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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당/여름

8월 시 모음 4

+ 8월의 서정 / 권오범

늦둥이 한 둘 낳아 여봐란듯이 업고
어상반하게 늙어가는 옥수숫대 여남은
뙤약볕에 파마한 곱슬머리 처녀들
흐벅진 포대기 태를 보아 시집보내도 되겠다

어지간히 둔탁해진 분신들 때문에
팔이 활처럼 휜 채 애면글면하는 모과나무에서
말매미가 변써 타전하는 사랑노래
숭덩숭덩 저며 헤살 놓는 쓰름매미

맥문동이 꼬치꼬치 쌓아 올린 자줏빛 꿈이
옥구슬 목걸이로 영글어 곤댓짓하고
호박이 걸음걸음 퍼질러 낳아놓은 자식들 나 몰라라
뻔뻔스럽게 고개 들고 담을 넘는 뒤란

감나무 대추나무 석류나무 하다못해 푸새들마저
삶의 보람을 요령껏 조랑조랑 매달고
태평스럽게 건너는 성하의 강
나만 열대야에 주리 틀려 어리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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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정사(情事) / 고은영

기억의 창이여
계절의 절정에 오른 다시 8월이다
밤이면 별들은 자분자분 온 밤을 밟고
반딧불 하 고운 날개 위 유성이 흐른다

한 줄기 바람불면
흐트러지는 하늘을 누운 구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그리움에
흔들리는 짐짝 같은 우리 인생

새로운 수혈로 일어서는 아침엔
경계를 소실한 시간에서
줄창 울어대는 매암이여
빛 고와 서러운 가을이 오기 전에
사랑을 탈환할 지어다

무심한 세월에
사람이 일으키는 질기고 독한 사랑보다
너희 사랑은 얼마나 상큼하냐
원시적 울음으로 이해에 길들지 않은
얼마나 뜨겁고 화끈한 눈물의 노래이냐

있는 것을 없다 하지 않는 순리에
물 흐르듯 흘러가는 짧은 생애
얼마나 솔직한 푸른 정사(情事)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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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초상 / 임영준

야금야금 베어 먹어도
살금살금 기어 다녀도
청춘은 간다

​넘실거리는 바다
흐르는 살별을 따라
영그는 섬

​다시 한 번
익을 만큼 익었으니
기다림의 선을 그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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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편지 / 천준집

8월엔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뜨거운 태양만큼 내 마음의
열정을 모두 담아 당신께
보내 우리다

혹여,
가슴으로 쓴 편지가 눈물에 젖는다
하더라도
시원한 피도 소리와
계곡의 물소리
종달새 울음소리도 함께
담겠습니다

등나무 그늘에 솔바람은
끈적한 살갗에 스치 우고
땡볕에 울어주는 매미 소리가
한 가닥 위안이 되는 8월
그 8월에 당신께 편지를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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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이 가면 / 박상희 

8월이 다가도록
아직 마음은 더워지지 않았다
흐린 날에는
홀로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빗방울 해가며 차를 마셨다.

어느 듯 8월은 문을 닫는데
아직도 이 마음 풋 잎으로
방황의 길을 멈추지 못하고
세상은 문을 열고 기다리는데
나는 차마 다가가지 못하고
언제나 해명되지 않은 숙제로
가슴엔 상처만 남기는지

바다에 가도 햇살은 돌아 누워
흔한 낭만은 만날 수 없고
째깍 이는 시간의 발굽 소리만
파도 속에 밀려왔다 밀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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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의 시샘 / 이종숙

장맛비의 험준한 길
새로운 입김인 양
아슴푸레하게 반짝이는 햇살
반가움도 잠시

하늘은 구름의 대변인 양
구름과 비를 멀리 또 가까이
시간대를 재며
교란에 빠져들게 한다

차분하지 못한
산과 들
아우성치는 장맛비의 시샘에
사람들은 불안에 웅성거리고

그저 그저 지나기를
비도 햇살도 소중하기에
보통으로 사람의 힘이 되어 주기를
합장하여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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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의 여명(黎明) / 김덕성

폭염이 내리는 낮과 달리
동트는 산책길이 어딘지 모르게
설레면서 고요가 있어 좋다

마침 새 한 쌍이
머리 위를 날아가며
화답하며 부르는 새들의 노래로
상쾌하게 열린다

만나는 사람들
해맑은 웃음 가득하고
시원한 바람 살짝 불어오더니
코끝을 간지럼 핀다

산책길에서
팔월 첫 날 새벽 여명(黎明)과 함께
아침이 밝았다
희망의 아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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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의 와인 / 윤꽃님

남자가 세상과 씨름하는 동안
여자는 기다림과 씨름한다.

