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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겨울

12월 시 모음 3

+ 12월 / 나태주

하루같은 1년
1년 같은 하루,
하루그처럼
사라진 나 그리고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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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유강희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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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정창현

저물어 가는 한 해
삶에 기준일까?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보내는 가슴 속 쓰린 이 후련한 이
모두 각각 다른 의미를 주겠지

비가 온다.
들판에 소 떼가 풀 뜻 는다.
어린이 멱 감으며 즐기고
먹구름 한 덩어리지나 가는 찰나
김매는 농부 농주 한잔 참 들고

서리 내린다
곳 불 든 잎 얼굴 붉히고
갈무리 바쁜 농부 하늘 볼 틈 없고
조각구름 뜬 파란 하늘 높기만 하네.
살살한 서리 바람 불어오네.
동동 걸음 쳐 아랫목 찾는 어린이

눈이 온다.
핫바지 저고리 갈아입고
겹바지 저고리 서답 너덜하고
때묻은 마음 서답 너덜하고
목도리 칭칭 감고 눈물 흘리며
재물 받쳐 서답 삼는 부엌
가마솥 군불 지피는 늙은이
강아지 어린이 눈 위에 뒹굴고

동 장군 온다.
아랫목 차지 누가 하나
까치, 까치설날 저기 오고
한 해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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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최영희

12월은 신(神)이 준비한
새 손(客)을 기다리는
말끔히 정리된 숙박 집 풍경이다

봄내 여름내 가을 내내
산, 들, 바다
거리를 메우던 손(客)들
어느 곳 다시 꿈을 꾸고 있을까

어느 보이지 않는
부지런한 손(手)
한바탕의 삶의 흔적
말끔히 지우고 쓸고 닦고
오늘은 하얀 눈이 내린다

신(神)은 우리에게
다시 백지의 세상 주시나 보다
“자- 여기에 다시 멋진 삶 그려 봐”

12월이면 언제나 그렇듯
신(神)이 주시는 저 순백의 세상,
저 순백의 세상에 다시 그려질 우리들의 삶
행복한 그림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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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황지우

12월의 저녁거리는
돌아가는 사람들을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무릇 가계부는 가산 탕진이다
아내여, 12월이 오면
삶은 지하도에 엎드리고
내민 손처럼
불결하고, 가슴 아프고
신경질 나게 한다
희망은 유혹일 뿐
쇼윈도 앞 12월의 나무는
빚더미같이, 비듬같이
바겐세일품 위에 나뭇잎을 털고
청소부는 가로수 밑의 생을 하염없이 쓸고 있다
12월의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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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공석진

해가 저물도록 공복이니
긴 밤 눈물로 지새우려네
주섬주섬 길 떠나는 손님처럼
쉬이 기억에서 외면하여
고이 추억으로 남겨두려
십이월은 정녕 아니리

백치 무언극은 끝이 나
극적인 반전은 없었네
서둘러 장막은 다시 올라가
연회를 즐기는 사람들 속
동장군의 머리채를 잡아채
무대 복판으로 내달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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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김현승

잔디도 시들고
별들도 숨으면,
十二月은 먼 곳
窓들이 유난히도 다스운 달…

꽃다운 숯불들
가슴마다 사위어 사위어,
十二月은 보내는 술들이
갑절이나 많은 달…

저무는 해 저무는 달,
흐르는 時間의 고향을 보내고,
十二月은 언제나
흐린 저녁 終點에서 만나는
그것은 겸허하고 서글픈 中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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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양전형

행인들이 이따금 어깨를 움츠린다
언뜻, 가야 할 때임을 알아챈 은행잎들
말없이 욕망의 손 내리더니
무리 지어 허정허정 먼 길 나섰다
아아 해마다 이맘때 도지는 지병
내 안에서 세상을 앓던 수많은 단풍잎들
줄줄이 떨어지는 병
뼈끝까지 시려 온다 또다시 가야겠다

그렁그렁한 눈물 탈탈 털어내며
사람아 사람아
가슴이 벌겋게 아린 사람아
내 안에 들어와
함께 별을 헤아리던 사람아
어차피 세상살이는 눈물로 시작되는 것

들찬 어깨에 동동 매달리며
한사코 가지 않겠다던
가랑잎의 허튼 맹세는 들먹이지 말자
꽃잎이 늘 바람을 용서하여 왔듯
우리도 한때는
향기 그윽한 어느 꽃들이었듯
쓸쓸한 세상 마냥 품고
뒹굴며 뒹굴며 먼 길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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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윤고영

대륙에서 불어온 일군의 저기압이
중학동 골목안 냉기를 모두 데불고
어데론가 떠나고 있다

바람에 떠밀려
바깥으로 쏟아져나온
미이라들
한해 끝날에서 마냥 서러운듯
허공에다 손사래를 친다

천년을 골몰하며
시공을 넘어도
아직 할말이 남았을까

생멸의 그 언저리
가고 오는 인연의 반복일텐데
다시 되와야할 길을
우리는 또 바람처럼
떠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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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조남명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외로움 한 장
숫자들이 작별을 걱정한다

일월을 만났을 적
십이월 생각해야 했다
훌쩍 지나는 한해 꽁무니
다른 해 줄서서 들어온다
없어진다는 것은 아쉬운 것

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을 창조하고
인연은 또 다른 인연을 이어온다

세상의 덧없는 것들만
유한有限을 안타까워 할 뿐
세월은 안중에 없는 채 공전을 떠난다

나는 올 한해 어땠는가

새해엔 찬연한 새 빛 맞아야한다
문밖에 신난 개들이 닭을 쫓아내려
안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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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 홍윤숙

