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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여름

8월 시 모음 3

+ 8월 / 김귀녀

매미소리 때문에
피를 토하는 8월
모과나무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과나무 밑둥치엔
매미가 빠져나간 흔적이 역력한데
무슨 생각 저리도 깊이 할까
한 여름 뙤약볕에
바람이 바스락 남기고 간
매미허물을 내려다보며
무슨 생각 저리도 깊이 할까
오지도 않은 내년 여름
미리 염려하며 요동도 없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시간의 속도도 재지 못한 채
8월 무더위는 지나가고
작열하는 태양아래
매미소리만 애처롭다
매미 울음은 긴 여운을 남기며
천길만길 흩어진다
내 생애 다가오지 않을
저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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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 오세영

8월은 분별을
일깨워 주는 달이다.
사랑에 빠져
철없이 입맞춤하던 꽃들이
화상을 입고 돌아온 한낮,
우리는 안다.
태양이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저 눈부신 하늘이
절망이 될 수도 있음을,
누구나 홀로
태양을 안은 자는
상철 입는다.
쓰린 아픔 속에서만 눈뜨는
성숙,
노오랗게 타 버린 가슴을 안고
나무는 나무끼리
풀잎은 풀잎끼리
비로소 시력을 되찾는다.
8월은
태양이 왜,
황도(黃道)에만 머무는 것인가를
가장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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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 오애숙

8월엔 꿈꾸던 삶 실행해 나가는 달
젊음의 행진으로 들판을 향해가네
희망꽃 활짝 피우며 오곡백과 맛보려

가파른 삶의 언덕 인생사 휘옹돌이
가슴에 애잔하게 물결쳐 온다하여
그 무게 짓눌려져도 이겨내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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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 최갑연

넌 그렇게
열정적으로 쏟아내며
온 힘을 다해
나에게로 다가오지만
서로 다른 모습에
성격으로 인해
상처만 준 거 같구나
그렇게 빛나는 눈망울로
반짝이며 다가오는 널
여유로운 마음으로
받아주질 못하고
떠나보내야 한다는
애절함이 맺혀
가슴이 뭉클해지는구나
8 월아 미안해
내년엔 푸른 잎 베개 삼아
손잡고 거닐 수 있는
징검다리 만들고
너를 기다릴게

다가오는 너에, 모습이
싫지만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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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 공석진

실성하여 미쳐 버린 듯
훠이훠이 훠어이
오장육부 삶아내는 불춤을 춘다
열풍은 얄궂게 박자를 맞추고
숨통을 조이는 절정의 격렬한 춤사위
넋 빠진 무의식에 뺨을 갈기는 간간이
오뚝이처럼 정신 차려 벌떡 일어나 보지만
고갈된 체액에 혼미하여 비틀거리다
털버덕 엎어져 녹아내리는 길바닥에
그리움조차 밀어내려고 얼굴을 뭉갠 채
망각하여라
망각하여라
점점 사그라지는 열정에 분노하는
터무니없이 무기력한 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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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 김용언

사촌보다 더 가까운
잡풀더미 속에서
풀벌레가 운다

태엽 풀린
괘종시계의 시각 알리는 소리

천렵 가자던 박서방은
배꼽을 하늘에 두고
오수를 즐기고

때 이르게
나온 고추잠자리
날쌘 제비에게 덜미를 잡힌다

펄펄 끊는
팔월의 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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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 전봉건

저걸 보셔요
8월의 병사들이
와아아아 와아아 와
소릴 지르면서
왓하하 왓하하 하
옷음소릴 지르면서
철모에 퍼담은 강을
온몸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8월의 병사들은
젊은 사자들,
아무리 땅이 타고
하늘이 타 들어도
젊은 사자들은
시시하게 머릴 숙여
강물의 물을
마시질 않습니다

저걸 보셔요
8월의 병사들은
아무리 목줄기가 타들어도
꼿꼿이 세우는 머리 위로
와아아아 와아아 와
소릴 지르면서
왓하하 왓하하 하
웃음소릴 지르면서
번쩍 들어올린 강을 쏟아
온몸으로 들이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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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 조선윤

살인적인 더위에
할딱이는 단내 나는 입김
혀 끝으로 뿜어내는 한 낮
곡식들도 폭염에 숨이 차는지
축 늘어져
큰 대자로 누워버린 그림자여

어쩌다 불어오는 바람도
더위를 먹었는지
뙤약볕에 익어가는 열매
서둘러 몸 사리고

저만치 하늘빛 집어삼킨 구름
뜨거운 태양 보듬으려다

줄행랑을 치는데
타는 목마름에 지쳐가는 팔월은
풍성한 가을을 위한
인내의 날들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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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 / 김인숙