한 시간이 가고 두 시간이 가고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한 주가 가고 두 주가 가고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간다.

흘러가는 것은 시간만이 아니다.
구름만이 아니다.
사랑도, 불멸도 흘러갈 수 있다.
기억도 흘러 갈 수 있다.

그래서 생의 어느 날 문득
제라늄 꽃을 떠올리고
좁은 문의 제롬을 말할 수도 있다.
빨간 제라늄 꽃의 화려한 율동을 보고
중학교 때 읽은 하얀 제롬을 생각하다니.

그렇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의식도 많이 흘렀다.

벌써 인생의 십이월이야.
우리는 곧 제종소리를 듣겠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생각하겠지.

포도원에서 팔월의 와인은
꿈꾸며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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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의 이별 / 조순자

노염이 기승을 부리더니
이제는 태풍이 심술궂다
성난 빗줄기로 사정없이 
세상을 휩쓸고 간 팔월이여

어차피 떠나야 할 운명
차라리 아쉬움 두고 돌아서면
잘 가라 손짓으로 배웅할 텐데
농부님들 부푼 꿈 짓밟은 폭풍우

아~
푸른 대지 가꾸던 팔월이여
너 또한 심한 열에 지쳤었지
사람들의 무질서한 행동이니
팔월이여 울지말고 잘 가거라.    

명년에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  
종이컵이라도 버리고 그릇잔 사용하여
지구를 살리고 인류를 살리어 너와 나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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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폭포수 / 심의윤

돌과 돌 사이 맑은 물
회용 돌이 치더니
콸콸 틈 사이로 내려서면
걸쳐진 것 벗어 던지고
선녀탕 꽁지만 남기고 들어간다

大暑 태양은
나뭇잎 사이 파고들어 오려고
붉은 초점 빛을 쏘아 보지만
청색잎 포장을 덮어쓴
바위 속 선녀탕에 얼씬 못하고

폭포수 아래서
흰머리 휘날리며 가부좌 자리 잡고
눈 감으면 들리는 것은 자장가
장단뿐이며
모든 것을 버리고 침묵에 든다.

삼복중에 걸어놓은
大暑가 한 발 두 발 갈 길을 떠나고
그늘에 펼쳐놓은 풍성한
음료수 맛이
떨어지는 폭포수에 한시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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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도 가는데 / 민경대

오늘은 여름이 가는 시간에
어리석은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고
아주 고약한 시간에 나의 추한 모습도 보이고
지금 이 시간에 내가 설 땅은 아주 이상한 얼굴이고
남대천 밤의 숲속에서 경철이와 만난
담배불속에 사그라진 1억 정도 돈을 생각하며
윤여사님의 보험이야기도 달맞이 꽃으로 피고
나는 이제 인생의 사그라진 꽃봉투속에서
가지런히 사그라진 추억의 물장사
나는 바보로 살아
자식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식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고
이제 오늘 경철이와 대화속에 여름 꽃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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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을 보내며 / 류동열

완벽해야 할 텐데
동그라미가 둘 한 몸이 되어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그대로의 모습이 균형을 준다

한 해의 시작에서
혹독한 추위와의 시련과 고통

한 줌의 햇볕을 그리워하는
어린 새싹의 노고와 기다림

땡볕의 뜨거운 마음이 고마워
한 가슴 내놓아 내일을 기약했던

고통과 기다림 그리고 기약
한 톨의 열매로 찿아 온
하나하나가 행복했습니다
풍성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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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을 열었다 / 정종명