한 시대 지나간 계절은
모두 안개와 바람
한 발의 총성처럼 사라져간
생애의 다리 건너
지금은 일년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추억과 북풍으로 빗장 찌르고
안으로 못을 박는 결별의 시간
이따금 하늘엔
성자의 유언 같은 눈발 날리고
늦은 날 눈발 속을
걸어와 후득후득 문 두드리는
두드리며 사시나무 가지 끝에 바람 윙윙 우는
서럽도록 아름다운
영혼 돌아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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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 이동백

한해를 정리하는 마지막달입니다
해마다 그랬던 것처럼
올해도 아름다운 마무리로
미련 같은 거 남기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오고 간 우정과 사랑엔
고마움과 감사가 묻어나고
베풀고 나눌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로
함께 어울려 웃음꽃 피웠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동안의 희로애락도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도
훈훈한 온기로 눈을 녹이듯
오래 기억되는 여운만 남겨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뿌린 씨앗 정성으로 거두고
마무리는,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듯
좋은 씨앗을 간직 한 채
하얀 눈이 내리는 정겨운 풍경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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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벽 / 임영준

그만하면 되었다
손 벌리지 마라

마냥 휩쓸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
잔뜩 쌓는 것만이 정석이 아니다

깔끔한 마무리에
주눅 들지도 마라

이 골이 아니라도 잠들 수 있으리니
별똥별이라도 함께 앙망할 수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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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정호승

코끝 살짝 시릴 만큼 부는 바람과
맑디맑은 파아란 하늘이 아름다워
팔장만 끼고 걸어도 따뜻할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언젠가 읽었던 삼류 소설책 속
주인공들처럼 유치한 사랑을 해도
아름다워 보일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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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홍윤숙

내가 집을 떠날 때
집은 여명(黎明) 속에 빛나고
포도밭은 이슬에 젖어 있었다

바람은 숲 속에
색색의 꽃을 피우고
밤은 은밀히 새벽을 차리는
별들의 찬란한 식탁(食卓)이었다

나는 철없이 노래하고 마시고 잠들었다
시간은 아름다운 칼을 갈아
곳곳에 복병(伏兵)을 숨겨 놓고
한 밤을 밝히던 황금의 촛대와
삼천(三千)의 꽃송이를 쓰러뜨렸다

십이월(十二月), 한랭(寒冷)한 제국(帝國)에
쓸쓸히 운명하는 수만의 병사(兵士)
사살(射殺)된 여름
죽은 미래(未來)들
마지막 전선이 무너지는데

누구인가 그 속에 홀로
무너진 제국(帝國)의 밤을 지키고
죽은 여름을 다스리는 이

마지막 남은 이
침묵의 나그네
겨울의 주인이신
맨발의 분

내가 아직은 만나보지 못한 분
문 밖에 서신 분
12월, 한랭(寒冷)한 제국(帝國)을
다스리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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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 / 김사인

또 한 잔을 부어넣는다
술은 혀와 입안과 목젖을 어루만지며
몸 안의 제 길을 따라 흘러간다
저도 이젠 옛날의
순진하던 저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뜨겁고 쓰다

윗목에 웅크린 주모는
벌써 고향 는 꿈을 꾸나본데
다시 한 잔을 털어 넣으며
가만히 내 속에 대고 말한다

수다사(水多寺) 높은 문턱만 다는 아니다
싸구려 유곽의 어둑한 잠 속에도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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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을 열며 / 정종명

새해 꼭두새벽 붉게 용트림하는
태양 바라보며 소박한 소망 세웠다

중년의 우직한 황소걸음 걸었는데
지나온 시간은 사슴 같은 청년의 속도로
달려온 이 느낌 아이러니하고

한 해 허투루 살지 않으려 성취할
몇 가지 계획한 일, 어디쯤 와 있을까
점검하고 마무리할 시간 12월을 열어젖혔다

우주 만물도 한 해의 갈무리로 분잡한데
난 몸뚱이 하나 근사 못해 떡잎처럼
낙오된 지난날이 야속하고 살아갈 날이 두렵기만 하고

어둠 속에 밀쳐둔 갈고닦아야 할
소중한 보석 다듬어 풍요로운 삶에
한 축이 되도록 돼지 꼬리처럼 꼬여
짧은 12월 부산을 떨며 최선 다하자

나름 살아온 열한 달을 뒤돌아 볼
시간 미흡한 것 반성하며 꼭 이룰
소원 챙겨 후회없는 섣달을 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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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간구(懇求) / 김길리

전지전능하신 神(하나님)이시여
오곡백과(五穀百菓)의 결실을 감사하여
추수감사절을 보냈습니다

올 한 해를 보내는
이 마지막 달 12월은
아기예수께서 오신 성스러운 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008년 12월은
그 어느해 보다 힘들고 어려워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도드립니다

이 지구촌 전체가 경제사정이 어렵지만
우리나라 역시 매우 어렵습니다

그로 인하여
사회는 더 양극화되어
소외되고 가난해진 이웃들이 더 많아 졌습니다.

