
조금 더 양보와 배려로
소망의 고운 색깔에다 함께 보태자
우리의 살아온 모습이
실망스러워도 포기는 하지 말자
이젠 그리워하는 만큼
솔직하게 더 그리워하고
사랑을 깨달았던 만큼
열심히 더 사랑하고
망설였던 시간만큼 용기를 내어
그리고 저문 해 바라보며
화해와 용서의 촛불을 밝히고
아직도 남은 미움,
아직도 남은 서러움 모두 태우자
우리에겐 소망이 있는
내일의 새해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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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연가 / 오순화
추억이 고운계절
아름드리 흐벅지던 단풍잎도
제 품에 안겼다
가을은 성큼성큼 걷다
앞서오는 초겨울 찬바람에
손사래 치며 뛰어간다
옛사랑 인사만 했는데
아쉬운 것은 아쉬운 데로
그리운 것은 그리운 데로
못다 부른 노래도 이제 그만
새하얀 첫눈이
소복소복 보듬어 주리라
12월에는
사랑과 욕망, 미움
품었던 꿈과 소망까지도
모두 사랑이란 이름으로 보내야 한다
그래야 채울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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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연정 / 장수남
초겨울 먼 바다
흰 빛 그림자 서성일 때
햇살 묵은 시간들
긴 기적 울리고
십이월의 종착 역 슬픈 이별
수평선 그리운 파도
일렁이면
수심 깊은 추억 하나
몸부림친다
안개 섬 등대위에 걸친
은빛 낯 달
속살 드러내면 수즙은 꿈
연인 되어 포옹할 까
돌아오지 않는 강물
나 철새되어 고향 하늘 높게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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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엽서 / 정재삼
지구 한 점(點)의 구석에
지금
내가
12월의 엽서를 받아 들고 섰다
가을이 빠져나가
시린 그 자리에
빼곡 담겨있는 사연들 중
가슴 아픈 사연들이
가슴속 저며 든다
따뜻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그리운 12월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
사랑의 손길을 내어 보라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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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일기 / 천준집
딱 한 장 남은 달력이
지난 일년을 돌아 보게 하는 달
꽃이 피고 나뭇잎 물들 때
참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있어 행복했고
그립지만 당신이 있기에
울지는 않았습니다
문득 그리운 마음에 뒤돌아보면
세월은 벌써 저만큼 지나가고
지나온 세월 따뜻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나는 지금 마음에 일기를 씁니다.
내 뜨거운 정열로 누군가의
찬 가슴을 녹일 수 있다면
누군가 나를 걱정 해주고
나 또한 누군가를 위로해주는
12월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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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편지 / 성백군
돌아보니
다 떠나고 혼자 남았습니다
13월은 없고 11월로 뒤돌아가자니
이미 다 뜯어버린 달력
한 장만 달랑 남았습니다
크리스마스 파티, 망년회 등
아직 동그라미 몇은 남았지만, 그러기에
하루하루 지나가는 것이 인생의 남은 날 중에서
굄돌 하나씩 빠지는 기분입니다
시간이 핏방울 같아
그 밑에다 주석을 달아놓았습니다
(이해하고 수용하고 사랑하자
밉더라도 웃자, 욕심내지 말고 마음 비우자)
아까운 것들아
믿는 것은 속이는 것이었고
미루는 것은 망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씨앗을 심지 않으면 1월이 와도
싹이 나오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새해가 없습니다
앞을 보니
절벽입니다. 가던 길이 끊였습니다
몇 발자국 안 남았습니다
회계하는 자만이 유언장에 도장을 찍고
뛰어내릴 수가 있습니다
1월은 12월 다음에 오는 순서가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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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태양 / 장수남
오후 늦은 십이월의 태양
먹이사슬에 걸렸다.
파도치는 촛불 솟구치는 태극 깃발
분노들의 폭발물인가.
가자. 기회주의자
길거리 패거리 정치인 국민 앞세워
황소여물통 챙기기. 애국인가?
여의도 광대나리들
동장군 코고는 소리 효자동 사랑방
문풍지가 덜덜 떤다.