힘찬 레이스 펼치는 열두 명의 건각들 불볕 햇살 벗 삼고
푸른 녹음의 힘찬 응원 속에 한 고개를 넘어 내리막 코스를 접어들었다
유난히 기세 떨던 복 더위도 차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더위를 끌고 가던 매미 노랫소리도 어느새 애잔하게 고막을 흔든다
한 구간 각축전 벌이던 주자들 마지막 피치를 올리며 바통을 넘긴다
아직도 달려야 할 레이스 급이 굽이 아마득한데 어김없이 귀뚜리 울음 울어
멀리 있는 가을을 끌어당겨 아침저녁 스산한 바람이 홑이불을 걷어찬다
초록 잎새도 하늘색 닮아가고 느슨해진 시냇물 소리도 목이 쉰 듯하다
세상사 영원한 것 없는 일
밀어 내지 않아도 가는 세월
그와 함께 뛰는 동행
지나온 길 그림 같은 풍경 즐기며
앞서지도 뒤지지도 않은 걸음 걷는다
이글거리는 하늘 아래 만물 자분자분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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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끝자락 / 오애숙

피어나는 물결과 핍진한
물결 사이 여름열매의 싱그럼
가슴으로 피어나던 8월

동네 꼬마들 더워사냥하려
계곡 누비며 제 세상 만난 듯
마지막 여름방학 즐기고

엄마의 지혜와 함께 피어난
새로운 계획 추지 하려 파라란히
날개 치며 나르샤 하더니만

한쪽에선 새장 활짝 열고자
야무진 계획 마무리해간다고
휘파람 불며 노래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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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밥그릇 / 정진혁

모란시장 신호등 앞 거리에
바구니가 소란스럽게 사람을 부르고 있다
여러 해 기대기만하고 살았던 나는
바구니에 갇힐까 두려워 한 눈 팔며 지났다

두려움보다 더 힘이 센 밥이 나를 잡아챘다
사내는 대자로 엎드리기는 했으나
팔다리 멀쩡하고 얼굴은 불콰한 게
거미 같은 손에 담배까지 꼬나물었다
바구니를 두드리는 몸뚱이는
허기와 당당함 사이에 놓여 있었다
거리의 인파를 올려다보며 소리치는
째진 눈이 불량스럽다

밥그릇 한 번 당당하게 두드려 보지 못한 나는
8월의 거리를 잡아당기는
저 바구니에 갇히고 싶은 날이 되어
천 원을 들고 바구니에 손을 넣었다
가까이 본 그의 눈은
8월의 젖은 밥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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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수채화 / 박상현

새 신부 얼굴 닮은 햇살이
고드름처럼 처마 끝에
주렁주렁 매달립니다

어두운 밤 거미줄과 마주치는
작은 그리움이 논고랑 물을 따라 흘러갑니다
길쯤길쯤 자라나는 애호박 위에 새끼메뚜기가
꼬무락거리네요

물 주전자 끓듯 햇살은 비눗방울처럼
톡톡 터져 목화 꽃잎 위에 짙은 고랑처럼
사르르 내려앉습니다

해를 닮아가는 해바라기 꽃
관속의 고요함으로 익어가는 무화과
불쑥불쑥 튀어나온 자드락 비에
웃음소리는 들판을 뛰어다닙니다

메타세쿼이아처럼 커가는 아이들
매미 소리에 피어나는 배롱나무꽃
종근박 달빛 속으로 그네를 타는
8월의 수채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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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여름은 / 박진표

낮이 밤인 양
회색빛 구름 몰고 와
세찬 비를 뿌린다

초록의 잎새는
볼록해진 배를 내밀고

팔월의 풍경은
쏜살같이 뜀박질한다

세월은 시간을 배불리 먹고
그렇게 깊어가며 익어가고

하늘 저편 가을은
졸고 있는 여름을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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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첫 아침 / 곽종철

장맛비가 이어지는
8월의 첫 아침,
단잠을 깨우는 
시원한 빗소리에 잠이 깨
고양이처럼 세수하고는
밥 한술을 뜨는 둥 마는 둥
살포시 우산을 받쳐 들고
인간 냄새에 미친 바람둥이처럼
진한 향기 속으로
바람처럼 길을 떠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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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잘 가시게 / 정종명

헤어짐의 아쉬움 끝내 삼키지 못하고 닭똥 같은 눈물로 갈무리한다

그토록 대단하던 기세 허리춤에 숨기고 태연히 가면 될 것을...
버리지 못한 무슨 미련에 갈팡질팡 오르내리는가
있을 때와 떠날 때
사리 분별이 정확해야 믿음과 신뢰로
함께 할 수 있거늘, 어찌 맺고 끊지 못하는가
가을은 대문 활짝 열어두고 잔칫상 차린 지 오래인데 심술로 막아선
너의 장막에 손님 들지 못한다

8 월아! 잘 가거라
돌고 도는 세상 아니던가
미련이랑 거두어 짊어지고 횅하니 길 나서게
가시는 길 된 더위 손목 잡고 아프고 힘들었던 기억 끌고 살랑살랑
뒷산 넘어가시게
아쉽다, 할 때 박수받고 가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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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팔월에도 / 신석정

아주 오랜 옛날
할아버지의 긴 장죽(長竹)에
부싯돌을 그어 대면
푸시시 푸시시 잎담배 타는 것이
퍽은 신기로웠다.