이토록 뜨거운 열기로
심장이 타들어 갈듯
숨통이 막힐 것 같은
고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으로 인해
욕심 두꺼운 
겉옷도 벗었습니다

너무나 입고 싶어서
너무나 외로워서

힘겹게 입은
사랑이라는 옷
형편에 맞지 않는
사치스런 그 옷도
벗어던졌습니다

벌거벗을 수는 없기에
선한 양심의 속옷은
걸치겠습니다

겨울, 봄, 지난 계절의
수치와 미련 헛된 꿈 
당신의 뜨거운 시련 속에
참사랑의 용광로에 녹아

온전한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변화되기를
마음에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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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 / 박종영

하얀 길은 턱없이 지친 채
길 한편을 더운 바람에 내주고 먼지를 날린다
물기 끌어올리는 텃밭 감나무 한 그루,
번들번들한 잎 늘어뜨리고 고개를 조아린다
가슴 흔들며 떠가는 뭉게구름,
그 아래 가을 길을 열고 줄 서 있는 볏논의 질서가
파란 물길 내놓고 바람을 모은다
올해도 기어이 풍요는 올 것인가,
제비 한 쌍이 낮게 비행할 때마다
벼포기 흰불나방이 힘없이 사라진다
어디 그뿐이랴, 다랑이 논 물꼬에
풀대 물레방아 만들어 어둔 세월 돌게 하는
손자 돌이의 복스런 손놀림이
보배스런 기운으로 눈에 잡힌다
하늬바람에 날리는 흰 머리카락과
논둑에 핀 코스모스 가는허리의 눈물이
지평선 하늘 끝에 매달리고,
바짓가랑이 밑으로 숭숭 지나가는
선선한 8월의 바람이 익숙한 웃음으로
한층 두께를 더하면서 푸른 들녘을 들쑤신다
입추 절기가 더딘 여름을 얼리며 속삭인다,
너도 어느 시절 울고 떠난 여인이 그리울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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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은 / 서복길

나뭇잎의 생동감이
한낮의 더위 속에 너울거리고
수목의 뿜어내는 여름 향내를
한껏 들이 마셔봅니다

목청껏 우는 매미의 소리는
이 여름을 절정에 다르게 하고
물오를 대로 오른 숲길 사이로
콧노래 부르며 거니는 행복도
이마에 땀방울을 식혀주는 바람의 손길도
계곡의 흐르는 물소리 따라
그대와 나의 사연도 함께
여름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8월의 녹음이지만
지금의 이 순간도 지나가 버리면
다시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이 모든 시간을 기억이라는 창고에
소중히 저장해 놓습니다

가슴 가득 채워 준 여름 중
우리들의 이야기 담은
8월의 푸름,
내게 준 마음을 한껏 품어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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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은 / 윤무중

뙤약볕에 그을린 얼굴이 석양에 남아
검게 빛나는 웃음 띈 모습으로
흰 구름사이로 살며시 내밀어
8월은
여름의 끝자락이 흘러 내려
숲 속 바위틈에 쉬어 가는구나

아랫마을을 휘감은 노을빛이
아스라이 저녘을 덮으면
소담한 목백일홍 하늘하늘
지친 황소 하품에 호박은 익는다

8월은
여름의 수레바퀴가 더딘 듯 하지만
샛빨개진 고추가 주렁주렁
자태를 뽐내면서
어느덧 처서의 문턱에 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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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은 / 임주영

열성적인 성격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8월은 미치게 하고
나를 가슴에 얻고 살아 간다

타오르듯 내뿜는 바람은
불볕더위와 묻혀가고 있다
멈출 듯이 보이지만
갈대 흔들리는 가을이 오면
고독한 여인처럼
낭만을 채운 소슬바람 되겠지

시간이 또 흐르면
떨어질 듯 붉은 홍시에
첫서리가 내릴 것이다
열성적이고 대범한 성격에
8월도 서서히 익어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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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칠팔월 / 문태준

여름은 흐르는 물가가 좋아
그곳서 살아라
우는 천둥을, 줄렁줄렁하는 천둥을
그득그득 지고 가는 구름
누운 수풀더미 위를
축축한 배를 밀며 가는
물뱀 몸에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불은 계곡물
새는 안개 자욱한 보슬비 속을 날아
물버들 가지 위엘 앉는다
물안개 더미같이, 물렁물렁한
어떤 것이 지나가느니
상중(喪中)에 있는 내게도
오늘 지나가느니
여름은 목 뒤에 크고 묵직한 물주머니를
차고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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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은 / 김나현

칠월에 파란 초복 바톤을
이어받은 팔월은 
빨간 바톤을 들고
뜨겁게 질주한다

팔월은 뜨겁다
불어오는 바람이 뜨겁고
매미의 연가가 뜨겁고
새들의 사랑노래 뜨거웁다

팔월은
뜨겁다 못해 팔팔 끓어오른다
가마솥엔 삼계탕이 펄펄 끓고
대지가 쩔쩔 불타오르고
하늘엔 태양이 활활 불타고
바다에 포말이 하얗게 끓어넘친다

팔월은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 속에서
어린아이의 꿈이 무르익고
젊은이의 사랑이 무르익고
우리네 삶의 열정이
밤을 지새운 더위와
또 뜨겁게 무르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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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끝 날 / 장수남

시간과 시간사이
비가 내리고
질퍽한 계절은 아름다운
포옹이 있었다.