콧날 바싹 세워 귀담아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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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삭(滿朔)의 12월 / 전병일
한해의 끝자락
보내는 아쉬움
그 일정들 가지가지 도배가 되었다
좋은 날 서로 잡아 찜해놓고
겹치는 일정은
정이 많은 쪽으로 간다.
연초부터 열심히 달려온 시간
만삭이 되고 보니 매듭지을 일 너무 많다
가벼운 달 정처 없이 방황하다
만삭이 된 이 몸에 너무 많은 일을 준다.
출산일 앞두고
맺어야 할 일들은
끝이 아닌
새로 태어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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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12월 / 사방천
외로이 벽에 걸려 하늘거리며
석양에 넘어가는 세월만 바라보고
서러운 듯 주인만 바라보며
떠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소리 없이 흐느껴 울고 있네
동장군 북풍을 몰고 와
외로이 울고 인은 12월을
몰아치니 가기 싫어도 떠나야
하는서러움에 통곡한들
어느 누가 알아주랴
주인은 작별하듯 몰아내며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며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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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햇살은 / 정연숙
가슴에 심은 기다림이 하나가
눈이 오면 날갯짓을 합니다
가슴에 심은 그리움도
눈이 오는 날이면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소중한 님의 창가로 가서
살며시 창문을 엽니다
그리운 것들은 어디에 있든
늘 나와 동행합니다
눈꽃 내려앉은 설원의 아름다움은
한 장의 편지가 되어
뒤돌아보지 않겠다던 것을
꺼내여 펼치려 합니다
눈발이 날리면
더욱 순해지는 가슴들
그 그리움의 연서
한 번 받아보고 싶습니다
기다리다 지쳐
밤새 하얀 길 걸어갑니다
아직도 눈은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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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12월 / 김이진
12월
하늘은 울고 있다
그 어느 누구도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왜
그리도
빨리 달려왔냐고
원망하고 미워하고
호통만 치고 있다
꼭
당신이
날 원망하는 것처럼
내 얼굴은 뜨거워진다
넌
이웃을 위해
가족을 위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12월의 뜨거운 가슴을 보라
일 년의 짐을 혼자 다 감싸 안고
찬바람 맞으며 울고 있지 않은가
끝은
또 다른
시작을 꿈꾸고 있다는 것을
그대들은 왜 모르는가?
친구들이여!
12월을 사랑하자
뜨거운 가슴으로 포옹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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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12월 / 윤보영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내가 더 사랑하며 보낼
향기나는 12월입니다.
봄이 더 가까워진
행복한 내 12월입니다.
나만큼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을
아름다운 12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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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월의 기도 / 이문희
기해년도 텅 빈 자리에
혼자 붙어 펄럭이는
십이월입니다
십이월앤
성야聖夜에 울러 퍼지는
사랑의 종 소리
시린 가슴 안아 줄 따듯한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늘 채워도 채워도 배고픈
가난과 외로움에 떠는
한숨과 눈물 닦아주는
불빛이면 좋겠습니다
황량한 동토에 평화와 사랑
갈망하는 가슴 가슴 마다에
사랑과 기쁨의 꽃씨를
심어주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소중한 고운 임
시린 손 잡아
언 가슴 녹여주는
사랑의 손길 이어지는 참
따뜻한 12월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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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코스모스 / 박우복
가늘게 목을 내밀고
애처롭게 햇살을 마신다
팔랑거리는 꽃잎 사이로
찬바람이 밀려오면
수줍은 인사도 못하고
몸을 가누기에 바쁘다
무슨 죄목으로
12월에 피어나
옥살이를 자처할까
지켜보는 마음 속을
눈물로 채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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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어느 날 아침에 / 오애숙
뜰에 핀 백장미에 애초론 서글픔이
아련히 피어나는 12월 길섶 위에
한해를 뒤돌아보는 풍성함의 노래들
거친삶 허허벌판 위에서 피어나는
민들레 홀씨하나 뜨거운 가슴되어
나래 편 삶의 향기롬 꿈결같은 그노래
세월이 흘러가면 더욱 더 파문 일며
가슴을 설레게 할 추억의 옛그림자
이아침 해맑간 미소 내게 인사 하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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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끝자락에서 / 목필균
한줄기 바람으로 흐른다.
