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인 마당/시인 아 ~

오순택 시

====>


연둣빛 물이 든다.

나의 귀는
깨어나
향기로운 물푸레나무처럼
서 있다.

연한 목숨 곁에.

-------


댓돌 위에 잠깐 앉았다 간
순종 파르무레한 바람.

바람이
시린 발목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모과나무 견고한 어깨너머로
저녁 햇발이 지고 있었다.

마당귀엔
가족의 혼이 
더러는
개똥벌레로 살아나고 있었다.

-------


벌레 먹은 달빛의
언덕에
귀를 세우는
달콤한 입맞춤.

아직도 할 말을
다 
못한 듯하다.

딸기밭이 잠자고
강기슭에 매어 둔
뱃머리가 빛난다.

-------
+ 손

이웃집 가시내의 음성을
데생하는
나직이 고개 숙인 다빈치.

그의 손은
꽃의 정부頂部를 닮아 가고 있다.

=====
+ 꽃게

집게발을 치겨들고
무엇을 자르려 하느냐.

햇살이 고운 날은
짭짤한 바닷물에
등을 축이고
고동과 논다.

화가 치밀면
거품이 끓어오르다가도
시나브로 없어지고
자꾸 옆 걸음질을 한다.

고욤보다 작은 눈에 불을 켜고
슬며시 집을 나와 세상을 본다.

---------
누에

문도 없는 집을 짓고
스스로 들어앉아

여러 날 꼼짝 않고
무슨 생각 했는지

동그란 문 하나 내고
나비 되어 나온다.

----------
+ 무제

인생은
엎질러도 쏟아지지 않고
쉬어 갈 수도 없는 것.
산이 가슴에
메아리를 품고 살 듯
인생은
책갈피 속
인동忍冬 잎사귀의
마른 향기 같은 것.

---------
새벽

일찍 눈을 뜨는
새들의 기침 소리에 깨어나
삐딱하게 누워있는 지붕의
발가락을 보이며
삐꺽 쪽문을 연다.

고양이가 시렁에서
담배씨를 물고 내려오고
어제의 아름다운 꼬리가 감춰진다.

=====
음악

우리는 바닷가에서 살았다.

짭짤한 건반을 지그시 누르며
돌아오는 물결의 떼.

날개도 파닥거리지 못하는
들리지도 않는다.

이윽고 눈도 멀어 버리자.
들리지도 않는다.

우리는 바닷가에서 돌아와
현관을 지긋이 열고,

바다 냄새을 풍겨주고 있었다.

-----------
+ 달팽이

장심掌心에 닳은
젖꼭지만 한 몸으로
연녹색 바람이 잠자는
풀대 위를 기어 다니며
이슬을 핥아먹으면서도
똥은 꽃씨처럼 감촉이 있다.

꿀벌 등같이
귀여운 집에서
연구를 해야지
어지러운 먼지 번뜩이는
세상에 나와
두 개의 성냥개비 높이 치켜들고
무엇을 찾느냐.

귀는 아직 열 때가 아니다.

--------------
소녀에게

가녀린 목
흘러내린 선이 고와
치렁 머리
갈래로 틀고
가슴이 쪼끔씩
불붙으며
달아난다.
기차가 되어-
한 달에 한 번씩
멋있는 종착역에 내리며
감미로운 영롱한 리본을 맨다.
나비가 앉는다.

---------------
저녁 식탁

귤빛으로 익은
저녁이
차츰 다가앉는다

여린 혓바닥을 적시며
사기그릇을 비우던
그대,

램프를 닦는 손이
나직이 떤다.

담배씨만한
사랑이
밝혀진다.

=========
처녀의 방

처녕의 방 처마 끝엔
부리 고운 새가 잠자고
등 굽은 버드나무 갈색 잎새가
수런거린다.
커튼이 내려지면
램프에 점등할  불씨들이
나선형이 되어 기어다니는
갈망의 밤바다
깨어있는 처녀의 방에
한 달에 한 번씩
그해의 가장 고운 눈이 내린다.

------------------
봉숭아 꽃물

봉숭아꽃이
손톱에
고운 꽃물을 들여 주듯

나도 
너의 마음속에
연분홍 꽃물로 물들고 싶다.

---------------------
+ 드뷔시를 듣다

그녀는 등의자에 앉아
드뷔시를 듣고 있었다.

반쯤은 귀를 잠재우고
생각은 먼 바다 기슭의
모래알을 세고 있었다.

프랑시스 잠의 시구詩句같이
그리움이 가슴을 적시는
어느 오후,
그녀의 귀는
연둣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느릅나무 어린잎이 피어나면
한지韓紙에 수묵水墨이 번지듯
열브스름한 고요가 깔리고 있었다.

