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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겨울

12월 시 모음 4

+ 12월 / 김이듬

저녁이라 좋다
거리에 서서
초점을 잃어가는 사물들과
각자의 외투 속으로 응집한 채 흔들려 가는 사람들
목 없는 얼굴을 바라보는 게 좋다
오늘의 결심과 (決心)과 망신 (亡身) 은 다 끝내지 못할 것이다
미완성으로 끝내는 것이다
포기를 향해 달려가는 나의 재능이 좋다
나무들은 최선을 다해 헐벗었고
새 떼가 죽을 힘껏 퍼덕거리며 날아가는 반대로

봄이 아니라 겨울이라 좋다
신년이 아니고 연말, 흥청망청
처음이 아니라서 좋다
이제 곧 육신을 볼 수 없겠지
음푹 파인 눈의 애인아 창백한 내 사랑아
일어나라 내 방으로 가자
그냥 여기서 고인 물을 마시겠니 ?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널 건드려도 괜찮지 ?
숨넘어가겠니 ? 영혼아 ,
넌 내게 뭘 줄 수 있었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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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노수옥

찻잔을 놓쳤다
찻잔에 담긴 이야기가 바닥으로 흩어졌다
노팅힐에서 사온 장미꽃무늬가
오후 2시와 함께

집을 비운 사이 동백꽃 화분이 시들었다
꽃이 되려고 애쓰던 꽃망울도 허망하게 떨어졌다

생일선물로 내게 온 만년필
서랍에 갇혀 서서히 검은 피가 말라가듯
귓바퀴에 간직한
숨소리가 희미해지는 아버지
놓친 기억에도 이끼가 낀다

창밖 모과나무 가지 끝에 다닥다닥 열린
참새 울음도 바람에 쓸려간다

한해가 이제 뒤꿈치만 남았다

그렇게 곁에서 사라졌다
다시는 재생될 수 없는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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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오경택

시한부 생명의 운명 같은
한 장이 펄럭 거린다

그 여름
작열하던 태양도
윤회의 전설 속으로 숨어들고
코끝으로 왔다가
자연의 섭리를 채색하던
가을은 떠날 채비에 분주하다

미처
옷 벗지 못한 나뭇잎 하나
다시 올 생명 잉태에
파르르 떨고
무성했던 땅의 숨소리 죽여 가던
마지막 한 장
내 몸 보다 무거운 탄식에
펄럭 거린다


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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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조병화

작은 유리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포플라나무 가지 중턱쯤 걸려 있는
까치집

까치는 날아가고
빈 12월
겨울이 지나간다

모두들 어디로 갔나

쫒으며
쫒기며
가는 세월
가고 있는 세월

사람도
나뭇잎도
바람도
모두들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떠난 것들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고
생각 저편에서
아물 아물, 날로
손을 흔들며 죽어들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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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최대희

한 해를
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당신에게 주기로 한 사랑
너무 아꼈습니다
용서하세요

바빴다는 건 핑계일 뿐
뜨겁게, 사랑하지 못한 게으름을
반성합니다

새로 도착할 새해는
당신을 위해 쓰겠습니다

마치 장독대 위
소복이 쌓인 눈처럼
맑고 정갈한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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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최형심

텃밭을 빌려 고요한 곤충들과 놀았다. 눈꽃나무 아래는 조그마한 태양이 있다. 까치밥 아래를 떠날 수 없는 사람들, 밤새
구름을 개어두었던 불온한 의자에 앉아 꿈을 꾼다.

그 즈음엔 모이면 가무가 아닌 시위가 되었다. 치명적인 가설을 가진 이면지에 서투른 이력을 적다말고 백발에 면사포를
두른 여인이 휴일의 우편함을 넘겨다본다.

변두리 마을에는 소진한 노랫말과 사방이 투명한 세밑이 살고 있다. 우리를 지나친 익명에 대하여 생각할 때면 기억 속에
고이는 꽃들, 오해한 발자국을 불쑥 내미는 거다. 투명한 색맹이 아닌 동맹으로 무장한 산 아래, 저만치 입김을 불고 있는 저
녁. 오늘이 지나면 연식이 바뀔 구호들. 은행나무 아래로 내온 세간들 위로 달무리가 진다.

철제 계단 아래 그들은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 나이테를 엿듣던 뭇 시인들에게 손바닥을 내민다. 날마다 폭설이 내리는 눈
꽃 서식지에 앉아 훌훌 뜨거운 국물을 넘긴다. 새들은 계절에 복무하는 날개들을 펼치고 그런 밤에는 가난한 자의 아내는 더
가난하다.