팔월 장대비가
새벽부터
끝자락 잡고 뜨거운 눈물
쏟아 붓는다.
마지막 작별인사

오후의 햇살이
저만치 눈을 감고 지그시
배웅하고 있었다.

보내야 할 시간들
떠나야 할 시간들

여름은 길고긴 아픔이었다.

가마솥 찜통더위 그리고
밤은 열대야
지금은 머리 숙인다.

계절의 감정 허공에
미안하다는 흑색문자 깊게
찍어 놓았다.

잘 가거라.
팔월. 너에겐 미움의
시간들. 계절의 아픔. 너는
알고 있을 거야. 여름 우리
뜨겁도록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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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느낌 / 박인걸

용암을 분출하는
분화구 앞에 서 있다.
몸 온도를 웃도는 후끈거림
기 세게 내뿜는 불
달아오르는 열기
도망칠 곳이라곤 없다.
수목은 뜨거워 행복하다.
넝쿨은 서로를 끌어안고
짙은 정기를 뿜어대며
쾌감은 절정에 이른다.
검푸른 녹음에 숨어
풀벌레들 사랑이 무르익고
푸득 거리는 매미들의
대낮 정사도 뜨겁다.
오르가즘
카타르시스
클라이맥스
판타스틱
생명체의 환희가
온 천지에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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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마중 / 윤보영

해 돋는 언덕으로
곧 만날 8월을 마중 와 있습니다

무성한 풀잎 냄새보다도
낙엽 느낌이 더 진한 걸 보니
8월이 가까이 와 있나 봅니다
8월에는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도 듣고
그동안 만나지 못한
그리운 사람도 만나겠습니다

느낌 좋은 9월이
미소로 걸어올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8월을 마중 나온 내 안에
절로 미소가 이는 걸 보니
떠날 준비 중인 7월도 만족했나 봅니다

애썼다 , 내 친구 7월!
사랑한다, 행복한 선물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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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사랑 / 김덕성

파랗게 펼쳐진 하늘
무지개빛깔
눈부신 색채 사랑의 꿈을 안고 

산산이 부서지며 내려오며
아름답게 수놓는
누구의 작품일까
한 폭의 멋진 수채화가 그려지는데

작렬하는 태양으로
푸른 꿈이
알알이 열매 맺으며 익어가고

주저리주저리 피어나며
사랑이 맺는
아름다운 계절

뜨거운 열기에
너와 내가 하나가 되어
피어나는 뜨거움
사랑의 꿈이 피어나는
좋은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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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상서(八月上書) / 고은

아버지 세벌 김은 다 매셨는지요.
마을의 가죽나무 잎사귀 늘어지고
어디에 그늘인들 바람 선선한 그늘이겠습니까.
논물은 그런대로 괜찮은 지요.
이제는 동네방네 물코싸움도 덜하겠지요.
제초약 뿌린다 해도
벼 속의 피 한 줄기는 질겨서
늙은 아버지는
바위 박이 논뱀이 피사리를 하시는지요.
밭두렁은 사나운 쇠비름 명주아풀
몇 섬지기 논에는 벼멸구 걱정이 떠나지 않겠지요.
농촌지도소 말치레 그대로 따라서는 도려 큰일 나지요
곡식 부리야 다치기 쉽고
삼복 불볕에도 잔 이손 쉴 수가 있겠습니까.
더덕 같은 손발 백도라지 허리는 어떠하시며
등거리 등때기 허물 얼마나 벗겨지셨는지요.
볍씨 찰보리 종자 뿌려서 기르고
그것을 거두는 일밖에 없어도
우순풍조밖에 바랄 것 없어도
그 일이면 어느 나라 일보다 큰일 아닙니까.
흰 구름도 때로는 눈코 뜰 새 없습니다.
남의 것 내 것 할 것 없이
팔월 한 달의 들은 검푸르러서
산에라도 올라가면
그 드넓은 벙어리들이 무서운 우리입니다.
산 것 하나도 숨지 않고
제 목숨 다 열어서 사는 제 철입니다.
여름은 으뜸으로 장합니다.
산딸기 고름이 터지고
새터고개 으악새 서슬에 살을 베입니다.
아버지 아버지라고 부르기 전에도 이미 아버지
태어나기를 논밭에서 태어나서
이웃집 쌍둥이 서방과 함께 늙으셨지요.
모를 낼 때 거머리 피 빨리고
몇십 년 동안 김을 매어
어화자 지화자 아버지의 긴 허리 얼마나 굽으셨는지요.
심기보다 기르기 어렵고 길러 놓아도 걱정뿐이언만.
마을 젊은이는 사내 녀석도 쪼깐이들도 다 떠나고
늙스구레 해동갑 하루하루 빈 마을이언만
그래도 저녁나절 돌아오는 징소리 사이에
막내둥이 깽매기 소리가 요란하면
보릿대 연기로 자욱한 마을이
해 넘어간 쪽으로 아버지와 춤이 덩실 하나였지요.
아버지 술 한 병 노랑태 한 죽 사가지고 가렵니다.
아버지
산소에 가렵니다.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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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소묘 / 박종영