그녀의 귀는
반쯤은 음악이었다.

---------------------
루이 암스트롱

당신
정식으로 인사하지요.

통 넓은 바지를 입고
왜 그렇게 촌스러운지
누가 보면
퍽 쓸쓸하네요.

엘로니그로 나는
여름에 익은
강냉이 알처럼
누렇게 웃었지요.

높직이 떠는
당신의 손은
흰 집을 세우네요.

가장 높은 음으로
빛나는
눈동자 속에서
소중히 살고 싶네요.

================
떡갈나무 귀를 보듯

바람에
귀엽게 오므린
떡갈나무 유순한 귀를 보듯
담배씨만한
떡갈나무 갸름한
귀를 보듯
세상을 보자.
검푸른 눈빛으로




====2>
봄날

햇빛은 두근거린다.
지붕 위 단추만한 잎새 위에서도
뾰족한 풀잎 끝에

햇병아리 노란 부리로
콕 찍어보고 싶은
봄.

창 곁의 화병에
향내가 담기고
멧새의 부리가 반짝 빛난다.

몇 번 만난 바람도
나직이 소곤거리고
민들레의 귓가에
노란 솜털이 돋는다.

부리 고운 새들은
바삐 날개를 퍼덕이고
등의자도
바다도
쉼 없이 깨어나고 있었다.

-----------
영산강

맨 처음
누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는가.

푸른 속마음까지
다 알아서
너의 이름을 불렀을 때
부리 고운 물새 한 마리
풀피리를 불며
언덕을 따라 날아갔었지.

어느 여인을 고운 눈썹을 같은
하현달이 지켜보고 있는 밤에도
가강가앙 흘러가는가.

여리고 조금은 느리게 켜는
현악기같이
슬픔도 조금 얼비치는
영산강.

--------------
직소폭포*

누군가에게 직언하듯
내리꽂히는 저 폭포처럼
뛰어내리고 싶은 것은
깨어질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가.

삶이 어제로 돌아갈 수 없듯
분수처럼 다시 솟구칠 수 없기에
폭포는 하얀 꽃의 정부頂部를 닮는가.

궁둥이 펑퍼짐한 촌부村婦가
밭고랑에 앉아 쏟아내는
시원함이 이런 것인가.

향기로운 세상으로 가는
파리한 영혼처럼
폭포는 우리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뛰어내릴 때의 희열만큼
추락하는 것은 순수하다.

*직소폭포 : 전북 변산반도에 있는 폭포.

--------------
치과에서

내 비밀을 캐내세요.
당신은 나의 입술을 열었으니까요.
샘물은 퍼내도 퍼내도 청정하지요.
나의 이齒牙 사이에 고이는
물을 뱉었더니
꽃물이었어요.

썩었다고요.
그럼 뽑아야겠네요.
첫사랑 그 향내 묻은
백옥白玉인데요.
알몸의 시詩 이고요.

나의 이름 보셨지요.
혀의 삽이 파내는
알몸의
흥건한 살이에요.
그래요 항상 젖어 있어요.

아침에 입을 연 꽃잎은
오후에 입을 오므리지요.

===========
그 겨울 이후

겨울나무들이 기다리고 있었지.
프로스트 마을처럼
채과採果를 끝낸 가지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지.

따다 남은 과일 한 알마저 또렷이 보인 과일나무 곁
에서
우리는 오래오래 포옹했지.
철근 같은 팔뚝에 조여지는
쿵쿵 뛰는 가슴.
진한 꽃물이 들었는가.
빛나는 눈썰미 깨끗한 눈가에
한 알 이슬이 어리었지.

-망가져도 좋아요.
그냥 이대로가 좋아요.

황혼녘 종소리에 놀라 깨어나는
뼈마른 풀잎들의 귀를 밟으며 우리는 돌아왔었지.
그때 엄지손가락만한 굴뚝새 처마 끝에 숨고
순박한 호롱불 방문마다 켜지면
그윽하게 번져가는 겨울밤의 정수精髓.
그 밤의 풍요를.

입가에 가느런 웃음 머금고
참귀목 통나무 귀만큼
감미한 향기 스스로의 안에 가득 채웠지.

곰곰이 생각했지 고개 나직이
가장 고운 꽃을 꺾는 일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은 갈구渴求해야지.
나의 이 집중이 뿌리를 내릴 때까지 견디어야지.

그러나 재신이여.
천부의 재능을 가슴 깊숙이 싹트게 하시고
묵중한 목소리로 다스리소서.

그해에도 가장 고운 눈이 오는 저녁에
우리는 얼마나 할 일이 많았는가.
할 일이 많았는가.