우리 들 주변의 이웃들이
추위와 굶주림의 눈물이 없게 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그들을
돌아 볼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채워 주소서

그들을 불쌍히 여기며
도움의 손길을 주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다 될 수 있게 하소서

이 지구촌 위에
가난과 질병의 고통이 없게 하시고
다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지구촌의 경제도 하루 속히 번창케 하여 주소서

또한 성탄절(聖誕節)에 즈음하여
미움과 증오의 태러와 전쟁도 없게 하여 주시며
온누리의 평강과
온 세계는 평화가 넘치는 기쁨을 누리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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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김사랑

내게서 이 시련을 가져가소서
아직은 난, 행복하고 싶습니다
지금도 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싶습니다

당신을 향한 사랑으로
새날을 꿈꾸고 싶습니다
바람 앞에서 꺼지지 않는 등불이고 싶습니다

아침이 오면
어둠의 시간이 사라질 것입니다
나를 절망하게 하고
나를 불행하게 하는
고통의 날들을 사라지게 하소서
진정한 마음으로 세상을 품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가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게 빛나는 세상
진실한 마음으로 숨 쉬는 사람
방황으로 짧은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말게 하소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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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이임영

하얗게 쌓인 눈 위에 발자국을 남기듯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내디딘 자취
어느 것은 바람에 쓸려가기도 하고
또 뚜렷한 흔적으로 돌이켜지는 것도 있습니다

어느 날은 눈부신 설원처럼 밝은 날도 있었고
눈보라 속에 시야가 가려
방향감각을 잃은 적도 있었습니다

행복했던 어느 시점에서
삶의 반열이 올려지기도 했고
한때는 나를 당황하게 했고
헤어나지 못할 것 같은 지난 기억들
돌아보면 이젠 아름다운 추억으로도 말할 수 있습니다

수확의 광주리는 결실로 채워진 것도 있고
가득 담겨있다가 바닥이 드러난 광주리도 있었습니다
재산처럼 귀한 새로운 만남도 있었고
납입기간을 놓쳐버린 고지서처럼
갚지 못한 마음의 빚도 있었습니다

빛을 제대로 알며
어둠 속에서도 빛을 찾을 줄 아는
영민한 눈이 있기를 바라며
나눔의 아름다움을 깨우칠 수 있고
무엇보다 실천하게 할 수 있기를
조용히 두 손을 모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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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정설연

12월 저녁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초대할 수 있는
사랑하는 마음을 가슴 안에 켜는
그렇게 고마운 겨울 저녁 되었으면 싶고
나와 함께 내 마음에 살아가는
고마운 인연들을
생각하는 시간도 내어 주십사 기도합니다

소리없이 쌓이는 하얀 눈의 고요를 닮고
가볍게 날리는 하얀 눈을 닮아
삶의 애증과 집착을 벗는 가벼움을 닮고 싶고
주어진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이루고자 하는 희망을 향해서
고요히 흐르게 해 주십사 기도합니다

내 것이라고 울타리 치는 세상
함께 누림으로 그 울타리를 거두는
그렇게 고마운 겨울이 되었으면 싶고
숨은그림 찾듯 삶 속의 감사함을 찾고
우리가 놓칠지 모를 아름다운 의미들을
찾아 낼 수 있게 해주십사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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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주선옥

타인의 헛점을 보려던
못나고 오염된
이기적인 허물을 벗게 하소서

정초에 심중깊이
서슬 푸르게 품었던 각오들
다 이루지 못한 나태의 껍질을

세상을 탓하며
치기어린 넋두리로 주절거린
습관된 일상의 불만 투성이를

아프고 시린 삶의
우중충한 그 기분 별로인
상처어린 핏빛 비늘들을

한겹씩 벗어 버리고
잠자리가 눈부신 날개로
창공을 날아 오르듯

흙탕물에서 향기롭게 피는
연꽃의 맑은 정기를 닮은
온전한 자신으로 당당하게

새로 돋는 날개를 달고
새해에는 태양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날아 오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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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지소영

산촌 호수에 드리운
한 해의 긴 그림자
뽀오얀 모시 적삼 접어 말듯
하나 둘 포개면

백설 얹힌
우뚝 선 산 봉우리
엉기었던 희노애락
묵묵히 덮으며 재운다

돌아 보면
길고 짧았던
웅성거린 삶의 음표들

슬픔 길었다 하자
웃음한 날 아침 이슬로
반짝였다 하자

두런 두런
어깨 겨누던 정
때론 짓궂던 긴 여정의 터널에서
알수 없던 파문으로
물결 되어 번지면
마음도 흔들
파도가 되기도 했다

해구름 덥썩 긴 비로 두들기면
함께 맞아 아프기도 했지만
모두
휘어진 등 아래 내리고 묻으며

12월 하얀 입김에
모아지는 두 손
추위에 떠는 영혼에게
따스한 불씨로
다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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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적 / 성백군

앞이
겨울이라 추울 텐데
마지막 달이라 기회가 없을 텐데
들녘이 그동안 채웠던 것들을 다 비워내고
나무들이 옷을 벗는다

항복일까 회개일까
목숨 걸고 해 보자는 것일까
1, 2, 3, 4, 5, 6, 7, 8, 9, 10, 11, 12월이
순서라면
12월 다음은 13월인데 1월이라니

기적이다
12월은 예수님의 죽음, 십자가의 대신 속죄고
1월은 부활이다

12월 31일,
해의 마지막이다
결단하자. 몇 시간 안 남았지만
제야의 종소리 듣기 전에  완전 죽어 보자
새해에 부활을 위해 우리들도 자연처럼
12월의 기적을 만들어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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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노래 / 이효녕

한해를
마무리해 보내는 겨울
12월이 다시 돌아오네
인생은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나뭇가지에서 놀던 참새는
어디론가 날아간 그 자리...
나이테를 하나 더 만들어
겨울안개 뒤에 서있네

북쪽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을 안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섣달
눈은 가장 가벼운데도...
달력 맨 끝에 서 있다가
허공의 허파에서 계속 숨쉬네

차가워진 가슴과...
들녘에 앉은 하얀 눈 사이로
다른 세상을 향하여.......
언제나...따스하게 안아주려는
또 한 세월을 향하여
그 숱한 생각들의 깊이를 향하여

한 해를 마무리해 보내는 겨울
12월이 다시 돌아오네
지금껏 살아온 삶을 돌아보면
숨겨진 향기가...겨울안개 뒤에 서서
떠도는 바람이 가슴을 두드리네
오가는 세월을 안고........