주인 없는 잠들이 가끔 창밖으로 버려진다. 새해가 오면 그의 주먹과 구호는 낡을 것이다. 정화조에 가득 찬 어둠은 정화
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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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허호석

언뜻, 또 하나 간다
세월의 가지 끝에 남아있는 잎새
29. 30. 31 헤아릴 겨를도 없이
공과금 쪽지처럼 어김없이 계산은 끝난다

세월은 12월 말 출구에서
나이테 통행증을 교부하며
가는 게 누구인데, 세월을 탓하지마라 한다

모든 것들이 가는 줄도 모르게 멀어져 간다
만남은 이별이 예약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다하지 못한 것은 무엇이고
옷깃에 묻은 얼룩은 무엇이던가
지울까 말까 한 번쯤 뒤돌아보는
아직 이별이 삭지 않은 나는 강물이어라

여보야 우리 딱 좋은 만남인 것을
당신이 있으므로 내가 있음이니
동행하는 구불길인들 어디라도 외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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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령 / 유안진
   ㅡ 불씨

섧어라 남이 알까
불씨 한 알 가슴에 감추어

삭풍으로 깡추위로
바알갛게 달구어 가며

뉘 이름에다 불지르랴
다시 노리는 겨울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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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령 / 임영준

저 고개를 넘어가면
양지바르고 평화로운 마을이 있겠지

저 바다 건너에는
맑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있겠지

저 하늘 끝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태엽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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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 채린

군더더기 없는
그대를 만나고 싶다
경주로 행하는 지름길
어느 길가의 아담한 찻집처럼
녹차를 우려내며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생각을 더하고 싶다
1 더하기 1이 아닌
무한대의 상생의 혼을
12월 공간에
살찌우고 싶다

일 년의 마지막을 여는
새해의 첫 달을 준비하는
따스한 초 한 자루 밝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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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 용혜원

달력한장
남은 한해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잘 할걸
좀 더 열심히 살 걸
모두다 남지 못하고
떠나가야하는데

12월엔
보고픈 사람도 많아지고
12월엔
그리워지는 사람도 많다

눈 내리는
12월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새로운 해를
기대할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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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 원영애

나의 12월엔
하얀 눈 내리겠지

첫사랑 같은 설렘 위에
작은 새 다녀갔다고
발자국 남겠지

나의 마음 밭에
눈물은
흔적조차 녹아내리고
햇솜 같은 사랑
발자국 새겨놓겠지

나의 12월엔
바람도 지나가겠지
눈 쌓인 길엔
그림자도 손잡고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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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 이희숙

그리움이 얼마나 짙어
바다는 저토록 잉잉대는지
바람은 또 얼마나 깊어
온몸으로 뒤척이는지 묻지 마라
차마 말하지 못하고
돌아선 이별처럼
사연들로 넘쳐나는 12월엔
죽도록 사랑하지 않아도 용서가 되고
어쩌다보니 사랑이더라는
낙서 같은 마음도 이해가 되는 12월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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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 / 유홍준

싸구려 커튼을 치고 책상을 앉힌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사철나무 꼭대기에 새 몇 마리 날아와 앉았다 간다
너희에겐 명상이 없다 심사숙고가 없다
오래 입 닫고 있지 못하는 새여 오래 날개 붙이고 있지 못하는 새여 움직임만이 살아 있음의 증거, 그러나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무엇인가를 쓴다
무엇인가를 읽는다
어떤 문장 밑에 밑줄을 그으면 그 밑줄, 오랏줄이 된다
막막한 지평선이 된다
커튼을 밀치고 길게 멀리 사라지는 해나 바라본다
머리통이 작은 낙타와 대상(隊商) 몇 사람, 쓸쓸하다
헛것으로 보인다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에 살얼음이 낀다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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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 이영균

12월 춥다.
춥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앙상한 나무들 탓일까
얼어오는 손끝 시린 탓일까
다홍 입술 가려 곧추세운 옷깃

애써 따뜻한 생각을 해 본다
더운 김이 피어오르는 카페오레
한없이 포근한 그녀의 커다란 눈
안개꽃 잔잔한 미소

그래도 춥다
쓸쓸하다
12월은 따뜻한 그녀의 미소보다
바람에 쓸려가는
발소리 움츠러들던 기억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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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게 / 송문희

아픔이 울고 간 평화는 고요했다 그해 가장 먼 시간까지 견디느라 작은 아픔이 무한대로
커지는 동안 눈에 보이는 아픔들이 오래된 아픔에 귀가 멀어질 때

먼 가지 끝에 달린 슬픔의 무게가 점점 커져 이젠 어떤 슬픔에도 다시 시를 쓸 수 없을 때

슬픔이 사라진다는 것은 친구가 사라지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일까 가지 끝 새 한 마리
한참 마주보다 날아간 뒤 메마른 자리에 다시 슬픔이 고일 때

십이월, 너가 떠나고 한참 뒤 삶은 아름다운 슬픔이라는 것을, 시는 아름다운 고통이라는
것을, 삶의 절반은 슬픔인 것을 알았다

한바탕 사랑이 울고 간 계절의 뒤편이 젖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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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 이경옥

가고 또 가도 끝은 있으련가
한 해의 마지막 12월
기다리고 있을 것을 향해
값진 것을 이루기 위하여
숨 고르지도 못하면서
달음질하여 왔네

이제 12월을 뒤로하고
떠나려한다
기쁨으로 행복했고
안타까움으로 설레이고
이루지 못한 소망은
다시 새해에 희망으로 두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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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시 / 이명희