겨울나무들은 기다리고 있었지.
프로스트 마을처럼
남은 과일 한 알마저 팔빛 반점 또렷이 보이면서.

---------------------
까치야 까치야

쬐그만 부리로
꽃씨만한 기쁨 물고 와
사립문에 놓고 가는
뒷모습이 예쁜 새.

고운 햇살
창호문으로 들어오는
오늘 아침
꽁지 까불며
우리 집 뒤꼍 대추나무 가지에 앉아
까작 까작 까작
칸타빌레로 노래한다.

---------------------
고요에 대하여

바람이 고운 날엔
창가에 앉아 시를 읽는다.

연회색의 일생을 회상하며
천진한 가슴으로
고운 몇 알의 꿈을 엮는다.

한 톨 씨앗의 단단한 껍질을 벗기듯
아름다운 이기에 취해서
포인세티아 깨끗한 살결을 드러내는
햇빛이 생선 비늘처럼 반짝이는 날은
짭조름한 모래알이고 싶었다.

연둣빛 바람이
느릅나무 잎사귀에서 잠든 날은
창가에 앉아 시를 읽는다.

---------------------
+ 채석강을 읽다

누가 저렇게 많은 책을
쌓아 놓았을까.

옛날 우리 선조들은
책을 수북이 쌓아 놓고
밤새 읽었나 보다.

아까부터
갈매기는 끼룩끼룩
날면서 읽고
파도는 철썩철썩
장난치며 읽는다.

달빛 푸른 밤엔
달랑게도
슬금슬금 기어와서
책갈피 넘겨본다.

==============
기차를 타고 가며

산은 고운 선을 드러내며
여인처럼 눕고
새떼들은 잠을 자러 가는지
바삐 빈들을 가로질려 날고 있었다.
외딴 마을 동구 밖엔
저녁 어스름 어슬렁거려
한 집 또 한 집이 등이 켜진다.
이 겨울엔 기도와 그리움으로
마음은 더욱 설레는가.
더러는 잊어버리고 살아온 세월이
화살같이 지나가고
문득 만남과 헤어짐도
일순一瞬.
한 모금의 담배나
쓴 커피의 맛을 감지하며
언제나 가장 고운 일생을 꿈꾸고
흔들리며 조금씩 흔들리며
산모퉁이를 감고 도는
기차를 타고 간다

-----------------------
매화마을에 간다

매화마을에 간다.

고운 모래 베고 누워
발가락 꼼지락대고 있는
섬진강 따라
매화마을에 간다.

청매실농원 홍쌍리 씨와 함께 살고있는
매화나무에 꽃이 피면
봄도 따라 온다.

봄비 오는 날
매화나무가 섬진강과 교접하여
새콤한 열매를 잉태한다.

나는 오늘 매화마을에 간다.

------------------------
+ 통영에서 만나다

청마*는 
정운*에게 편지를 부치고
중앙우체국을 막 나오고 있었다.

김춘수는
곰방대를 물고
동파랑 언덕배기
자그만 꽃밭 길을 산책하고 있었다.

박경리는
아침 일찍
텃밭에 나와 푸성귀를 따고

김약국 딸들은
유약국 골목길을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지나간다.

*청마 : 유치환 시인.
*정운 : 이영도 시조시인.

---------------------------
새는 꽃빛깔로 운다

새는 꽃빛깔로 운다.
새의 목소리는 꽃이다.

새벽녘 마알간 부리로
꽃빛깔 한 모금 물어다가
창 곁에 놓아두고
하늘한 실가지 끝
날개 접고 앉아서
보랏빛으로 운다.

수수깡 마른 줄기에
된장잠자리 앉았다 날아가는
어스름녘
창 곁에 귀를 잠재운다.

새는 
꽃이다.
꽃빛깔로 운다.

================
청자를 보고 있으면

여인의 숨소리가 들린다.

저 몸매

휘감기는 그 멋스러움이라니

아, 어느 여인의

삶이 저러했으리라.

-----------------------------
할아버지와 목기러기

1
할아버지는 오늘도
나무를 깎으신다.

나무는 눈빛 반짝이는
세상에서 가장 고운 살결.
기러기로 태어나려는지
날개 돋는 소리가 난다.
살구꽃 향내가 난다.

2
나무가 낳은 기러기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는 할아버지.

노랑제비꽃 핀
봄 길을 걸어가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셨는지
할아버지의 푸르스름한 얼굴에
기러기가 앉아 있었다.

3
살구꽃 꽃 빛깔 물든
북녘 하늘로
기러기 한 마리
끼륵끼륵 울며
날아가고 있었다.

* 남과 북으로 헤어진 가족의 상봉을 위한 시

-------------------------------
분청사기조화어문편병*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풍만한 자태 뽐내며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그 누구의 눈길도 외면하지 않은
저 당당함.
맨 처음 그의 둔부를 어루만졌을
도공의 손길은 어떤 빛깔이었을까.