오~
지워지는 세월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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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소망 / 정태종

축복의 눈이 내리고
12월의 겨울은 웨딩마치의 노래이다

강산이 변하고 또 변하고
부대끼며 견디어온 세월

하늘에 변하지 않은 별자리처럼
언제나 그곳에서 반짝이는 별을 가슴에 않는다

인공 호흡기에 매달린
초라한 인생길

그 길위에서 이정표가 되어 준
별하나 가슴에 않고 살아온 시간

더는 외롭지 않게
가슴 시리지 않게 기도 합니다

행복은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라
내 앞에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기에

어렴풋한 기억 저편에서 들려오는
웨딩마치의 노래 찾아

긴 시간의 맨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는 12월에 바라는 소망 하나

당신의 길위에 흔들리지 않고
별이 빛날 수 있도록 마음 편히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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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선물 / 윤보영

나를 위해 애쓴 11월을 보내니
12월이 웃고 다가섭니다.
이제 이 한 달은
새해 맞을 준비에 바쁠 테고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도 많을 테지요.

그럴수록 여유를 갖고
잊고 지낸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어야겠어요.

가슴 찡한 감동을 담아
고마운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도 좋고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부지런히 달려온 내 일 년이
일생의 튼튼한 주춧돌이 될 수 있게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야겠어요.

12월이 나처럼 행복하게
내가 12월처럼 행복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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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엽서 / 오애숙

12월의 저물대 앞에서 숙연해 지는 이 현실
수박 겉핥기 식 삶이 목표물과 상반 된 까닭

현실의 문 냉혹하기에 누에고치가 세상 밖에
나오기까지 꿈틀 대던 그 마음 품고 달리려고
매순간 백미터 달리듯 쉴 틈 없는 현실의 시각
분초 쪼갠 가쁜 호흡 맘에 너울 쓰고 가고있어

가을 날의 풍성함 뒤로 저마다의 서글픈 사연
옹이진 맘 달랠 틈 없이 고지 향하여 달려가니
끝내는 목표 향해 한 걸음 한 걸음씩 가고있어
올 한해 겨울 햇살 속에 윤술 반짝거릴 기대로

[인내는 쓰나 그 열매 달다] 그 끈을 놓지 않고
우리 끝까지 포커스 목표물을 향해 달려가며
승리의 깃발 펼쳐 함박 웃음꽃 만발하게 웃고
사랑의 손길로 주변을 향해 내 밀어 봅시다요

내 그대여 우리 함께 사랑과 격려 맘속에 품고
수박 겉햝기 아닌, 끝까지 최선 다하는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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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편지 / 이철우

정말 정신없이 달려온 2016년
넘어지고 다쳐가면서 여기까지 달려왔다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다달으니
지나간 세월의 흔적을
나에 발목을 묶어놓고 싶은 마음뿐
생각 할 틈도 여유를부릴 시간도 없이
또 한해를 보내야 한다니
아쉬움만 가득할진데 2016년 일기장만
한쪽.두쪽 펼쳐보게 하는구나
마중과 배웅만 되풀이 되는 삶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버려야하거늘
과연 난 무엇을 버렸는가
내 일기장엔 무엇을 적고 무엇을 지워쓸까
숲과 함께 걸어야 한다는거
살아야 한다는거
모두가 다 소중하다
수많은 세월을 잊고 살아온 인생
분명한 것은 비울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며 걷자
이제부터라도 비우고. 내려놓는 것에 대해
실천을 다짐하면서 12월을 보내자
새벽의 여명이 밝아오면
마음의 문을 활짝열고
오늘에 아침을 살짝 들여다보며
시작 하겠지
조금만 더 마음의 문을 열자
얼마나 더 걷고 걸어가야
비우고. 내려놓는 마음에 문이 열릴까
걷다보면 먼저 욕심의 문이 열리니
서글퍼지는 마음뿐이다
인연으로 맺은 작은 만남
고작 그것뿐인 삶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오래도록 지속하려면
서로 사랑하며 서로 보듬어가며
더불어 함께 숲길을 걷고 싶다
내년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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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향기 / 이종숙

눌러 놓았던 세월
날개 털듯이 털면서
마지막 달을 바라봅니다.

늘 하는 12월의 다짐
쓴웃음으로 아쉬움에
미소 짓습니다.

숨차게 달려온 마직막 달
새해라는 희망을 손에 쥐고
속삭입니다.

정을 나누는 이들에게
안부를 물어보고
심신을 전해 주는 향기 나는 달입니다.