파도처럼 철석거리며 지나 간 날들이
한 겹 두 겹 허물을 벗어던진 雪 木처럼
겸허하게 서 있습니다 

반성문을 수없이 썼던 일기장에는
물 빛 같은 인연들과 소소하게 나눈 향기
숨죽인 채 엎드려 있습니다

보채는 외로움과 함께 허둥거리며
살아온 시간들 허기짐을 달래려는 듯
노을 속에 빛을 풀어 놓습니다 

하루하루를  아껴 쓰고 싶은 달
잠시 뒤를 돌아봅니다
거칠고 노둔한 삶이 눈물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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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집 / 길상호

지하층엔 구십 세 노인이 산다고 했다
남은 체온으로 심장을 돌리는데
계량기 눈금이 너무 천천히 움직였다

​일층에는 유령이 가꾸는 고무나무 화분

​이층에는 계약도 없이 몇 달째 거주하는 바람

​깡마른 시인이 짐도 없이 이사를 와
옥탑방을 채웠다

​말수 적고 귀가 어두운 세입자들뿐이라서
층간소음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도 반 이상은 죽은 몸
얼음이 낀 핏줄은 때때로 막히고
흐릿한 창 몇 개만 겨우 눈을 빛냈다

​동파된 방을 두고 떠날 때까지 한 달
시인은 한 편의 시도 쓰질 못했고
구십 세 노인은 나이가 한 살 늘었다

​일층의 유령과 이 층의 바람에게는
딱히 떠난다는 인사도 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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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소묘 / 강희창

창문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액자속
색 바랜 그림 한 폭

나목에서 영양실조가 보이고
거리는 동맥경화로 창백하다

거기에 냉하게 흐르는
항생제같은 저기압

한 복판으로 이방인처럼
내 또래의 사내 하나
웅크린채 들어가고

발밑에서는
빠각거림과 동동거림이
시리게 치통을 건드린다

가끔 언 캔버스에
흰색으로 덧칠해 보는
칙칙한 단색조의 화풍

이러니 철새들은
일치감치 떠났나 보다

정말이지
둥지 뜨기가
망서려지는 이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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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의 봄 / 이원문

섣달이라
이 섣달 지나면 그 정월인데
못 볼줄 알었던 그 정월인가
그 많은 날 그 고생 모두 저물고
하루 일 년 다르게 쇠약해지는 몸
몇 번의 정월을 얼마나 볼까

늙은 눈치
이제 그 눈치를 몇 번 보이고
말을 하면 참견 한다 하는 소리
그 말도 이제 망령으로 돌리는 놈
법이 있어 보약이지 그 약이 보약인가
그 첩약 그만 두고 망령이라 하지 마라

이 마루 끝
뭉쳐진 몸 끌고 기어 나가도
춘삼월의 봄을 꼭 볼 것이니
귀찮어도 그때까지 모두 참어 다오
저 추녀 끝 날 저물어 고드름 굳듯이
이 몸도 그때 되면 굳을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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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김덕성

아름답게 살아가는 12월에는
발자국 마다마다에 빛나게 하시고
감사의 노래를 부르게 하소서
 
사랑 이야기로 가슴에 꽃 피어
이웃과 두텁게 연을 맺어
나눔의 사랑 공간을 넓게 하시고
사랑의 꽃이 곱게 피게 하소서
 
날로 각박해져 가는 세상
따뜻한 정이 가물처럼 흘러
서로 믿음으로 살아가게 하시고
소망의 빛으로 빛나게 하소서
 
12월 거센 바람 앞에서
따뜻한 그리움만 남게 하시고
작은 마음에 꽃이 피어
사랑의 발자국을 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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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김동수

해 뜨는 생각으로
가슴을 붉게 물들었던 시간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노을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저녁입니다

이리저리 헤매던 세상 길
비탈진 삶 속 부족함 속에서도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지내온 것도
돌아보면 감사할 뿐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잘한것보다는 못한 것을
깨달아 마음을 추스르게
지혜 주심도 감사합니다

마음으로 걸었던 순간순간이
지나고 보니 다 나 아닌
세상 사람들의 관심이고 사랑이었습니다

하늘처럼 높고
바다같이 넓은 마음은 아닐지라도
선한 내 마음이 그들에게
사랑이길 기도합니다

오는 해에는
겸손한 마음으로
분수를 아는 선한 모습으로
누구를 만나든 편안한
친구 같은 사람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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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도지현

하얗게 내린 눈 위로
누군가 지나간 발자국
그 위로 또 눈이 쌓이더라도
다시 찍는 자국은
사랑의 흔적이게 하소서

차가운 바람
코를 베에 물고 가더라도
가슴은 봄 뜨락의
따사로운 햇볕이게 하소서

빈한한 가슴에
허기까지 겹쳤다 하더라도
신이시여
그들의 곳간은 풍요롭게 하소서

파리한 영혼 삭막하더라도
여름 숲 속의 윤기 나는 푸름
가을 들녘의 넉넉함이
가슴을 가득 채워
차가운 겨울밤 따스하게 지핀 온기,
신이시여
모든 이들에게 밝음을 주는
별보다 찬란한 등불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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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윤여선