푸르스름한 몸매여
도톰한 입술,
어디서 몇 번 만났던 것 같다.
도대체 맨 처음 어떤 빛깔이었기에
이처럼 오래도록 우리를 설레게 하는가.

우표로 세상에 그 모습 보여주기도 했고
도록 속에 숨죽이고 앉아 있기도 했다.
두 마리 물고기 안고 있는
그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났다.

온 우주가 비취색으로 좌정한다.

*분청사기조화어문편병 : 국보 제178호


=======3>
고전古典

물레를 돌린다.
할머니가 물레를 돌린다.
무명옷 곱게 다려 입고
할머니는 종일 물레를 돌린다.
하얀 목화송이 따던 고운 손.
고운 손으로 물레를 돌린다.
목숨처럼 목숨처럼 실은 감기고
세월이 감기고
목화송이 같은 고운 할머니의 일생이 감긴다.
인고의 세월,
그래도 겨울밤은 따스했다.
물레엔 세월이 감긴다.
목화밭 위를 호록 호록 날던
비비새의 울음같이
물레는 오늘도 슬픈 새소리를 내며
빙빙 돈다.
세월을 감는다.

---------
+ 등잔

너는
가슴속 심지를 꺼내
푸르스름한 불꽃을 피웠지.

뽀얀 얼굴 도톰한 몸으로
안방을 지키며
어머니와 함께
밤을 지새우기도 했지.

아버지의 기침 소리에
어머니가 방문을 열 때
파르르 떨던 너.

지금은
아주 귀한 몸이 되어
민속박물관에 얌전히 앉아 있구나.

---------------
방법方法 

높이 높이 떠서 여위는
달이나
나뭇가지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에게
마음을 주고
풀잎의 푸르른
숨결을 보며 살아간다.

꽃과 새의 노래를 분석하고
바람과 모래의 속살을 보며
상수리나무 잎사귀의
청정한 귀를 가진 우리는
삶의 의미를 캔다.

---------
+ 자유

햇살로 울타리를 짜고
산다山茶빛 행복으로 둥지를 틀자.

이윽고 겨드랑이에선
음악 빛 날개가 돋으리라.

비늘을 털고 날아오르는 새
천상의 악기.

끈끈한 혀의 뿌리는
떨떠름한 맛이 더 좋지 않은가.

꽃꼭지 떨어지는 정결함이랑
그 빛깔도 고와라.
노르스름한 살빛 드러내지 마라.

다갈색 불빛이 흘러넘치는
반 고흐의 방에서
꽃잎으로 눈을 씻고
몇 폭의 파도이리라.
아직은 별의 순결을 잃지 않은
미질의 개암.
노르스름한 빛깔이 더 좋지않은가.

꽃잎의 파도로 이불을 짜고
내오內奧를 다스리는 악기가 되자.

======
풍덩!
   ㅡ 선암사 해우소

삐딱하게 서 있는
손때 묻은
선암사 해우소 문짝.

빠끔한 문틈 사이로
달님이
갸웃이 들여다보고 있다.

풍덩!
똥 덩이 떨어지는 소리.

감나무 가지에 매달린
홍시 한 개
뚝 
떨어진다.

---------
한낮

햇살이 모여 앉아
귀를 적시는 나직한 음성으로
꽃의 정부頂部에 머문다.
그늘은 슬금슬금 뒤란으로 사라지고
참새떼가 날고
반짝 거울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오동잎사귀가 순한 바람을 만든다.
확고한 여유를 위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인식의 뜰을 거닌다.
밝음은 꽃잎으로 모이고
바람은 꽃의 가슴에 날갯죽지를 묻는다.
문득 한지에 번지는
잠자리 날개의 고요.

----------------
바다 연가

쓸쓸할 땐
바다에 간다.

푸른 바다 물결에 차고 오르는
새의 분홍 가슴같이
하루가 아름답게
펄쳐지는 것 본다.

썩지 않기 위해
출렁이는 바다처럼

나도 
바닷가에 닻을 내린
한 척의 배가 되어
흔들리며
흔들리며
살아간다.

----------------
새의 악기

우리나라의 새는
악기입니다.

까치는 이른 아침
사립문에 꽃물 묻은
햇살을 물어다 놓고
까작 까작 까작
타악기 소리를 내고

실개천 말뚝에 앉은
털빛 고운 물총새는
돌 틈으로 흐르는 물소리 같이
목관악기 소리를 냅니다.