8월이 춤을 춘다
세상 나무들이
푸른 물감으로 꽉 차서
오지게 좋다.
지상으로부터 먼 하늘구름,
아랑곳없이
우리,
모두의 타향으로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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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게 / 김덕성

견딜 수 없게 쏟아붓는 뙤약볕
많이 미워했는데
그런 네가
이런 큰일을 했구나

네 수고로움으로 오는
황금의 계절
온전히 네가 이룬 멋진 작품이지

너는 황금 면류관을 받을 공로자
더위로 인한 원성에도
아랑곳없이
네 할 일을 한 너
장하구나
시공의 흐름으로 떠나야 하니
어쩌겠나
네 수고를 꼭 기억할게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8월이여
인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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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시 / 정연복

올해도 
어느새
내리막에 
속도가 붙는 중
초록 이파리들
단풍들 날 멀지 않으니
불볕더위의 심술쯤
너그러운 맘으로
용서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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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장마 / 오보영


너한테만 내리는 게 아니란다

너만 위해 내리는 건 더더욱 아니란다

아직 날 기다리는
나무들  있단다
반겨하며 맞이해 줄
들꽃이 있단다

조금은 네게

불편할지 몰라도

너한텐 다소

넘쳐날지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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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태양 / 박인걸

사막을 옮겨 놓은 듯
존재하는 것들은 목이 마르다.
태양을 향해 웃던 꽃들과
춤추던 나뭇가지들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겁을 먹고 떨고 있다.
새들은 어디론가 숨었고
풀벌레마저 노래를 멈추고
매미는 경고 사이렌을 울린다.
휘젓고 다니던 바람도
오던 길로 되돌아섰고
성난 대지가 내뿜는 열기에
풀잎들은 소스라친다.
비상이다. 비상이 걸렸다.
한 달 넘도록
신열(身熱)은 식지 않는다.
울화(鬱火)는 분수처럼 솟고
박동은 머리끝에서 뛴다.
스트레스는 머리카락을 세우고
동공(瞳孔)은 초점을 잃었다.
공해 먹은 태양이 비틀거리니
움직이는 것들은 좌표를 잃었다.
정신이 혼미한 태양아래서 
세상이 온통 끓는 가마솥이다.
성난 폭군마냥 날뛰는
8월 태양이 한없이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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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태양 / 우원호

작열하는 태양빛이 눈부시다, 눈이 부신 오후다

그 빛은 희망되어 사람들의 마음에도
용광로의 불이 되어 활활 타오른다
샛강에도, 바다에도, 심지어는 빌딩 속의 카페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머무는 곳에는
그 햇빛으로 가득하다
거리를 당당하게 행진하는 군인들의 모습에도
북한산 정상에서 외쳐대는 등산객들 함성에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의 나무들의 잎새에도
8월은 벌써 그렇게 자리했다

사람들은 프라하의 봄을 까마득히 잊은 채로 자유를
만끽한다
감옥 속의 죄수들도
삶의 구속을 기피하려 한다

깊은 숲 속에서 사는
꿩들마저 계절의 반란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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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편지 / 윤보영

8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늦은 편지지만
짙은 그리움으로 적겠습니다.

기다린 시간도 담고
보고 싶은 마음도 담아야겠습니다.

바람을 바람으로 여겼고
별을 별로만 여겼지만
그것마저 그리움이었다고 
모두가 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솔직하게 적겠습니다.

8월이 되기까지
준비해 온 기간이었다면 
돌아보는 시간도 갖겠습니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묶어 둔 기억을 풀어보고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돌이켜 보겠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처음 마음으로 돌아와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한 해를 반으로 나누면
8월은 아직 시작 쪽에 가까우니 
그렇게 해도 무리는 없을 겁니다.