뼛속 깊이
애틋한 축복의
음성 틔우는
12월 곱다 한 하늘이래

갈 곳 없어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 위

구원의 비명 토하지
못 하고
냉동의 몸덩이
늙은 생명
저 가여운 영혼
당신 자식 일진데

정녕
평등한 삶의 양식
이 땅 위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까

신이시여
그릇된 양심 거부
굶주려 죽는 것 죄라면
이 목숨 가져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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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윤영초

마지막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시간
저 멀리 지나가 버린 기억 차곡차곡 쌓아

튼튼한 나이테를 만들게 하십시오

한해를 보내며 후회가 더 많이 있을 테지만
우리는 다가올 시간이 희망으로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십시오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 안부를 띄우는 기도를 하게 하십시오

욕심을 채우려 발버둥쳤던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며
잘못을 아는 시간이 너무 늦어 아픔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우리 가슴마다 웃음 가득하게 하시고
허황된 꿈을 접어 겸허한 우리가 되게 하십시오

맑은 눈을 가지고
새해에 세운 계획을 헛되게 보내지 않게 하시고
우리 모두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모두가 원하는 그런 복을 가슴마다 가득 차게 하시고
빛나는 눈으로 밝은 세상으로 걷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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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이명희

어둠과 밝음의 음영에서
깊게 바라보시는 마음으로
저의 그늘을 더 환히 보시어
선하신 계획과 이끄심으로
맑은 투정 같은, 불빛 같은, 사랑 같은,
밝은 영혼으로 익어가게 하소서

당신의 눈길
당신의 마음
당신의 숨결이 제 안에서 출렁이는 한
당신의 사랑이 제 안에 담겨져 있는 한
한없이 약하고 두렵고 떨리는
저의 심장 영원히 뛰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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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노래 / 김이진

거친 숨결
차가운 바람
따사로운 햇살
내 뜨락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앙상한 나뭇가지
마지막 잎새
내 영혼은 춤을 춘다

무엇을
얻기 위한
몸부림인가

아름다운 날의
내 작은 영혼
바람이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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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노을 / 이원문

늘 그렇듯
12월이면 1년이 모아지고
모으는 12달이 한 두달씩 흐려진다
그것도 어렴풋이 흐려진 달 짚어보면
무엇을 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근심의 몇 달만 다음을 기다리고
나머지는 밤과 낮이 모두를 거둬갔다

1년의 나
그렇게 버리고 잃고 잊은 날
1년 안의 나는 나를 몇번 보았나
이 1년이 아니라 보낸 세월이 그렇듯
나는 나를 빌어 그 무엇을 얻었고
다음이 있다면 무엇을 안겨줄까
1년이 모으는 달 기억에서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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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마음 / 홍문표

해마다 이맘때면
화해외 은총을 생각하면서도
마음은 앙상한 한그루 나무이다

이미 책갈피에 끼워진 풀잎처럼
매마른 시간을 뒤척이며
씻겨간 바닷가의 잔해를 보며
한동안 소란하던
도적맞은 드녘을 보며
일그러진 얼굴과
지쳐버린 동공사이로
스쳐가는 바람소리

눈덮인 초가집
그 단란한 식구들의 언어가 그립다
밤새 호롱불을 밝히며
달리던 강가
장승백이 언덕
교회당 가는 골목길
진달래 화관쓰고 얼굴을 감싸주던
내 고향의 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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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벽두 / 허태기

사람의 일생은 땅에 떨어지는 즉시
금방 사라지는 진눈깨비와 같고
어제까지만 해도 새로운 한 달인가 싶더니
금새 일년의 마지막 달로 접어들었다.
오늘도 떠오른 해는 그토록 푸른 시절을
어느새 멀찍이 밀어내어 버리고
새하얀 백발이 되어
눈 내린 산의 정상처럼
덧없는 세월 앞에 침묵할 뿐이다.
낡은 것, 지난 일은 모두 비워
새로운 날 새로운 일을 위하여
마지막 남은 한 달 동안 하루하루 최선의 삶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여 버릴 것은 흔연히 버리고
새로운 인생 새 삶의 출발을 위해
깨어있는 삶의 끈을 한순간도 놓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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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안부 / 신경희

서리 맞은 나뭇잎처럼
가슴은 시렸습니다.

당신에게 닿기위해
돌부리에 넘어지며
돌돌거리는 시냇물처럼
굽은길 곧은길을 몇겹을 돌아
강물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잠든 후에도
소리없이 흘러가는 세월처럼
묵묵히 바다로 향하는 마음
때로는 세상을 할퀴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다운 꽃향기를
전해주는 바람과 친구가 되어
당신에게로 갔습니다.