가르마를 타듯
바람이 보리밭을 헤치고 지나가면
종달새는 피리 소리를 내며
돌 팔매질을 하듯
보리밭에 내려앉고

몸은 솔숲에 숨겨 놓고
꽃 같은 고운 목소리만
들려주는 뻐꾹새는
금관악기입니다.

우리나라의 새는
예쁜 악기입니다.

=========
유달에게

유달은
학처럼 날개를 접고 앉아
그 넉넉함 안으로 삭이며
감청색 바다 물결 소리에 귀를 씻는다.

애간장 녹여 놓고 떠난
난영의 가락처럼
바다는 속 깊은 마음
좀처럼 드러내지 않은데
갈매기 애절함 울음소리만
노을빛에 젖는다.

오지랖에 눈물 방울방울
맺힌다 해도
이별이란 아름다운 것.

오늘은
어느 예인藝人있어
너의 무릎 베고 누워
동백꽃 같은 사랑을 각인하랴.

유달은 이제
학처럼 날개를 펴고
바다를 향해 비상을 준비한다.

-----------------
+ 종이 운다

1
종이 되자.
온몸으로 울고
온몸으로 뉘우치고
온몸으로 고뇌하는
종이 되자.
숲속에 숨어서 피 울음 우는
뻐꾸기야.
고운 살빛 고운 마음까지야 숨길 수 없어
솔숲에 피 토하는
뻐꾸기야.
차라리 온몸에 묻은 끈적끈적한 죄
깨끗이 씻어버리고
맨살로 달아나는
번개같이 울어라.
소나기로 울어라.

2
조선백자 살결같이
신설新雪의 비늘로 부서지든지
연꽃잎 밟고 가는
수로부인水路夫人의 하얀 기침같이 부서지거라.

------------------
깨어있는 귀

여자의 얼굴엔
꽃잎이 기어 다니고 있다.

탁자 위엔
속살이 더 고운
수밀도가 놓이고
여자의 혀는
빨갛게 물든다.
사나이의 혓바닥엔
바람이 인다.

이윽고 여자의 귀는
연갈색 포구의 고요,
잠자는 꽃잎의 향내.

아까부터 쬐끔씩 선미船尾가 보인다.
쭈뼛 귀를 세우는
방그란 돛.

-------------------
어촌에 가서

미루나무 빨간
발바닥을 핥으며
물결은 기를 쓰고 기어오르고

징그러운 뱀처럼
미루나무 그림자는
바다 밑으로 내려갔네.

물결을 쓰는
바람을 맞으며
나이 먹은 뱃전으로 나는 내려갔네.

소금기 묻은 탁주를 마시며
사나이들은 닻 내린 갑판 위에서
고장 특유의 사투리로
샷세리오*의 화장법을 아는
귀가 바알간 처녀들의
가슴을 꽃처럼 열어주고 있었네.

* 샷세리오 : 프랑스 화가, '에스더의 화장'
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
봉천동에 와서

생활이 푹푹 빠지는
관악의 발가락 끝에서
우리의 고운 숨결
우리의 고운 마음까지
잠이 든다.

관악의 넓은 가슴을 베고
우리는 가장 고운 꿈을 꾼다.

달빛을 덮고
이제 잠들어도 좋으리.

------------------------
+ 가장 고운 시간에

녹둣빛 바람을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슬라브 여자는
귀 달린 통나무 반쯤 기울어진
쪽문을 열고 들어간다.
발가락을 보이며
나무 잎새들은
기울어진 지붕 위에서 잠들고
바람은
익숙한 솜씨로
과일을 익게한다.


====4>


하늘 빛 그리움이다.
생명 한 가운데서
언제나 꽃으로 피어
단란團欒한 연회색의 일생을
이야기하는
눈은
강낭콩 꼬투리처럼
예쁘다.

----------
먹돌
   ㅡ전봉건 시인

비에 젖고 있었습니다.
먹돌은 말없이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비는 충청도 어느 강가에서 본듯한
먹돌을 만지고 있었습니다.
마침 잘 만났다는 듯이
먹돌의 입술을 적시고 속마음을 적십니다.
비에 젖으며 먹돌은
어느 강줄기로 물을 모아야할지 생각합니다.
먹돌은 몸에 강줄기를 내고
비를 모으기 시작합니다.

비에 젖고 있었습니다.
한옥은 쉼 없이 비를 맞고 있었습니다.
비는 기와의 속마음을 적시고
서까래도 적십니다.

충정로 2가 현대시학사.
삐걱이는 2층 계간을 오르면
낡은 의자에 시인은 앉아 있었습니다.
시인의 눈은 비에 젖고 있었습니다.
먹돌에다 강줄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
내 연인

가장 고운 가슴으로
새의 노래를 듣는
빨간 귀를 가진
내 연인은 
보름달 뜨는 언덕에
연연한 그리움으로 선다.