그것은
호랑이가 새낄 쳐 나간다는
‘변산(邊山)’이란 두메서
밀경(密耕)하는 담배가
가만가만 들어오던 때의 일이었다.

아직
소년이었던 나는
담배에 입맛을 붙여
숨어 피우던 그 쌉쏘름한 담배 맛을
시방도 아예 잊을 길이 없다.

인젠
할아버지의 부싯돌은
필연상(筆硯床)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지
모르지만,
할아버지 산소엘
성묘 가는 팔월이면

길 솟는
담배밭이 연이은 너머로
푸른 바다가 남실거리고
고군산열도(古群山列島)가 아스라이
보이는 곳.

사뭇
십 리를 가도
이십 리를 가도
삼십 리를 가도
그 너붓너붓한 담배 이파리가
해풍에 흔들리는
풍경 속을 걷다가

문득
할아버지의 그 부싯돌이 생각나서
돌아오는 성묘길에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앉아서
그 쌉쌀한 풋담배를
피워 물고 보는 하늘은
유달리 푸르렀다.

오는 팔월에도
담배밭 너머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서
그 산지기 영감님의 쌈지에서
잎담밸 한 대만
꼬옥 얻어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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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의 경범죄 / 장종섭

미풍양속 따윈
까맣게 잊어버리고
옷을 벗어던져버렸다

부드러이
스치는 스킬에
뜨거워진 몸매를
드러내고 만 것이다

옷을 벗게 한 것은
팔월의 햇살이지만
벌금은 내가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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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의 김매기 / 조순자

용광로 같이 이글대는
시뻘건 땡볕을 등에 지고

끓어오르는 지열을
온 가슴에 품어 안고

적군처럼 뻗어오는
쇠비름 뽑던 처녀 농군

밀짚모자 아래 고운 얼굴
석류처럼 빨갛게 익어가고

구릿빛 같은 두 팔은
장정처럼 알배어 굵어졌다

아 고난은 유익이라 하더니
천금 같은 경험에 세상이 두렵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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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이 가지 전에 / 오광수

8월이 다 가기 전에
조금 남아있는 젖은 가슴으로
따가운 후회를 해야겠다.

삶에 미련이 많은 만큼 당당 하지를 못해서
지나온 길 부끄러움으로 온갖 멍이 들어 있는데도
어찌하지 못하고 또 달을 넘겨야 하느냐

나의 나약함이여
나의 비굴함이여
염천 더위에 널브러진 초라한 변명이여
등에 붙은 세 치 혀는 또 물 한 바가지를 구걸하고
소리 없는 고함은 허공에서 회색 웅덩이를 만드는데
땅을 밟았다는 두 발은 흐르는 물에 밀려 길을 잃고 있구나

8월이 간다
이 8월이 다 가기 전에
빈손이지만 솔직하게 펼쳐놓고
다가올 새날에는 지친 그늘에게 물 부어주고
허공의 회색 웅덩이는 기도로 불러다 메워가고
물빛에 흔들리는 눈빛이라면 발걸음을 멈추자

머지않아 젖어있는 이 가슴이 마른다 해도
잠든 아이 콧잔등에 땀 솟을까
애쓴 마음이라도 남아있으면 너무 고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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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이 떠나가면 / 윤재철

능소화 몰강스럽게 떨어져
수북이 쌓인 거리에
뜨거운 햇살 받으며
바람도 불지 않은데
해연이 핀 자미화가 살랑거린다

질식할 듯 짙푸른 초록숲이
온누리를 물들인 떠나가는8월
이런 시절 대하면
그대생각 더욱 깊어지는데~~

능소화는 지고 자미화 피어나고
8월은 느긋이 가는 듯 안 가는 듯
더디지만은

이미 저 하늘에 물들인
가이없는 쪽빛
초저녁 풀섶에 들려오는
쓸쓸한 귀뚜라미소리에

문득 여름이가고
가을소식들이 귓전에 맴돌고
눈앞에 어른거리면

무심이 저물어가는8월이
기약 없이 떠나간 그대처럼
한없이 애틋하고
공연이 두렵다

아 ~ 오십 대는
가을이 오는 설레임보단
가버린 여름이 공연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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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사랑노래 / 정연복