서리 내린 꽃잎처럼
가슴이 시립니다.

반짝이는 은빛의 수정처럼
당신에게 빛나고 싶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눈속에
살아움직의는 하나의
눈꽃이고 싶습니다.

서리내린 얼굴이
차갑기만 합니다.
긴 기다림 저편에 있는
푸른 바다를 기다리며
오늘도 당신께 안부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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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일기 / 전진옥

한 장 남은 달력, 12월이군요
어느덧 겨울이 온 모양입니다
길 풀섶 작은 풀꽃마저도
제 미소 잃고 꽃향기마저 사르니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허공 하늘에 바람 소리
휑하니 쓸쓸하지만
여름내 흘린 땀방울이
바람 소리 그립게 하듯
겨울 여백도 아름답습니다

떠나보내야 함은
언제나 아쉬움이 가득하고
오고 가는 계절의 순환 앞에
또 새로운 무언의 희망이 열리니
처음처럼 새로이 태어나는 마음

온몸으로 솟구쳐 꿈을 펼쳐내는 태양처럼
내 삶의 이유가 아름답다면
올 한해도 나눔을 주신 고마운 분들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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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하늘 / 이원문

볼 수록 먼 하늘
마음이 멀어 그런가
그려지는 그 옛날
하늘이 시렵고
산도 그 산 더 시렵다

그 앞산 산마루
추위에 떨던 그 옛날
뱃속에 죽 한 그릇
인생이 시렵고
그 양지녘 찾았던 날

바람 막이 볏짚
몇 단 쌓아 막았었나           
구름에 가려지면
그마저 헛된 일
홋껍데기의 그 양지                 

볕 잃고 떨던 날
아궁이불 그리운 집
무엇이 저녁인가
허기의 뼈 아픔
먼 산 위에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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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첫 차 / 박진표

햇살 아래
눅눅한 마음
툭툭 털어
가지런히 널어 놓고

가만히
두 눈 감고
불어오는
바람이 들려주는
겨울 이야기 들어봅니다

바람과 구름은
세월을 데려오고

시간은
초침과 분침 업어
무거운 삶의 무게
잠시 잊고
눈을 감아 마음을 비우라 합니다

값없이 내려주는
한 줌 햇살이 고맙고

나를 위하여 허락한
하루의 모든 삶의 노래가
가슴 시리게 마음을 닦아줍니다

마음으로 듣는 노래
엄마의 품처럼 따스하고
배부른 희망 욕심껏 가슴 채우며
행복한 마음으로
12월의 첫 차를 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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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무의 섣달 / 이원문

이맘때의 섣달이면
눈도 많이 내렸고
춥기도 무척이나
그리 추웠던지

옷 얇아 그랬나
양지도 그 잠깐
바람까지 날카롭게
옷깃에 스며 들었고

늘 찾았던 짚까리
그 짚단 얼기설기
바람막이 해놓으면
쬐는 볕 따뜻하니

바라보는 먼 산 위
까마귀 매 맴 돌았고
바람 부는 곳마다
시려운 일기들

그 일기가 어제일까
아니면 오늘일까
잃어버린 동무의 얼굴
그 양지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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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의 마음 / 이원문

날 가까워지는 줄 모르고 기다리는 마음
섣달그믐 초하루면 다들 모이겠지
저놈의 손주놈들 뭐 그리도 좋은가
끝으로 막둥이 왠 종일 보채대고
큰놈들 옷 사달라 투정하며 졸라대네
쌀말이나 퍼내야 설쉘 것인데
쌀독에 쌀은 얼마나 있는지
큰일에 쓰고 나면 봄 양식이 모자랄 것인데

어멈은 이 시할미 마음을 알고나 있는지
뭔 말을 하면 참견한다 싫어 할 것이고
말을 해야 하나 아니면 그만둘까
밭떼기 하고 논 마지기나 부쳐 먹던 것
초하루 지나 보름이면 또 얻어야 할 것인데
아범은 그 논 마지기를 더 부쳐 먹을 것인지
하루 한 달 다른 몸 눈 쌓여 못 나가니
끼고 앉은 화롯불만 식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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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넘어져 / 김선자

가는 해를
따라잡지 못하고
풀썩 넘어졌습니다.

일어서지 못한 체
빠르게 지나가는 해를
늘어지게 불러봅니다

한낮의 열 삭힌
검붉은 저녁노을
나지막한 소리 들려옵니다.