잘 익은 석류의
불그레한 잇몸
뽀오얀 속 살결의
내 연인은 
생광生光의 달빛을
말斗로 펴서
비릿한 마음을 씻는다.

---------------
+ 3월의 뜰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한지에 번지는 묵화의 향 같은
늦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봄을 기다리는
나뭇가지를 어루만지는
저 은근함.
기다림은 이렇게 은혜로운 것인가.
가슴에 남은
다하지 못한
몇 마디의 말을 위하여
3월의 뜰에 내려서면
가슴엔
인동忍冬 잎사귀의 향기만 남는다.

===========
천경자 전

꽃을 꺾어
가슴에 꽂았다.
이윽고 꽃은
여인이 되었다.
여인의 눈은 꽃씨처럼 익었다.
노랗게 익었다.
나비 한 마리 날아와
슬픔처럼 가녀린
날개를 파닥이고 있었다.
꽃잎이 시나브로 지고
여인은 꽃을 이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배암이 눈 뜨고
슬픔처럼 슬픔처럼
여인은 목을 길게 뽑고 있었다.

----------------
황병 서시

자줏빛 그늘을 드리우고
가만히 속으로 웃고 있는
화병 곁에서
복숭아 빛깔의 거울이고 싶었다.

해바라기 불타는 얼굴처럼
향익은 과액으로 출렁이는 바다
바다는 창가로 다가오며
비늘을 털고-

아침
그의 가슴에 꽃을 꽂으면
생성의 아픔을 감지하여
그도 나의 가슴에
빨간 귀를 가진 시詩를 선사한다.

자줏빛 그늘을 드리우고
가만히 눈을 여는 화병 곁에
음악 빛 나비가
살포시 날개를 접는다.

--------------------
내 아기의 발

내 아기가 걸음마를 배웁니다.
맨드라미 쪼즈만 발자국입니다.

내 아기의 발은
하느님이 맨 처음 만든 발을 닮았습니다.
하느님이 맨 처음  만든 발이 걸어갑니다.

내 아기의 발걸음아
배춧잎처럼 싱그러워라.
꽃처럼 고와라.

내 아기의 발에 맞은 신발을
하느님은 만들어 놓았을까.

내 아기의 발만큼 이쁜
신발을
하느님은 만들어 놓았을가.

-------------------
+ 아내의 마음

몽당비 한 자루에도
마음이 쓰이는 일상에서
채소 한 단을 사는데도
인색한 나의 아내는
바다가 묻은 생선 몇 마리와
두어 묶음 미나리의 풋풋한 귀를 잘라
익숙한 솜씨로 생활을 요리한다.

사랑의 샘물을 펴서
꽃의 발등에 붓고
보이지 않게 조금씩 달이 차오르듯
손마디가 굵어지는
나의 아내는
솔잎같이 청청한
사랑의 헌납까지도
아, 그리도 고운 가슴일 줄이야.

부엌 천정에 쓰는 그을음.
굴뚝새가 물고 온 황색 저녁놀을 보며
나의 아내는 오늘도
귀를 씻고 눈을 지그시 감는다.

===========
샤갈의 마음

샤갈의 마을 사람들은
순진하다

샤갈의 마을 사람들은
하늘에 누워 잠잔다.

염소가 부는 피리 소리에
여인들은 지그시 눈을 감고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초록 꿈을 꾼다.

샤갈의 마을엔
11월에도
꽃이 지지 않는다.

----------------------
그해 겨울의 눈

 그해 겨울은 나무가지에 약속처럼 발이 고운 눈을 얹
고 가고 마른 풀잎들은 생명의 허무를 직감하여 더러는
눈을 털어버린 채 살랑살랑 맨살을 드러내고 있었지요.
 그때 우리는 초벌구이 벽돌로 쌓아 올린 운치 있는 찻
집에서 블랙커피를 마셨지요.
 강은 여름엔 발밑까지 기어 올라와 막 잡아 온 생선처
럼 파닥이다가도 이상하게도 겨울이 되면 목쉰 갈대의
발목을 잡고 괴로워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간혹 마른 기침을 할 때마다 성에 낀 유리창이
흐려졌어요. 그때마다 그녀의 스커트 사이로 수국색 신
경의 올이 보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동백꽃 입술보다 더 붉은 수줍음이
처녀의 문은 삐걱 열어주었을 때 귀밑 볼이 살짝 부끄러
워했지요. 창밖엔 나직나직 목화송이 같은 눈이 내리고
그녀의 몸에선 진한 커피 냄새가 났습니다. 정말 나는
그때부터 사랑을 알았습니다. 장작개비의 불꽃이 혀를
날름거릴 때마다 진한 갈색의 날개를 파닥거리며 이름
모를 새때들이 비상하기 시작했어요.
 아, 그해 겨울 이후엔 어떻게 되었는지 우리는 모릅
니다.
 오디 같은 젖꼬기, 장심掌心에 닳은 거무스름한 젖
꼭지 혀끝에 감기듯 내 예 강가에 섰노라니 강물은 저
혼자 무심히 깊어가고 있었습니다.