날아오르자
이 언덕쯤에서
헛된 껍질 따윈 벗어던지고

호쾌한 하늘이 가슴을 열고
짙푸른 들판이 손을 내민다

저 개울을 건너뛰면
또 다른 낙원이 펼쳐지겠지

뜨거운 열망을 가득 품고
우릴 동여맨 끈이
가없이 이어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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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신록 앞에 / 도지현

친구야 우리,
조금 더 겸손해지고
감사하며 살자

​저 윤기 나는 잎새
엽록소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광합성 해서
우리가 숨 쉬고 살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 주었으니
이 위대한 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마음
고개 숙여 감사하자

​친구야,
8월의 신록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 자연을 조금 더 사랑하고
이 자연에게 겸손을 배우고
이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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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어느 날에 / 이고은

콩꽃이 하얗게 필 때
잠깐 다녀가는 비님이 오시면
맨발로 뛰어 나가
어허라 둥둥 반겨주며
춤사위 벌어진다

생선 익는 냄새
스멀스멀 걸어 들어오고
구수한 밥 냄새 부엌에서 떠들면
고추 따는 아낙네 손길은 빨라져
잰걸음으로 달려간다

어릴 적 소풍갔던
고운 빛 뽐내는 솔섬이 있는
연포 해수욕장 그곳에는
모래알도 은빛 물결도 그대로인데
추억을 회상하는 내 모습만 변해간다

아!
여름날의 뜨거운 입김도
열정으로 들끓던 청춘도
이제 그만 가라
무수한 추억만이 북적이는
8월의 어느 날에 너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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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언덕에서 / 임영준

날아오르자
이 언덕쯤에서
헛된 껍질 따윈 벗어던지고

호쾌한 하늘이 가슴을 열고
짙푸른 들판이 손을 내민다

저 개울을 건너뛰면
또 다른 낙원이 펼쳐지겠지

뜨거운 열망을 가득 품고
우릴 동여맨 끈이
가없이 이어지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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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이 오는 소리 / 이효녕

사랑이 너무 뜨거워
마음 둘 곳 없는 여름
하늘에 별을 바라보며 설친 잠
별빛 따라 가는 발자국 소리
푸른 나뭇잎들이 웅성거리는 소리
몇 개의 길 위에 부는 바람 소리
파도의 하얀 꿈을 모아
소라껍질 깊이 담는 소리

나뭇가지에 내려앉은
별빛이 몸을 더듬는 소리
넓은 초원 풀잎에 맺힌 이슬
그리움으로 구르는 소리
가냘픈 그 숨결 소리

짓눌린 가슴 열어 놓습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뜨거운 숨결이 느낌으로 오는 여름
내 마음 연록색 잎사귀 돋아내
더위에 지친 그대의 그늘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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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희망 노래 / 오애숙

이아침 찬란함이여
온누리 퍼져가는 태양 속에
살랑살랑 바람 일어나서
날 부추 켜 세워주는 맘

8월의 작열한 태양열
가슴에 담뿍담아 활짝 웃는
해바라기 네 모습 바라보며
질주하려 일어서 보네

쭉쭉 뻗어가는 너의 목표
나와의 싸움에서 거센 폭풍
내 앞 길 장애가 된다 해도
휘날리고 있는 향그러움

8월 속에 속삭이는 희망
농부의 구릿빛 땀방울 맘에
박제시켜 송글송글 맺히는
그 희열 갖고 노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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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 팔월의 여행 / 박남숙

기다린 끄트머리에 매단 빗방울
감성을 품은 한 폭의 수채화가
창문을 열고 숲으로 날아든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그녀들과 여행길
도란도란 소박함을 커피 향에 섞어
여유란 항아리에 담금질해 둔다

삶이라는 밭에 심어진 흉터들
사랑의 달콤한 마키아토에
웃음을 베어 물고 행복한 인연 그려간다

푸른 숨결로 날아오르는 갈매기처럼
강화도 후포항 그녀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파릇파릇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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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탱고를 추는 8월 / 유재구