멈출 수없이 날아다닌 시공의
긴 터널 속에 박쥐처럼 드나들던
어둠과 빛이 뼈에 박히고
돌부리에 채여 멍든 엄지발톱이
이제쯤 깎여 나가 잊혀질만한 아픔도
연륜 속에 상처로 묻혀진다.
한 줄기 강으로 흐른다.
언제나 낯선 허공 속을 퍼덕거리며
미숙하게 날갯짓하는 작은 새가
내일이라는 반투명 공간을 향해
접었던 날개 다시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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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뒷모습 보며 / 정상화
양떼구름처럼 피어나는
찔레꽃 향기에 자지러질 때쯤
산을 휘감은 다랭이 천둥지기에
꿰맬 수 없는 상처가 생기고
농부는 종일 물지게를 진다
이른 새벽 생기 감도는 벼를 보며
떨리는 가슴으로 땅을 어루만졌던
순간의 기억...
날은 춥고 쪼그라든 호주머니에
삶이 위협당한다고 짐승이 될 순 없어 힘겹게 걷고 있는 사람들
詩는 표현을 다하지 못하고
표현은 의미를 알 수 없으니
웃고 있는 꽃의 속내를 어찌 알까 마는
한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돼지 저금통 배라도 갈라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
갈증 축인 벼의 생기는 희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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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월에 부는 바람 / 최영복
십일월의 여흥은 끝나고
모두 떠나가는 것뿐이니 남아 있는 것은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슬프거나
텅 빈 공간이 스산하기는 하다
그리 털어내고 사뿐히 가는 발걸음이
가볍겠다만 나는 왠지 마음이 움츠러든다
하루의 여독 때문인지 온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창 너머 바닷가에서 날아드는
갈 바람소리에 마음까지 서걱 거린다
무슨 까닭인지 이맘때면 시작되는
그놈의 가슴 앎이 하나가 번쩍이는
비수를 들이댄다
한두 번 베인 것도 아닌데
매번 아파하고 참고 견디는 것에
습관처럼 익숙하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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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지섣달 긴긴밤에 / 권승주
이 추운 밤에
그대는 잘 지내고 있을까
올해도
만날 수 없으니
어쩌면 좋아요
우리
처음 만난 대방동 쪽방집
재 개발로 없어졌구나
우리가
처음 만나 꿈을 키웠던
그곳
그 시절이
그리워
어디 가면 만날까
그럴 수가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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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이월의 사랑이여 / 지철승
도회지 바삐 오가는 소리
그것은 틀림없는 사랑의 움직임
식은 줄만 알았던 가슴이 설레인다
가을보다도 더 빨리 익어버린
우리 사랑에 가을 낯빛이 붉어진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하늘이 눈부시다
사랑이여 축복한다
새로운 사랑이여
오직 하나
십이월의 사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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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영혼에 쌓이는 12월 / 고은영
봉숭아 대궁에 몰래 심던
연녹색 사랑도 떠나가고
지금은 돌아와 내 앞에 선
황혼의 나루터
이별은 들숨으로 와
내 속 사람에
까무러치는 울혈로 부각되었다
황혼도 아름다운 해거름
고백하는 정적은 침묵으로 눈감고
자연은 사무친 눈 속에 날 오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가난해야 하리니
철저하게 낮아져야 하리니
일제히 함성 하는 저
동짓달 긴 밤이 뱉는 절망 위에
꽁꽁 언 채 미끄러지는 의식 밑바닥
살아야 하는 절망을
나는 오히려 희망이라 말하리
툭툭,
노송에 앉은 눈 떨어지는 소리
영혼 갈피 갈피에
12월이 쌓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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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의 엽서 - 대림절에서 / 김경숙
내 마음
얼마나 더 비워야
그대를 오롯이 안을 수 있나요
내 마음
얼마나 더 채워야
그대만을 사랑할 수 있나요
빙벽을 오르듯
서툰 낯설음에 다가서 보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낙조는 타올라
이따금 눈이 시려옵니다
그대는 어디쯤 오고 있나요
시린 손 위에
마지막 남은 촛불 타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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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는 12월에 내리는 비 / 송정숙
앙상한 가지 사이로
12월에 내리는 비는 아프다
사랑만 해도 모자라는 이 12월에 비가 내린다
사람이 그리워 병처럼 라디오를 틀어놓는 친구의
둥근 어깨는 지구를 닮았다
검은 피부의 소녀 같은 눈
머리는 노랗게 물들여 미국여자 같고
샹송을 들으며 블랙커피를 즐기는 친구
마스카라가 묻어나는 검은 눈물로
인도를 가고 싶다고
그 곳에 가면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을 것 같다며
파란색의자 둘 사이에 빨강색의자 둘
시간이 흔들거리는 사무실에서
내리는 비처럼 그녀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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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 오광수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짧은 해 아쉬움으로 서쪽 하늘이 피 토하는 늦음보다
밤새워 떨고도 웃고선 들국화에게 덜 미안한 아침에 오오.