편지를 적겠습니다
그리웠다고
보고 싶어도 잘 지내고 있다고 
있는 그대로 적은 편지를
8월 편에 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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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풍경 / 고은영

환희에 몸을 떨며
사랑의 화신이 지구의 벽을 뚫고
떼를 지어 지상을 날아오르는 함성 온통 난리다
사랑은 저렇게 시끄러워야 하는가
지나는 전동차 큰 소리도
저 뜨거운 구애의 소리는 잘라내지 못한다

8월 화염이 대지를 휩쓸고
짙은 초록으로 가슴을 태우는
숲과 나무와 풀들의 황홀한 상처

그래 안다
8월 염 복에 뜨거워져야 하는 이유를
쨍쨍한 정염도
때론 목숨과 바꿔야 하는 사랑임을
생존의 텃밭에서 지금이야말로
불볕에 뜨거운 상처를 숙성시켜
이 계절을 건너야 함을

추억으로 간직할 기억 하나 없이
유희를 즐기는 속됨이 아니라
진지하고 절실한 염원의 깊고 깊은
열반의 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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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한 낮 / 박인걸

마당가 미루나무 잎은
연실 부채질을 해도
잎에 붙은 땡볕을
떼 낼 수 없어 괴롭고

블록 담장을 짚은
호박 넝쿨 여린 손가락이
화상을 입은 채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쏘다니던 고추잠자리도
비행을 잠시 멈추고
응달진 빈 가지에 앉아
숨을 고르고 있고

처마 밑 그늘에 앉은
칠 순 노인 한 분은
눈꺼풀에 고드랫돌을 단 듯
눈 뜨기가 힘들다.

소 등에서 피를 빨던
말 벌만한 등애 한 마리가
잉잉 거리며 달려들 때
오던 낮잠이 싹 달아났다.

*고드랫돌=왕골자리를 매는 돌멩이, 이북 방언)

*등애= 등애파리(피를 빨아먹는 왕벌만 한 곤충, 경기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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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해, 팔월 / 하영

뜨거운 황토밭에서
팥알, 녹두알이
타악 탁
불꽃의 껍질을 깨고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를
뛰어넘고 있었다

꼬이고 뒤틀린 사슬을
뜨겁게 담금질하여
시퍼런 바닷물에 내던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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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 백일홍 / 김종길

나무로 치면
고목이 되어버린 나도
이 8월의 폭염아래
그처럼 열렬히
꽃을 피우고 불붙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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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별곡 / 김병근

소낙비 훑고 지나간 자리 먹구름
무겁게 내려와 서쪽 하늘 장막 치니
짧아진 해 선홍빛 토하며 서산 힘겹게 넘네

산 그림자 성긴
저녁 어스름 물살같이 밀려오고

장천 내 누이 눈썹 같은 초승달
불 밝혀 그림 되어 걸렸구나

밤공기 선선한 날씨
더운 기운 서늘하게 흩어지고

한 줄기 소슬바람
뭇 벌레 울음 싣고 귓속을 맴도니

팔월 불볕더위 식은
그리움으로 가슴속에 젖어든다

가을은 코스모스 붉은 꽃잎처럼 익어
만산에 짙은 향 흘리며 팔월 끝자락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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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속에 / 오애숙

삶이 회한에 젖는 팔월
자유의 물결 출렁이던 광복
고희가 지난 세월 속

이세들은 이런 걸 아는가
훼몰아쳐 왔던 옛 보릿고개
케케묵은 옛이야기라지만

잊어선 안 될 소중한 역사
선혈의 숭고함 되새기는 맘
팔월 태양열로 고하네

뭉쳐야 대한민국 산다고
사드로 뜻하지 않는 난제 속
한마음 되길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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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에는 / 이봉우

위도 동그라미
아래도 동그라미

팔월에는 그대와 나
둥근 마음으로 살아요

하얀 마음으로
텅 빈 마음으로
티 없는 팔월 만들어요

더위에 지칠 때는
까만 점 두 개 그려
눈사람을 만들어요

팔월에는 우리 두 마음에
뜨거운 햇볕 가득 담아요

가을을 위해
행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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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그러나 / 임영준

청춘이 빠져나간 고목에도
뜨거운 추파가 마구 쏟아진다

​거리를 점거한 8월이여
잉여剩餘의 가닥조차 없는 이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변변한 열매 하나 맺지 못하는
어눌한 잎새들만
바싹바싹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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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그 유혹 / 강순

하얀 백지에
' 그냥 담쟁이덩굴이 있다'라고 쓴다
그리고 ' 그냥 한 여자가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다' 라고 쓴다
그리고 8월의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한낮
그냥 담쟁이덩굴 속에
' 그냥 고개를 조금 젖히고 있다' 라고 쓴다