----------------------
+ 내 고향 사람들

고욤나무 열매에 단물이 들면
장독대엔 메주가 뜬다.
시래깃국 한 그릇도
이웃끼리 나눠 먹는
코끝이 시큰한 인정이 있다.
해가 지면
암갈색 새의 귀가 잠들고
담장을 너머오는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사투리에도 장맛이 들었다.
황갈색 농부의 얼굴에서
겸허를 배운다.

---------------------
우리나라의 산

비스듬히 누우며
둥긋한 자태 드러내는
산은
멀리서 바라보면
여인 같다.

아직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분홍 젖가슴.
고운 나이 처녀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펑퍼짐한 둔부 드러내고
아기를 잠재우고 있는
어머니 같기도 한 산.

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설레고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아까부터 산은
갈색 부리 박새를 품고
잘박잘박 걸어 들어간다.

==============
풀잎이 흔들릴 때

아픈 눈물을 아는가.
풀잎이여 너는
떨림으로 우주를 한몸에 지니고 있다.
누가 너의 몸놀림을
지워버릴 수 있으랴.
떨림으로 푸들푸들 살아나는
숨소리를
바람이 가까이 와서
더 큰 소리로 너를 깨워도
아파하지 않고 목마르지 않고
연둣빛 등허리를 드러낸다.
풀잎의 떨림으로
사람들의 혀가 떨리고
사랑의 풀피리가 파르르 떤다.
어지러운 봄 언덕
어질어질 피어나는 풀잎들의
혓바닥이 떨린다.
이슬 눈을 가진 풀잎의
예리한 끄트머리에서
쉽게 바람은 친교하고
보이지 않게 몰래 떠나가는
바람에도 괴로워한다.
풀잎의 몸부림 속에서 나는
맨살의 지구를 본다.

---------------------------
첫눈으로 너게 간다

첫눈이 내리는 날은
눈을 맞으며 걷는다.

눈은 어깨를 어루만지고
발밑에선 조그맣게 속삭인다.
가슴에 닿으면 빨갛게 탄다.

수런거리는 나목들의 몸짓
둥지 속 새들의 뒤척임.
눈은 쌓여 밤은 깊어 간다.
나직이 밤을 빨아들인다.

내 가슴속엔 하늘이 살고
빠알간 사랑의 불길
불길을 끄는가 눈은 내리고

아, 누가 이 가슴에 귀를 기울이나
굳어가는 꽃맥, 꽃맥이 안고 있는
내 가슴에 첫눈이 내린다.

----------------------------------
우리 마을에 저녁이 오면

동박새가 노을을 물어다가
떡갈나무 잎사귀에 놓고 가면
산은
초록빛 날개를 털고
저녁 어스름 속에
몸을 묻는다.

하늘엔
부리 고운 새가 물어다 놓은
이슬이 하나 둘
별이 되어 반짝이기 시작한다.

순박한 호롱불 빛이
지상의 별인 양
방문마다 켜지면
댓돌 위에 나란히 신발이 놓이고
노란 얼굴을 한 달이
쏘옥 고개를 내민다.



=========5>
+ 눈 3제(題) 1
  ㅡ전봉건全鳳健

노간주나무 잎사귀에
눈이 내려앉고 있었다.
3월에 오는 늦은 눈은
막 피어난 꽃잎 같았다.
노간주나무 귓가를 적시던
그해의 마지막 눈은
그해의 로터리 근처에도
내리고 있었다.
누가 금방 버스에서 내리고 있었다.
마침 잘 만났다는 듯이
발이 큰 눈이
그의 어깨에
내려앉고 있었다.

-----------------
+ 눈 3제(題) 2
   ㅡ김춘수金春洙

대구시 동성로
누가 쓸쓸히 걸어가고 있다.
발자국은 보이지 않고
12월의 뜨락에 내리는
싸락눈 같은 여운만 남는다.
어디론가
쑥국새가 울지 않고
그냥 가고 있었다.

-------------------
눈 3제(題) 3
   ㅡ 유경환劉庚煥

그해의
가장 고운 눈이
저음으로 내리고 있었다.
화양나무 어린 가지를
눈은
어루만지고 있었다.
태평로 어린이 신문사
그는 미소년.
동안童顔을 하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귤 향기 같은
그해의 마지막 눈이
저음으로 내리고 있었다.