12월은 모든 사람들이
축제하는 마음으로
웃음을 담아 주는
온화한 그릇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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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야기 / 이희정

하얀 눈 하늘에서 내리고
사랑은 너와 나 가슴에서 태어나고
모두가 축복인 이 시간을
사랑이라 말할까요
다시 올 기약이라 쓸까요
거리에는 네온 불빛 휘황하고
이별 노래 떠 다녀도
우리에겐 시작인 은총을
부디 잊지 말아요
부디 잊지 말아요

세찬 바람 빈들에서 불고
만남은 너와 나 눈빛에서 생겨나고
모두가 기쁨인 이 저녁을
그리움이라 말할까요
오래된 약속이라 쓸까요
창가에는 따스한 등불 걸리고
보내는 마음 아파도
우리에겐 새로운 언약
영원히 간직해요
영원히 간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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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오면 / 우태훈

한껏 기대에 부풀어오른다
사각사각 내 님이
오실 것만 같기 때문이다

내 님이 오신다면야
내사 장미의 뜰로 나아가
맞이하리라

내 님은 장미의 궁전 뜰로
오신다고 하였다

하냥 슬픔에 젖어 오시는
님이건만 내 반갑게
맞으러 나아가오리다

12월이 오면 한껏
기대에 부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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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기온 / 정숙자

함박눈
풍경소리
내 체온에 닿자마자
저혈압의 빗물

때때로
막힌 채 뚫리는 밤아,
무슨 일로 이렇듯
소년의 무릎처럼 참신하냐

발자국꽃 돌려 찍으며
손가락 빠알가니 뭉쳐먹던
눈달걀의 추억

한 해가 또 인사를 하려는데
북서풍에 내걸린 시선,
뚜껑만이 푸른 삶에의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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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산책 / 황동규

쥐똥나무 울타리 밑에서 주워든
얼어 죽은 참새의 별난 가벼움,
빈 뜰에서 싸락눈 맞고 있던
철없이 핀 장미의 전신 추위,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여자의 살짝 들린 둔부
를 내리누르던 흑바위 같던 얼굴의 어둠,
이들 때문에 하루를 흐리게 한 죄 없느냐 묻는다면,
물으시는 분과 함께 골목길을 오르겠습니다.
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물건만 잔뜩 문밖에 내논 쓸쓸한 가게들을 지나
힘없이 싸우고 있는 두 여자를 지나
줄기는 말랐어도 늙은 호박 하나 늠름히 앉아 있던
지금은 비어 있는 슬래브 대문지붕을 지나
시든 줄기 두셋 꽂고 잠든 꽃자리들을 지나
쥐똥나무 울타리까지 가겠습니다.
없는 것보다는 그래도 있는 것이 설레게 하는군요.
쥐똥나무에는 여태 까만 열매를 달고 있는 것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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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에는 / 홍수희

어서 빨리
구유를 만들어야겠네

구멍 숭숭 뚫린 바람벽에는
진흙을 개어 덧바르고
시종 부스럭대는 황소와 나귀에게는
마른풀이라도 실컷 먹여야겠네

어서 빨리
구유를 만들어야 하겠네

가장 깨끗한 지푸라기를 골라
폭신한 잠자리를 만들어드리고
아기 깨실라 십이월에는
걸음도 살금살금 걸어야겠네

부디 화려한 요람은 마다하시고
무시 받는 구유에 누우시는 아기
소외된 이 가슴에 누우시는 아기

어서 빨리
구유를 만들어야 하겠네

거치른 기억은 곱게 다듬고
모가 난 욕심은 둥글게 깎아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금발의 아기
편히 쉴 구유를 만들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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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겨울밤 / 박광호

매운바람
눈보라치며
갈대밭 휘젓지만

초승달은 무심한 듯
만월의 꿈 키워간다

만월이 일그러질 땐
올 일년이 다 가는데

심야에 잠든 세상
삭막하고 외롭구나

금년보다 내년은 어떨까
아픈 흔적 애써 지우며
신년을 바라보는 마음은

엄동에 봄을 그리는
나목의 꿈과 같도다

생과 사
단절 없는 역사속에
또 한 해를 마무리 하며

움츠려 감내와 인고를 익히는
겨울이 무겁게 무겁게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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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끝에서 / 정유찬

사랑한 날이
미워한 날보다 많았는지
슬프고 힘들었던 날보다
행복했던 날이 더 많았는지

12월의 끝에서
지난 날들을 떠올려보고 있어

보석같은 날들을
가슴으로 살았니 머리로 살았니
얼마나 웃고 살았어
아니면 찡그렸어

투명한 날들을 뿌연 눈으로 보낸건 아닐까
별이 찬란하던 밤
내가 깨어있었는지 잠들어 있었는지

난 거울을 봐
거울 속의 나를 봐
아름다워진걸까 추해진걸까
무엇이 변한 것일까

밤이 깊어만 가네

한해가 또 저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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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의 나무 / 김대식

유월의 푸름보다
십이월의 앙상한 나무가
더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화사하게 꽃피운 봄 나무나
열매 한가득 매달린 가을 나무보다
풍요로운 열매 다 털어내고
한두 개쯤 까치밥을 남겨둔 앙상한 겨울나무가
더 아름다워 보이는 때가 있다.

미움도 때로는 사랑이라는 걸 안다면
우리의 삶이 더 행복일 텐데
그리움이 미움만큼이나 마음속에 자리 잡는 걸 느낄 때
미움도 쌓이는 정이라는 걸 안다.

해마다 십이월의 앙상한 나무를 보면서도
유월의 푸름만 흠모했지
채우고 채워도 다 털어내야 하는 걸 아는데
나의 쉰 해도 이미 저물었다.