자꾸만 담쟁이덩굴은 종이 밖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고
그때마다 이파리에선 노오란 햇살이 빈혈처럼 흩날리고
백지 속의 그녀는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돌릴까 잠시 생각한다
담쟁이덩굴은 어느덧 내 뇌수의 들판으로 줄기를 뻗고
그냥 담쟁이덩굴을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냥 담쟁이덩굴 위로 날리는 8월의 햇살을 바라본다
그냥 8월의 햇살에 걸려 죽어가는 영혼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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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소나기 / 오보영

예기치 않게
불현듯 찾아온 당신이라서

더욱 반갑네요

달아오른 열기
제대로 감당하지를 못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때맞추어 내달려와
뜨겁게 달구어진 몸 시원하게 식혀주니

얼마나 감사한 지요

어쩌면 그렇게 어려움 있을 때마다 살펴 아시고
얼른 다가와

심한 갈증 타오르는 목마름을 적절하게 해결해 주는지

당신의 크신 사랑에
그저

고개가 숙여질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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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가슴 / 정상화

네 가슴 열어 보니
언젠가는 피어 보려 쌓아 둔
청춘 시절 꿈들이 차갑게 식을까 봐
이리도 뜨겁게 달구고 있구나

먹고살려고 헐떡이며 달려
시간의 흐름마저 잊었던 순간들
하고픈 꿈들을 백일홍 타오르듯
피우고 싶기에 뜨겁게 달구고 있구나

뭇사람들이 뜨거워 너를 미워해도
농부는 널 미워할 수 없구나
네 열기가 닿아야만 옹골찬 알곡으로
풍요를 낳기 때문임을 알기에

더 달구어라
지난날 잊고 있던 가슴 귀퉁이
식어가는 꿈을 꽃피우게
미적거리다가 한 줌 재가 되어
날아간 아버지 양복처럼 되리니

8 월아
더 달구어라
농부의 가슴은 언제나 네 편
네 열정에 숨이 멎을지라도
그렇게 뜨겁게 살고 싶다
힘껏 살지 않음 잘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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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기도 / 문경기

8월에는
넓은 들녘과 산들을 태우며
기승을 부리는 폭염의 횡포
진정시켜
고통받는 세상의 생명들을
평안하게 하소서

8월에는
계곡을 흐르는 맑은 물
탐욕으로 만든 보의 수문
개방하여
푸른 강물로 여울지며
흘러가게 하소서

8월에는
심화되어가며 굳어지는
사회의 빈부격차
해소시켜
고통받는 가난한 서민들
기쁘게 하소서

8월에는
마음속에 침전되어 쌓여가는
증오심과 미워하는 감정
순화시켜
사람과 이웃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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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기도 / 박인걸

초록 생명이 파도치고
뜨거운 열기가 위로 치밀 때
시원한 소낙비가 대지를 적셔주면
지쳤던 풀잎들은 되살아납니다.
능소화 대낮을 밝히고
해바라기 꽃 뜨겁게 웃고
배롱나무 꽃향기 짙게 퍼질 때
진분홍 분꽃은 당신의 마음 같습니다.
맥문동, 박주가리, 모시 대, 잔대꽃
보랏빛 산도라지, 곤드레 꽃
무리 지어 피어나는데
사람들 얼굴에만 근심 꽃이 피었습니다.
악이 득세하니 선이 무기력하고
불의와 탐욕이 넝쿨처럼 뻗으니
사랑의 힘은 배터리처럼 방전되고
질투와 시기는 잡초처럼 일어섭니다.
길고 지루한 장마 비마저
코로나에 지친 세상을 무자비하게 덮쳐
만신창이가 돼버린 가슴들마다
황토 빛 고름이 고였습니다.
주여! 치유하소서.
긍휼과 자비의 손길을 뻗치소서.
환란 중에 괴로워하는 가슴들마다
자연처럼 평화롭고 넉넉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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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기도 / 용혜원 

태양의 열기 속에서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처럼
내 마음에서
성령의 열매가
익어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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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기도 / 정연복

더위에 맨살 드러내듯
내 마음도 환히 드러내게 하소서

그동안 감추고 살았던 것들
꺼내 보이는 정직한 용기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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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돌풍 / 배연옥

교육이라는 일념으로 걸어왔다
육십갑자를 넘어
배우고 가르치는 끝없는 쳇바퀴 멈췄더니

긴장의 끈이 풀린 틈으로
휘몰아친 회오리바람
몸에 잠복한 돌풍이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다

느닷없는 공격에 쓰러지는
도미노 현상
다독이고 일으켜 세우는
백의의 천사들이 사는
또 다른 세상으로 찾아간다

아수라장 저편에는
잔잔하게 고요를 안은 한강 줄기
빨간 불꽃 수놓은 올림픽 대교
나무와 바람은 왈츠로 자유롭다

무너져 가는 나이에
링거를 맞고 약을 삼킨다
바람이 하나 둘 물러가는 소리에
다시 한 걸음씩 정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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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바다 / 김소엽

너를 마주하면
옥빛 하늘이
품 안에 있고
네 눈 속엔
쪽빛 바다가 넘친다.