늦지 않게 일어나
임인 년에 다시 만나자는
품은 소리 들려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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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보내며 / 홍사윤

신축년 12월의 달력이
마지막 잎새처럼
찬바람에 외로이 매달려
내일을 기약하는 눈물을 흘린다

희망을 품고
푸른 꿈을 간직하며
모든 걸 내주며 살아왔던 날들
미련 없이 떠나련다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다지만
떠나는 허전한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움의 눈물이 흐른다

과거 속으로 떠나도
추억만은 간직하고 가려 하니
그리움이 남아 있거든
날 잊지 말아 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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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을 지나며 / 목필균

마른 잎 한 장 매달린 은행나무

한 해의 쪽수를 넘기려면
저런 안간힘으로 아쉬움을 버텨야 한다

세상살이 점점 어렵다는 이즈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동굴 속처럼 어둠이 고인다

그 어둠 속에서
말갛게 떠오르는 얼굴
흔들리는 촛불처럼
그리움이 술렁거린다

내리막길 가파르게 내달리다
주춤주춤 잠시 쉬어가는 길목에서
드문드문 전해지는 안부

내년에는
후미진 골목 식당에서라도
밥 먹는 기억을 만들 수 있을까

가렸던 두 손 내려놓으며
무디게 12월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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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종소리 / 김금자

광장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지고
교회 탑에 반짝이는 별들이 세상을 밝히면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설레었던 추억

거리마다 울려 퍼지던 징글벨 소리와
아이들과 나들이하던 행복한 웃음소리
세상에서 최고의 멜로디였는데
아빠 손에 들렸던 큰 선물 상자는 어디로..

사랑의 온도를 높여주던 자선냄비
땡그랑거리는 종소리 홀로 외로운데
코로나 선별 진료소 앞엔 끝없는 인파

느닷없이 기습해 온 코로나
마스크 뒤에 많은 것을 가두고
평범한 일상의 행복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마지막 달력이 반쯤 찢긴 세월

송구영신, 제야의 타종에 맞춰
실패와 절망의 무거운 짐을 벗어
흰 소의 멍에에 매워 보내고
임인년 푯대에 희망 하나 건다

삶이 어렵고 육신이 힘든 사람들에게
코로나보다 더 큰 종소리 들려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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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월에 서서 / 유영서

안팎으로 비우는
달이 있습니다
일 년 삼백예순 닷새가
조용조용
비우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돌아다보니
사랑도 많이 받고
얻을 것도 많이 얻었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마지막 남은 잎새가
손짓 몇 번 하더니
그마저 놓아 버립니다

모두 다
비워 버리고 떠나는 달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릎 꿇습니다
석양의 노을빛이
아름답게 무대를 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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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의 친구 / 이해인

1월에는
가장 깨끗한 마음과 새로운 각오로
서로를 감싸 줄 수 있는
따뜻한 친구이고 싶고

2월에는
조금씩 성숙해지는 우정을 맛 볼 수 있는
성숙한 친구이고 싶고

3월에는
평화스런 하늘 빛과 같은
거짓없는 속삭임을 나눌 수 있는
솔직한 친구이고 싶고

4월에는
흔들림 없이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으로 대할 수 있는
변함없는 친구이고 싶고

5월에는
싱그러움과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우리 서로에게만 전할 수 있는
욕심많은 친구이고 싶고

6월에는
전보다 부지런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한결같은 친구이고 싶고

7월에는
즐거운 바닷가의 추억을
생각하며 마주칠 수 있는
즐거운 친구이고 싶고

8월에는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힘들어하는 그들에
웃는 얼굴로 차가운 물 한 잔 줄 수 있는
여유로운 친구이고 싶고

9월에는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고독을 함께 나누는
분위기 있는 친구이고 싶고

10월에는
가을에 풍요로움에 감사 할 줄 알고
그 풍요로움을
우리 이외의 사람에게 나누어 줄줄 아는
마음마저 풍요로운 친구이고 싶고

11월에는
첫눈을 기다리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열중하는 낭만적인 친구이고 싶고

12월에는
지나온 즐거웠던 나날들을
얼굴 마주보며 되내일 수 있는
다정한 친구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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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과 1월 사이 / 김헌수

그래 드러내지 않을게

​졸피뎀을 털어 넣고
기쁜 사진을 찍어볼게

프레임의 각을 맞추고
밀실에서
감도를 높일 때
움직이다가 적막해지는
멈추었다가 다시 처음 바라보는

​기다란 액자와 삼각대
무지개 색 양산을 들고

​접사렌즈를 들고서
캐논 필름을 만지던 사람이
암실로 들어갔다고

​피사체를 따라가며 고정되었던 우리
경험이 녹아든 욕설을 주문처럼 외웠던 우리
노출을 말하고
플래시를 터뜨리며 찍은

​오래 전 사진 한 장

​건너편에 켜진 푸른 등을 향해 질주하는
시선이 마구 뒤섞였던 십년 전 우리,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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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의 기도 / 양광모

이미 지나간 일에 연연해하지 않게 하소서
누군가로부터 받은 따뜻한 사랑과
기쁨을 안겨주었던 크고 작은 일들과
오직 웃음으로 가득했던 시간들만 기억하게 하소서

앞으로 다가올 일을 걱정하지 않게 하소서
불안함이 아니라 가슴 뛰는 설렘으로
두려움이 아니라 가슴 벅찬 희망으로
오직 꿈과 용기를 갖고 뜨겁게 한 해를 맞이하게 하소서