낙엽은 거저 버려지는 걸로만 알았지
새싹의 밑거름으로 자양분이 될 줄이야
오랜 풍상에 경륜이 쌓인 나이테가
더 우르르 보이는 존귀하게 빛나는 거목들

십이월의 나무가 유월의 푸름보다
더 숙연히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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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의 나무 / 이성두 

잃은 듯 잃지 않은 듯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휘돌아가는 강물처럼
허리에 절취선의 띠를 두른 채

그렇게 바람은 엉엉 소리를 내며
세월은 지나갔다

붉은 꽃과 푸른 잎맥의 질문을 낙엽으로 남긴 채
나무와 바람이 마주 보고 선 십이월

어디선가 캐럴송 한자락이 선뜻 그리운
세상의 골목길들 송년으로 저물어 가고

늦은 햇살처럼 길고양이의 뒤를 따라가다
문득 되돌아보는 바람의 노을 젖은 눈동자

미끄러지는 기억들을 주섬거리며
가랑잎이 헐렁한 지상을 쓰는데

인연은 가혹한 흔적을 남기고
남은 서른 날의 십이월이 나를 부축한다

잃은 듯 잃지 않은 듯 세월은 포개지고
허리에 절취선을 두른 채 내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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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사랑의 달 / 하영순

산과 들
골목골목 구석구석
찍어 놓은
발 도장이 얼마나 될까

감춰 놓은 자국마다
사색의 실타래를 풀어
씨줄 날 줄 엮어
베를 짜리라

고운 실 곱게 뽑아
비단 짜서 복주머니를 만들고
고운 마음 크게 뽑아
가마니를 짜고
그 안에 꼭꼭 사랑을 다져 담아

숨길 머무는 우리 사는 세상에
남김없이
날려 보리라
하얀 눈송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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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길목에서 / 안숙자

11월 곧게 뻗은 길에
잠시 굽은 등을 숨길 곳도,
배회할 곳도 없어
낭만과 감성이 잠들어버린 레일 위를
등 떼밀리듯 생각 없이 달리다가
삼나무 숲에 정화된 산소를 호흡하며
12월의 오솔길로 들어가 보자

끝과 끝이 훤히 보이지 않아
여유를 부려도 좋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구도의 에움길에 서서
텅 빈 하늘이라도 좋다
올려다볼 여유가 있다면
눈썹에 앉는 순간
흘러내릴 진눈깨비라도 좋다

죽은 듯 잠들어버린
감성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면
무색무취의 바람 그 향기에도 취할
소녀보다 민감하고
예민한 아낙이 되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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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촛불 기도 / 이해인

향기 나는 소나무를 엮어
둥근 관을 만들고
4개의 초를 준비하는 12월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우리 함께 촛불을 밝혀야지요?

그리운 벗님
해마다 12월 한 달은 4주 동안
4개의 촛불을 차례로 켜고
날마다 새롭게 기다림을 배우는
한 자루의 초불이 되어 기도합니다

첫 번째는 감사의 촛불을 켭니다
올 한 해 동안 받은 모든 은혜에 대해서
아직 이렇게 살아 있음에 대해서 감사를 드립니다
기뻤던 일, 슬펐던 일, 억울했던 일, 노여웠던 일들을
힘들었지만 모두 받아들이고 모두 견뎌왔음을
그리고 이젠 모든 것을 오히려 '유익한 체험' 으로
다시 알아듣게 됨을 감사드리면서
촛불 속에 환히 웃는 저를 봅니다

비행기 테러로 폭파된 한 건물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뛰어나오며
행인들에게 소리치던 어느 생존자의 간절한 외침
"여러분 이렇게 살아 있음을 감사하세요!" 하는
그 젖은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두 번째는 참회의 촛불을 켭니다
말로만 용서하고 마음으로 용서 못한 적이 많은
저의 옹졸함을 부끄러워합니다
말로만 기도하고 마음은 다른 곳을 헤매거나
일상의 삶 자체를 기도로 승화시키지 못한
저의 게으름과 불충실을 부끄러워합니다

늘상 섬김과 나눔의 삶을 부르짖으면서도
하찮은 일에서조차 고집을 꺽지 않으며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했던 날들을
뉘우치고 뉘우치면서
촛불 속에 녹아 흐르는
저의 눈물을 봅니다

세 번째는 평화의 촛불을 켭니다
세계의 평화
나라의 평화
가정의 평화를 기원하면서 촛불을 켜면
이 세상 사람들이 가까운 촛불로 펄럭입니다
사소한 일에서도 양보하는 법을 배우고
선과 온유함으로 사람을 대하는
평화의 길이 되겠다고 다짐하면서
촛불 속에 빛을 내는
저의 단단한 꿈을 봅니다

네 번째는 희망의 촛불을 켭니다
한 해가 왜 이리 빠를까?
한숨을 쉬다가
또 새로운 한 해가 오네
반가워하면서
다시 시작하는 설렘으로 희망의 노래를
힘찬 목소리로 부르렵니다

겸손히 불러야만 오는 희망
꾸준히 갈고 닦아야만 선물이 되는 희망을
더 깊이 끌어안으며
촛불 속에 춤추는 저를 봅니다

사랑하는 벗님
성서를 읽으며 기도하고 싶을 때
좋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마음을 가다듬고 촛불을 켜세요
하느님과 이웃에게 깊이 감사하고 싶은데
적당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마음이 불안하고 답답하고 힘들 때
촛불을 켜고 기도하세요

촛불 속으로 열리는 빛을 따라
변함없이 따스한 우정을 나누며
또 한 해를 보낸 길에서
또 한 해의 길을 달려갈 준비를
우리 함께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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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 가기 전에 / 박우복

해가 지기 전
빈들에 서면
더욱 붉은 12월의 노을

기다림의 한계를 망각하고
수시로 넘나들다
뿌리를 내려버린
노을빛 그리움

12월이 가기 전에
사랑해야 한다고
더 사랑해야 한다고
조용히 기도를 올리며
남은 날들을 헤아려 보면
짧은 햇살이 안타까워진다

바람이 스치는 언덕처럼
한 해의 끝을 보며
무작정 도착한 내가 밉지만

12월에는 아픔을 딛고라도
그대만을 위한 기도로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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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살구나무 / 곽상희