우울한 날엔
네 목소리에 등 (燈)을 달고
바다로 가자

수평선도 없는
밤의 파도
멀리 등대가 된
네 목소리.

어둠을 쏘는
8월의 태양
원색이 녹아 흐르는
달빛의 해변

젊은이 수없이
밀리는 파도여

너를 마주하면
파도가 꿈틀대고
너와 난
한 밤 내 섬이 되고
온 세상
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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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분노 / 최상섭

가마솥에 기름 끓듯
8월은 뜨거운 열기를
펄펄 뿜어내며
거침없이 달리는
폭주 기관차처럼
숨가프게 차오르다

압력솥에서
뜨거운 증기를 내뿜듯
오르막의 언저리 어디쯤에서
거친 숨결을 고른다

땀샘을 이탈한 끈적한 육수는
채 마르기 전 뭉게구름 되어
하얗게 피어오르고

가슴속에 품었던 미완의 꿈들은
조각구름 되어 파란 하늘로
점점이 흩어져 간다

어둠에 몸을 사린 풀벌레들은
한낮의 뜨거운 분노를 뿜어내며
달빛 유희에도 아랑곳없이
요란하게 울어대는
8월의 잠 못 드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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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식사 / 장철문

살모사도 밥을 먹느라고 벼포기 사이에서 뜸부기 둥지로 머리를 내민다
내가 머리를 숙여 밥숟가락을 입 안에 밀어 넣듯이
그 역시 일곱 개의 알록달록한 뜸부기 알을 향해 입을 벌린다
숟가락 없는 그의 식사가 둥글다
머리가 푸른 지구처럼 둥글다
8월의 깊숙한 내장이 말복의 무논을 통째로 삼켰다
내장이 밥을 삼키는지 밥이 내장을 삼키는지는 축 늘어져서 꾸벅꾸먹 엎드려 있다
어미 뜸부기가 이제 곧 벼포기를 헤치고 달려와서 대가리를 쪼더라도
들판을 덜컥 삼켰으니 들판이 저를 다 삭일 때까지 움쩍할 수 없다
8월의 들판이 빵그랗게 배가 불러서 푸른 눈알을 뒤룩거리고
하늘은 흰 구름 몇 점 데리고 텅텅 푸르다.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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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신부 / 이재민

못다 한 사랑의 애절함으로
금잔화 한 송이 피어
이별의 슬픔을 노래합니다

금잔화가 피어 노래하지만
금잔화의 노래처럼
영원한 이별은 아니랍니다

금잔화 한 송이 피던 날
당신과 난 이생의 연으로
새롭게 생명의 씨앗으로
태어납니다

한 생의 연을 못다 이룬 한으로
우린 천생의 연으로 만날 것입니다
8월은 잔인하지만
8월은 또한 아름답습니다

진달래 향기가
영원을 노래하듯
우리 사랑 영원할 테니

당신은 아름다운 8월의 신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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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연가 / 오광수

8월에
그대는 빨간 장미가 되세요
나는 그대의 꽃잎에 머무르는 햇살이 되렵니다

그대는 초록세상에 아름다움이 되고
힘겨운 대지에는 꿈이 되리니
나는 그대를 위해 정열을 아끼지 않으렵니다

푸른 파도의 손짓도 외면하렵니다
오로지 그대를 향해
뜨거운 사랑의 눈길을 쉬임 없이 보내며
빨갛게 빨갛게 그대의 색깔을 품으렵니다

매미들의 향연이 막을 내리고
저 들판 너머로 꽃가마가 나타나면은
나는 믿음직한 그대의 신랑이 되고
그대는 노란 머플러로 한껏 멋을 낸 신부가 되리니

아!
두근거리는 땅의 울림에
한줄기 소나기까지 단비가 되어
지금 그대의 심장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8월에
그대는 빨간 장미가 되세요
나는 하늘의 푸른 물 한 줌씩 집어다가
두 손으로 돌돌 말아 이슬 진주 만들어
그대의 가슴에 달아 드리는
아침 햇살이 되렵니다.