뒷주머니 손을 넣어 작년에 구겨 넣은 넉살일랑 다시 펴지 말고
몇 년째 우려먹은 색바랜 약속 뭉치는 그냥 그 자리에 두고
그저 빈 마음 하나 간절함 가지고 그리 오오.
이젠 진실을 볼 수 있는 헤아림도 있을 텐데
이젠 영혼을 이야기할 경험도 가졌으려니
오시면 소망하나 위하여 마당 앞에 불 환히 같이 피워봅시다.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달력 끝에서 숨 바쁘게 팔랑 이는 바람이 등 돌릴 때 말고
늦가을 햇살에 느긋하니 감 하나 익어가는 지금 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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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끝자락 날개쭉지 부여 잡고서 / 오애숙
겸허이 내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어
감사의 나래 펼쳐 후회와 새결심이
심연에 버무려져서 날 부추켜 세우누
가버린 날들 속에 비통함 스미는 맘
툭 털어 버리고서 야심참 맘에 슬어
대양을 향해 웃음꽃 활짝 펼쳐 가리니
새꿈에
반짝이는 맘
변치 말자 다짐해
________ * 55편
12월 / 강연호
12월 / 김선호
12월 / 김풍식
12월 / 노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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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문계봉
12월 / 박인걸
12월 / 박재삼
12월 / 임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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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정호승
12월 비 / 오보영
12월에 / 송정숙
12월 배밭 /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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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밤 / 김정남
12월의 빛 / 임영준
12월의 숲 / 황지우
12월의 시 / 김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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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민경대
12월의 시 / 방재승
12월의 시 / 최홍윤
송년 엽서 / 이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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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보내며 / 목정희
12월에 서서 / 목필균
12월의 기도 / 박희홍
12월의 기도 / 양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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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이경화
12월의 노래 / 이해인
12월의 독백 / 김이진
12월의 마음 / 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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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바람 / 김준기
12월의 산책 / 윤의섭
12월의 송가 / 오광수
12월의 연가 / 오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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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연정 / 장수남
12월의 엽서 / 정재삼
12월의 일기 / 천준집
12월의 편지 / 성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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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태양 / 장수남
만삭의 12월 / 전병일
외로운 12월 / 사방천
12월의 햇살은 / 정연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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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12월 / 김이진
아름다운 12월 / 윤보영
십이월의 기도 / 이문희
12월의 코스모스 / 박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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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어느 날 아침에 / 오애숙
12월의 끝자락에서 / 목필균
12월의 뒷모습 보며 / 정상화
십이월에 부는 바람 / 최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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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섣달 긴긴밤에 / 권승주
십이월의 사랑이여 / 지철승
내 영혼에 쌓이는 12월 / 고은영
12월의 엽서 - 대림절에서 /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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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12월에 내리는 비 / 송정숙
그대 12월에 오시려거든 / 오광수
12월 끝자락 날개쭉지 부여 잡고서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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