십이월 살구나무는
사월이 오기 전 부터
진작 꽃이 피었다가

서둘러 꽃자리 비우고
서둘러 열매를 맺는다

유월 따가운 햇살 골라
그의 몸 더욱 더 벙글거리고
물과 빛의 장도(長刀)로
까칠한 껍질 노랗게 밀며
세상을 넓힌다

사춘기의 흔들림 꾹꾹 참으며
청춘의 꿈. 대. 울. 일으키는
살구나무의 자랑,
살고 탄탄해지는 아픔은
축복이다, 어느 선교사는
그가 있는 곳은 그런 것 없다고

십이월 살구나무는
첫눈 오는 날,
사뿐사뿐, 삼월 꽃피는 소식 들리는지,
더욱 힘차게 뿌리를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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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추억 이야기 / 반기룡

눈이
흐벅지게 내리는 날이면
동구 밖 언덕 위에서
대나무 썰매 만들어
겨울을 훨훨 날고
대나무 스키 만들어
겨울을 달리던 지난 날이
대롱대롱 머리에 걸린다

뒤로 넘어져
뒤통수가 납작해지고
콧잔등이
얼얼하던 날의 연속이었다

추위도 마다 않고
겨울을 화톳불처럼 껴안고 지내던
동심의 세계가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저 멀리 굴뚝에는
굴뚝새가 합창하며 날으고
집집마다 저녁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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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이라는 종착역 / 안성란
 
정신 없이 달려갔다
넘어지고 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달려간 길에 12월이라는 종착역에 도착하니
지나간 시간이 발목을 잡아 놓고
돌아보는 맑은 눈동자를
1년이라는 상자에 소담스럽게 담아 놓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여유를 간직할 틈도 없이
정신 없이 또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을 남겨 버린다
지치지도 않고 주춤거리지도 않고
시간은 또 흘러 마음에 담은
일기장을 한쪽 두 쪽 펼쳐 보게 한다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는 인생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버리는 삶이라지만
무엇을 얻었냐 보다
무엇을 잃어 버렸는가를 먼저 생각하며
인생을 그려놓는
일기장에 버려야 하는 것 을 기록하려고 한다

살아야 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두 가지 모두 중요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간직해야 한다면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소중히 여기고 싶다
많은 시간을 잊고 살았지만
분명한 것은 버려야 할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다

하나 둘 생각해 본다
버려야 할 것들에 대하여
나는 12월을 보내면서 무엇을 버려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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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종착역 12월 / 최한식

어느덧 이 한해도 다 지나가고
이제 쓸쓸한 겨울 찬바람 많이
내 곁을 스치는구나,

좋은날 굿은 날 그 풍파 이겨내고
이 해의 마지막 종착역에 다달아 왔구나
아파하던 날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고,

좋았던 날을 생각하면 웃음이 나오는
그러나 이제는 한 해를 정리해야 하는
내 마음에 석양이 물들어오니,

이해의 마지막 끝자락
오늘도 분주히 하나하나
정리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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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되는 십이월 / 송정숙

십이월은 왜
따뜻한 목소리가 그립고
사랑을 받고 싶어지고
사랑도 많이 주고 싶어지나

십이월이 되면
걸어온 길 돌아보며
스쳤던 인연들이
그리움이란 등불로 켜진다

한번뿐인 인생을 생각하다
나만 생각하고 베풀지 못 한 일
무어그리 대단한 자존심때문에
놓쳐버린 살가웠던 만남들

우리 모두 모닥불 같은
불씨가 살아나는 십이월
그리움 가득한 눈빛이
가로등으로 줄 서는 지금

따뜻한 느낌의 수채화 한 점
내 생활 문 앞에 걸도록
미련과 아쉬움,정으로
그리움이 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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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펄쳐본 한해 / 김영래  

하루종일 희뿌연 하늘로
시야를 가리던 날씨가

어둠이 깔리자
도시의 네온 불빛과

황사가 겹쳐 희로애락의
혼란 스럽던 사연을 덮어 버리고

고요함 으로 위장을 하며
아름다움으로 빤짝거린다

고속 도로를 달리듯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과
느리게 살려는 느낌의 마음과

줄다리기를 하던 시간도
12월 마지막 달이 되면

비로서 한해를 되돌아 보는
신호등처럼 멈춰서 상념에 잠긴다

만감이 교차하는 정리의 달이며
분주함을 추수려 보는 반성과
미로 같은 질곡의 의미를

밤하늘에 펼쳐놓고
찬 바람과 섞어 음미해보는데

방한복으로 무장한
눈매 깊숙이 외로움의
그늘이 서려 있는것 같아

편치않는 마음에
가슴이 싸~하게 저미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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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이 가지 전에 / 허영자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
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

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
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

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
그 늙은 슬픔 위에

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눈은 내려라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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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 경한규


또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아쉬움과 작은 안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립니다

봄볕 같은 햇살에
땅 끝이 다시 파릇파릇 되살아나
겨울이 겨울답지 않다고 투덜거리다가도
가던 길 멈추고 별빛 끌어내리면
이내없는 이들의 가슴에 스미어
참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12월의 플랫폼에 들어서면 유난히
숫자 관념에 예민해집니다
이별의 연인처럼 22 23 24...... 31
자꾸만 달력에 시선을 빼앗깁니다
한 해 한 해
냉큼 나이만 꿀꺽 삼키는 것이
못내 죄스러운 탓이겠지요