==================
+ 8월의 인사 / 이민숙

덥다는 이유로 여행사들 인사하니
앞집도 뒷집도 가족 나들이
텅 빈 해쓱해진 동네

땡볕을 이유로 동네 카페에는 
여인들의 수다 삼매경
리듬 없는 소리로 인사하고

갈증을 이유로 담는
노란 참외 빨간 수박 자두
단물 초대에 집집이 냉장고에
새콤달콤 맛에 방긋 인사한다

울고 있을까 웃고 있을까
밤낮으로 소리 지르는 매미는
멈출 수 없는 눈물과
쉼표 없는 악보에 인사하고

계곡과 실개천이 기다리고
바다가 두 팔 벌려 기다렸던
8월의 인사에 팥빙수 손잡고 마중 갈까나

------------------------------
+ 8월의 잔상 / 김재진

지난 청춘의 여름날이 잊히질 않습니다
강산은 수도 없이 옷을 갈아입는데...
어쩌다 이내 오랜 가슴앓이는 아직도
그해 뜨겁던 여름날에 머물러 있습니다

짝지와 눈길 마주하는 청춘들을 보면서
지나온 빛바랜 사진첩을 뒤척이다가
저민 달빛에 옛일이 어렴풋이 되살아나고
생명의 온기로 새삼스레 숨 쉴 듯합니다

지나가는 하늬바람 한갓진 길섶에라도
그리웠던 임 소식이 전해지면 좋으련만
사철 꽃 피고 꽃 지는 시들한 사연들만
뒤꼍 달빛 뜨락을 속절없이 채웁니다

무심한 강물처럼 흐르는 게 세월이라서
흐릿한 눈가에는 잔주름이 넘실댈 테고
귀밑머리는 속절없이 하얘질 테지만
여백의 뜨락에는 늘 그립다고 씁니다

억지로 안 되는 게 인연이라 하던가요
그해 여름날의 해 질 녘 곱던 석양 놀처럼
자박자박 유연하게 가보기로 합니다
그대와 함께해서 한세월 행복하였나니...

-----------------------------
+ 8월의 태양 / 오길원

8월의 태양은 뜨겁다
가마솥의 열기로 이글거리는 태양은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여
걷기조차 힘들다

8월의 태양은 살아 있다
정열에 불 탄 두 눈의 눈빛만이
더 뜨겁게 젊음의 가슴을 불태우고
심장을 쉼 없이 뛰게 한다

8월의 태양은 사랑이다
변하지 않는 페리도트의 돌 위에
어여쁘게 하트를 아로새겨
나의 마음을 붙든다

8월의 태양은 행복이다
돌다리도 두드리며 가듯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돌처럼 단단해진 사랑으로
행복의 꽃을 피운다

8월의 태양은 가을로 간다
풀 섶의 귀뚜라미 우는 소리에도
가만가만 징검다리 건너 듯
뒤돌아보며 가는 8월의 태양은
여름날들이 행복했노라고
가을로 편지를 쓴다

-----------------------------
+ 8월의 편지 / 김국현

8월에는
갈맷빛 물은
당신의 청순(淸純)함이
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가슴 조이며 불어옵니다.

감로(甘露) 머금은 풀잎
햇살 반짝이는
당신의 얼굴이
해맑은 미소 피어나고

한낮 기우는
매미 소리
더위 잊은 채 울먹이는
임찾는 애틋한 그리움입니다.

이파리 한 잎
간직한 추억
그리움 적어
떠가는 구름
불어오는 바람에
내 마음 전합니다.

 ________ *52

8월 / 김귀녀
8월 / 오세영
8월 / 오애숙
8월 / 최갑연
------------------
팔월 / 공석진
팔월 / 김용언
팔월 / 전봉건
팔월 / 조선윤
-------------------
8월에 / 김인숙
8월에 / 박종영
8월은 / 서복길
8월은 / 윤무중
-------------------
8월은 / 임주영
칠팔월 / 문태준
팔월은 / 김나현
8월 끝 날 / 장수남
-----------------------
8월 느낌 / 박인걸
8월 마중 / 윤보영
8월 사랑 / 김덕성
8월 상서 / 고은
--------------------
8월 소묘 / 박종영
8월에게 / 김덕성
8월의 시 / 정연복
8월 장마 / 오보영
-----------------------
8월 태양 / 박인걸
8월 태양 / 우원호
8월 편지 / 윤보영
8월 풍경 / 고은영
-----------------------
8월 한 낮 / 박인걸
그해, 팔월 / 하영
목 백일홍 / 김종길
팔월 별곡 / 김병근
-------------------------
팔월 속에 / 오애숙
팔월에는 / 이봉우
8월, 그러나 / 임영준
8월, 그 유혹 / 강순
--------------------------
8월 소나기 / 오보영
8월의  가슴 / 정상화
8월의 기도 / 문경기
8월의 기도 / 박인걸
---------------------------
8월의 기도 / 용혜원 
8월의 기도 / 정연복
8월의 돌풍 / 배연옥
8월의 바다 / 김소엽
---------------------------
8월의 분노 / 최상섭
8월의 식사 / 장철문
8월의 신부 / 이재민
8월의 연가 / 오광수
--------------------------
8월의 인사 / 이민숙
8월의 잔상 / 김재진
8월의 태양 / 오길원
8월의 편지 / 김국현



_________ * 52

8월 시 모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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