-----------------------
호두까기 미학 1
   ㅡ포옹

가슴은 확 불이 댕긴
성냥개비.
그대 강낭콩만한 젖꼭지에
달짝지근한 물이 든다.
이윽고
혀의 뿌리에 감기는 맛.

===========2
호두까기 미학 2
   ㅡ유방

가장 순수한 별이 박힌
보석이라 생각하면
어느새
앞가슴에 봉곳이 앉은
나비.

----------------------
+ 호두까기 미학 3
  ㅡ처녀

진주 조개 빛의 순결이다.
꿀벌 빛 음악이고
이따가 필 꽃이다.
방그란 돛이고
유순한 느릅나무 잎이다.
바람도 두어 번 흔들어 보는

----------------------
호두까기 미학 4
  ㅡ만卍

이승에서
가장 아름다울 때
한 마리
벌레인 나도
천상에서 빛나는
별을 따다가
지등紙燈을 밝히리라.

---------------------
호두까기 미학 5
   ㅡ바늘귀

가진 건 아주 작은
귀 하나 뿐이어도

실을 꿰어
해진 것 다 깁는다.
바늘 너는

너처럼
깨끗한 귀 하나
가졌으면 좋겠다.

=============
호두까기 미학 6
  ㅡ소묘素描

생 비늘 돋은 달빛이
하얀 배꽃을 밟고 가고
탱자나무 비릿한 잎사귀들이
아름다운 멋의
벌레와 같이
숨을 죽이며 피고 있다.
한 두어치 쯤 되어 보이는
바람의 꼬리가 
수국색이다.

------------------------
+ 호두까기 미학 7
   ㅡ학, 날다

청자 가슴에 앉은 학이
요즘은
자꾸 날으려하고
이슬 눈을 가진 별이
하나 둘
내려 온다.
아까부터
연회색의 구름이 떠가고
은쟁반의 달이 익는다.

-----------------------
호두까기 미학 8
   ㅡ귀뚜리마 악기

담배씨만한 눈으로
허허한 세상을 죄다 주워 모아
열심히 열심히 가린다.

가리다 가리다 한밤이 되면
자기들끼리 모여 앉아
고요의 귀를 야금거리는
악기가 된다.

----------------------------
절을 주제로 한 시 1
   ㅡ운주사 일박一泊

부부는 누워서
별을 보고 있었다.

이승에서
가장 아름다운 합방이다.

================
절을 주제로 한 시 2
   ㅡ대흥사 운문韻文

물고기 한 마리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새벽하늘 헤엄치며
번뇌만 털어 낸다.

----------------------------
절을 주제로 한 시 3
   ㅡ전등사 나 裸婦

사랑은
무욕 인 것

평생
떠받들고 살 일이다.




_____*75
드뷔시를 듣다

==1>




------
꽃게
누에
무제
새벽
------
음악
달팽이
소녀에게
저녁 식탁
-------------
처녀의 방
봉숭아 꽃물
드뷔시를 듣다
루이 암스트롱
--------------------
떡갈나무 귀를 보듯



===2>
봄날
영산강
직소폭포
치과에서
-------------
그 겨울 이후
까치야 까치야
고요에 대하여
채석강을 읽다
-------------------
기차를 타고 가며
매화마을에 간다
통영에서 만나다
새는 꽃빛깔로 운다
-----------------------
청자를 보고 있으면
할아버지와 목기러기
분청사기조화어문편병


===3>
고전
등잔
방법
자유
-------
풍덩!
한낮
바다 연가
새의 악기
------------
유달에게
종이 운다
깨어있는 귀
어촌에 가서
----------------
봉천동에 와서
가장 고운 시간에


===4>

먹돌
내 연인
3월의 뜰
-----------
천경자 전展
황병 서시
내 아기의 발
아내의 마음
---------------
샤갈의 마음
그해 겨울의 눈
내 고향 사람들
우리나라의 산
------------------
풀잎이 흔들릴 때
첫눈으로 너게 간다
우리 마을에 저녁이 오면

====5>
눈 3제(題) 1
눈 3제(題) 2
눈 3제(題) 3
호두까기 미학 1
------------------
호두까기 미학 2
호두까기 미학 3
호두까기 미학 4
호두까기 미학 5
--------------------
호두까기 미학 6
호두까기 미학 7
호두까기 미학 8
절을 주제로 한 시 1
------------------------
절을 주제로 한 시 2
절을 주제로 한 시 3

'시인 마당 > 시인 아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강희 시  (1) 2026.05.15
유용주 시  (1) 2026.05.15
오성호 시  (0) 2026.04.30
유안진 시 2  (2) 2026.04.17
유안진 시 1  (1) 2026.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