하루하루
감사의 마음과 한 줌의 겸손만 챙겼더라도
이보다는 훨씬
어깨가 가벼웠을 텐데 말입니다

오는 해에는
이웃에게 건강과 함박웃음 한 바가지만
선물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우리는 누구나
홀로 떠있는 섬과 같습니다
못난 섬
멀리 내치지 않은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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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언저리 끝자락에 서서 / 오애숙

아무렇지도 않았던 이맘 때가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게 뭔지
아련히 맘속 살랑이는 헛헛함
침몰해가듯 가라앉은 이 느낌

지는 해 속에 어둠 뚫고 찬란히
더 밝게 빛나련만 낙조 타고 간
그 때 그 사람의 뒷모습 보는 듯
쓸쓸한 마음 다시 헛헛해 온다

올해도 많은 이들이 하늘 속에
잔별 되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아있는 자의 서걱이는 맘도
외면 한 듯이 제 갈 길로 갔다

마음 비우고 나의 남은 날들과
남은 시간 헤아려 볼 수 없으나
사랑하며 아끼며 고마워 해야지
부족한 재능 이웃에  열매 맺자

비바람이 몰아 치는 칼바람 속
상록수로 사랑의 휘파람 불며
마지막 생애 끝까지 열어가자
내님의 향그럼 닮자 다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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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 이해인

마지막 잎새 한 장 달려있는
창밖의 겨울 나무를 바라보듯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의 달력을 바라보는 제 마음엔
초조하고 불안한 그림자가 덮쳐옵니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은 실천했나요?
사랑과 기도의 삶은 뿌리를 내렸나요?
감사를 잊고 살진 않았나요?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저녁놀을 바라보는 겸허함으로
오늘은 더 깊이 눈 감게 해주십시요.
더 밝게 눈뜨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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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속에 피어나는 희망 노래 / 오애숙

아쉬움 물밀듯이 다가와 손짓하나
짓눌러 밀어 넣는 쓴미소 날리고파
오늘을 가슴으로 화알짝 여는 마음

한겨울 나목의 숲 벗어나려는 마음
나에게 아직은 해야 할 일들 있기에
하얀 눈 송이처럼 꿈의 동산 만들리

새로운 맘으로 한해 동안 힘들었던것
12월 창 앞에 털어 가슴에서 삭이고서
잘못된 소소한 것 바로 잡아낸 겸허함

십이 월
송이송이로
가슴속에 피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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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점점 멀어져 가는 시간을 앞에 두고
당신은 무슨 생각에 잠기시나요
황무지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멈추지 않고 걸어온 시간을 뒤로하고
당신은 또 무슨 꿈을 꾸시나요

날마다 정성스레 가꾸어 온 삶의 밭에
봄날의 푸른 잎과 향기의 꽃
뜨거운 눈물로 익은 보람의 열매를 기억하며
등잔 같은 당신의 겨울밤을 위해
마음의 두 손을 모으고 아늑한 평온을 기도합니다

당신은 지금도 당신보다 추운 누구에게
선뜻 따뜻한 아랫목을 내어주지 않던가요
당신의 마음으로 세상은 따뜻해요
얼어붙어 깨질까 두려운 12월의 유리창에
당신을 닮은 하얀 눈이 인고의 꽃으로 피어나는 계절

또 한해의 행복을 소망하는
당신의 간절한 기도에 귀 기울이는 동안
나는 작은 물방울의 떨림으로
얼지 않는 당신의 계곡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사막에서 길어 올린 한잔의 물이
희망의 정원에 파아란 새싹을 틔울 것을 믿습니다

허리를 휘감는 바람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고 묵묵히 걸어온 당신에게
은은한 위로의 차 한잔 건네며
이 한마디 꼬옥 전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한해는 휼륭했노라' 라고....


__________ * 55편


12월 / 나태주
12월 / 유강희
12월 / 정창현
12월 / 최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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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황지우
십이월 / 공석진
십이월 / 김현승
십이월 / 양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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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윤고영
십이월 / 조남명
12월 1일 / 홍윤숙
12월에는 / 이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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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벽 / 임영준
12월의 시 / 정호승
12월의 시 / 홍윤숙
섣달 그믐 / 김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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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열며 / 정종명
12월의 간구 / 김길리
12월의 기도 / 김사랑
12월의 기도 / 이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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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정설연
12월의 기도 / 주선옥
12월의 기도 / 지소영
12월의 기적 / 성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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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노래 / 이효녕
12월의 소망 / 정태종
12월의 선물 / 윤보영
12월의 엽서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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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편지 / 이철우
12월의 향기 / 이종숙
12월이야기 / 이희정
12월이 오면 / 우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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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기온 / 정숙자
십이월 산책 / 황동규
십이월에는 / 홍수희
12월의 겨울밤 / 박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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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끝에서 / 정유찬
십이월의 나무 / 김대식
십이월의 나무 / 이성두
12월은 사랑의 달 / 하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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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길목에서 / 안숙자
12월의 촛불 기도 / 이해인
12월이 가기 전에 / 박우복
십이월 살구나무 / 곽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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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추억 이야기 / 반기룡
12월이라는 종착역 / 안성
한 해의 종착역 12월 / 최한식
그리움이 되는 십이월 / 송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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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에 펄쳐본 한해 / 김영래
섣달 그믐이 가지 전에 / 허영자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 경한규
12월 언저리 끝자락에 서서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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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서 / 이해인
12월 속에 피어나는 희망 노래 / 오애숙
12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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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시 모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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