더욱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바쁠수록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부족할수록 조금 더 가진 것을 베풀며
어려울수록 조금 더 지금까지 이룬 것을 감사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삶의 이정표가 되게 하소서
지금까지 있어왔던 또 하나의 새해가 아니라
남은 생에 새로운 빛을 던져줄 찬란한 등대가 되게 하소서

먼 훗날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볼 때
그 때 내 삶이 바뀌었노라, 말하게 하소서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으리니
새해는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한 해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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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끝자락에서 / 류인순

새해 첫날 받아 든
한해 삶을 그려야 할
빈 도화지 한 장

날마다 알록달록
수많은 이야기로
틈 없이 채워왔네

분홍빛 시작으로
빨강 노랑 파랑까지
그 틈새로 회색도 하나

12월 징검다리 건너
새로 열릴 생방송 무대
더 고운 색 채우려면

곱디고운 장밋빛 물감
하나 더
서둘러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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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끝자락에서 / 목필균

한줄기 바람으로 흐른다.
멈출 수없이 날아다닌 시공의
긴 터널 속에 박쥐처럼 드나들던
어둠과 빛이 뼈에 박히고
돌부리에 채여 멍든 엄지발톱이
이제쯤 깎여 나가 잊혀질만한 아픔도
연륜 속에 상처로 묻혀진다.

한 줄기 강으로 흐른다.
언제나 낯선 허공 속을 퍼덕거리며
미숙하게 날갯짓하는 작은 새가
내일이라는 반투명 공간을 향해
접었던 날개 다시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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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내리는 비 / 이종인

12월에 첫 비가 내리면
망설임 끝에 무너져 내린 너의 입술과
내 입술이 만나는 날이다

우리 이러면 안 되..자나..요
그 말을 내 입술로 덮을 때는
사랑에 주린 나무들이 비에 젖어
우리를 훔쳐보던 날이다  

한 알 한 알 옷 단추를 풀어갈 때
너무 늦어버린 추억처럼
이제는 몸을 떨지 않아도 된다

비가와도 젖지 않는 그 날이 오면
나무들이 완전한 사랑을 나누는 걸
우리가 바라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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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하얀 기도 / 염인덕

눈이 내리네
새하얀 눈이 하염없이 내리는데
엄마 품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네요

세상이 힘들다고 한숨 쉬기보다
이렇게 하얀 눈이 내리 날
잠시 쉬어 행복했던 날들을 기억해봐요

지나온 시간은
우리에게 힘든 고통의 날들이었지만
내일의 희망에 꿈 두 손에 꽉 쥐고
힘차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12월의 기도 안에서
코로나가 떠나가는 날
새날에 바람이 꽃을 피워
우리네 삶 속에 새로운 희망을 뿌려
하얗게 씻어 주겠지요

따뜻한 손길로
힘내라고 어깨를 토닥이며
마주치는 눈길마다
사랑의 꽃은 피겠지요

예쁜 마음으로
뽀얀 함박눈 가슴에 안고
하얀 눈 위에 우리의 발자국 남기며
잠시 현실의 아픈 고통 잊어버려요

희망을 꿈꾸면 좋은 날
좋은 시간 찾아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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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섣달 어머니 / 최명운

동지섣달
문풍지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에

호롱불은 꺼질 듯 기울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어머니 심지 같았습니다

눈이 하얗게 쌓인 겨울밤
어머니는 다듬이 방망이로
心身을 다스렸습니다

정겹게 들리다가 갑자기 빨라지며
리듬과 박자를 맞추며 한을 달랬습니다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쪼들림 때문에
부잣집 옷을 풀칠 다듬이질 해야

그 옛날엔 한 푼을 벌었으며
고구마나 감자가 주식이었으니

콩나물밥이나 무채 밥을 그것도 어쩌다
한 번 해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 옛날 동지섣달 그때는
정말 눈이 많이 내린듯하고

계곡에서 부는 삭풍도
더 차갑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새벽녘 산골짜기 덫에서
산토끼 한 마리 잡아올 때는

자식에게 떳떳하지 못한 어머니 심기도
활짝 갠 봄날이었습니다

을씨년스러운 겨울밤
어느 곳 어디 추운 곳에서

또 다른 친구가
달을 보고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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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또 12월이네 / 국순정

엄청 열심히 살었어
취미도 친구도 사치도 모른채
물론 누구의 강요도 없었지
그리야 허는줄 알었어

문득 돌아 보니
그렇게 가고싶은 디도 많고
만나고 싶은 벗도 많고
허고싶은 것도 많드라구

오메~또 12월이네

주렁주렁 매달린 감처럼
내추억도 그만큼인디
꺼내볼 생각도 못허고 살었어

바람부는 언덕에서
온몸으로 바람을 막고 서서
우격다짐도 혀보고
눈내린 벌판에서
엉엉 울어도 봤지

오메 또 12월이네

그저 팔자려니 살다보니
그렇게 살아 지더만

왜 안그랬겄어
좋은거 보믄 갖고싶고
맛난거 보믄 먹고싶고
이쁜거 보믄 사고싶고
다 그러려니 하고 넘긴거지

꽃다운시절 꿈도 많었어
그리던 미래도 있었지
현실은 녹녹치 않더라구
꿈은 그냥 꿈이드라고

오메~또 12월이여
우짜면 좋을까 잉~
마음만 급하고
해논것도 없는디

오메~또 12월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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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꿈꾸는 기도 / 오애숙

하이햔 꽃송이 피어나는 12월엔
가슴마다 차오르는 성탄의 기쁨
모아 모아 사랑의 향기로움 속에
삭풍 잠재워 휘~날리게 하옵소서

인류의 죗값으로 오신 내님 사랑
담금질 해 곰삭히어 피어난 향기
12월의 길섶 세모 속에 녹여 내사
따사로운 기쁨의 꽃 피워주옵소서

이웃과 이웃 사이  내님 뜻 향한
성탄의 기쁨으로 메아리 치는 맘
삶의 향기롬 가득 휘날리어 참소망
억눌리자에게  피게 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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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오신다 하여 / 호미숙

오소서, 그대여

동구 밖 12월 소식에
바람의 문을 열어두고 그대를 기다립니다

일기예보의 하얀 눈 소식에
백설로 길 잃을까 눈 쓸고 표시해두었습니다

코끝 시린 겨울 안부에
당신 머무를 사랑방에 화롯불 피워 놓았습니다

찬 바람을 몰고 온다기에
털실로 짠 커튼으로 문 틈새를 가렸습니다

철 지난 가을옷을 입었다기에
겨울옷 한 벌 마련해두었습니다

시린 손 비비며 총총걸음 재촉한다기에
그대 빈자리 입김으로 데워 놓았습니다

그대와 마주할 원탁 위에
커피 향 그윽하게 방안 가득 채웠습니다

12월에 오신다 하여
훈훈함의 겨울맞이 정성껏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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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달력을 바라보며 / 이인자

한 해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11월 달력을 넘겼다.

그러고 보니 달랑 남은 한 장의 달력
무슨 일을 어떻게 하며 한해를 보냈던가?

돌아보니 뽀오얗게 내리는 눈발에
하얗게 덮어버린 들판처럼
모두가 파묻쳐 아무 색갈 찾을 길 없다

기쁘고 즐거워 가슴이 따뜻해 졌던 붉은 색갈 있었고
외롭고 허전함에 파아랗게 질닌 형광색 있었으며
때로는 저무는 인생에서 낭만을 음미하여
포근함과 행복을 주는 황희의 황금빛도 있었으련만
이제 돌아보니 모두가 한가지 색이었음은...

아무리 헤쳐보려 해도
모두가 하아얗게 덮혀 버린 들판 처럼
뽀오얗게 묻쳐 버린 지난날은
무지개 색 어느 것도 찾을 수 없는 채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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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엽서-대림절에 / 김경숙

내 마음
얼마나 더 비워야
그대를 오롯이 안을 수 있나요

내 마음
얼마나 더 채워야
그대만을 사랑할 수 있나요

빙벽을 오르듯
서툰 낯설음에 다가서 보지만
닿을 수 없는 거리에
낙조는 타올라
이따금 눈이 시려옵니다

그대는 어디쯤 오고 있나요
시린 손 위에
마지막 남은 촛불 타오릅니다


_________ * 55편


12월 / 김이듬
12월 / 노수옥
12월 / 오경택
12월 /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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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 최대희
12월 / 최형심
12월 / 허호석
12월령 / 유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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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령 / 임영준
12월에 / 채린
12월엔 / 용혜원
12월엔 / 원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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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엔 / 이희숙
십이월 / 유홍준
12월 1일 / 이영균
12월에게 / 송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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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는 / 이경옥
12월의 시 / 이명희
12월의 집 / 길상호
섣달 소묘 / 강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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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의 봄 / 이원문
12월의 기도 / 김덕성
12월의 기도 / 김동수
12월의 기도 / 도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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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기도 / 윤여선
12월의 기도 / 윤영초
12월의 기도 / 이명희
12월의 노래 / 김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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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노을 / 이원문
12월의 마음 / 홍문표
12월의 벽두 / 허태기
12월의 안부 / 신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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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일기 / 전진옥
12월의 하늘 / 이원문
12월의 첫 차 / 박진표
동무의 섣달 / 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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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의 마음 / 이원문
12월에 넘어져 / 김선자
12월을 보내며 / 홍사윤
12월을 지나며 / 목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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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종소리 / 김금자
십이월에 서서 / 유영서
열두 달의 친구 / 이해인
12월과 1월 사이 / 김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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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의 기도 / 양광모
12월 끝자락에서 / 류인순
12월 끝자락에서 / 목필균
12월에 내리는 비 / 이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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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하얀 기도 / 염인덕
동지섣달 어머니 / 최명운
오메 또 12월이네 / 국순정
12월에 꿈꾸는 기도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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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오신다 하여 / 호미숙
12월 달력을 바라보며 / 이인자
12월의 엽서-대림절에 / 김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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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시 모음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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