바람의 입술이
살갗을 비비고 여름을 달구면
은밀하고 뜨거운 속살을 다 드러내 놓은 채
해마다 탱고를 추는 8월
한 박자씩 끊어지는 발걸음마다
내뱉는 숨결이 거칠게 떨어지고
한 꺼풀씩 벗어 놓은 옷들은 다 붉다
장미꽃빛 보다 더 매혹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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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의 가을장마 / 김덕성

칠팔월 여름내
대지가 이글이글 불타는 듯
불덩어리 같은 여름
입추 말복 처서 지나고 나니
이제야 가을인 듯싶다

팔월 뒤늦게
반갑게 비가 내리더니
그 비가 가을 장맛비로 내리면서
산사태로 침수로 피해를 주어
팔월 마무리를 흐리게 하니
어쩜 좋아

그렇지 않아도
코로나로 신심이 고달픈데
이제라도 인명 재산 피해 없이
사랑으로 감싸 주듯이
가을장마가 지나가
팔월을 마무리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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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의 숲 속에서 / 박정재

긴긴 여름 함께 했던
수목의 터널을 지나며
고마운 수목의 혜택을
다시 한 번 생각하네

무덥고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가려주던 나무
건강에 좋은 향기도
아낌없이 주었는데

인색한 우리 사람들은
나무 열매 따기에 바빠  
가지를 꺾기까지 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네 

도움을 받았으면
그에 대한 보답을 못해도
서운함을 남기는 일은
하지 않음이 도리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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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중턱의 향연 / 오애숙

땡볕의 작열함 어디로 갔는지
입추 지나 말복에도 활개 쳤는데
주섬주섬 껴입는 패션의 속삭임

조석에 시나브로 하늬바람 불고
가로수 길섶에서는 하늘하늘
웃음꽃 피우는 코스모스의 향연

청잣빛 하늘 속 뭉게구름 사이
숨바꼭질하는 빨간 고추잠자리
가을 길섶이라고 노래 부를 때

들녘에서는 땀방울의 기쁨 속에
송글거리는 구릿빛이마 아래로
농부의 입 귀에 걸려있는 행복감

황금물결 넘노는 바다 바라보며
기쁨의 환희 속에 꽹과리 울리려
풍년 예고로 휘파람 불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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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15일의 노래 / 오장환

기폭을 쥐었다.
높이 쳐들은 만인의 손 우에
깃발은 일제히 나부낀다.

"만세!"를 부른다. 목청이 터지도록
지쳐 나서는
군중은 만세를 부른다.

우리는 노래가 없었다.
그래서
이처럼 부르짖는 아우성은
일찍이 끓어오던 우리들 정열이 부르는 소리다.

아 손에 손에 깃발들을 날리며
큰길로 모이는 사람아
우리는 보았다.
이곳에 그냥 기쁨에 취하고, 함성에 목메인 겨레를......
그리고
뒤끓는 환희와 깃발의 꽃바다 속에
무수히 따러가는 이동과 근로하는 이들의 행렬을......

춤추는 깃발이여!
나부끼는 마음이여!
이들을 지키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너희들 가슴으로
해방이 주는 노래 속에서
또 하나의 검은 쇠사슬이 움직이려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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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그 추억 속으로 / 도지현

해조음과 함께 들리는
모든 소리가 꿈속처럼 아득하다
파도가 부서지며
하얗게 일어나는 물보라까지

그 해 여름의 바닷가는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어
모든 것들이 새로워
또 다른 세계를 맛보게 했지

한 사람의 내면을 보았고
그 속에 존재하는 한 송이 꽃까지
선홍 빛으로 물든 꽃
한 사람을 알고 사랑을 알았지

삶에서 영원이란 없더라
찰나의 순간을 영원처럼 타오른
그러나, 싸늘하게 식은 열정
이제는 추억의 뒤안길을 헤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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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여름 하늘은 알 수 없어라
지나는 소나기를 피할 길 없어
거리의 비가 되었을 때
그 하나의 우산이 간절할 때가 있지

여름 해는 길이도 길어라
종일 걸어도
저녁이 멀기만 할 때
그 하나의 그늘이 그리울 때가 있지

날은 덮고
이 하루가 버거울 때
이미 강을 건너
산처럼 사는 사람이 부러울 때도 있지

그렇다 해도
울지 않는다
결코 눈물 흘리지 않는다

오늘은 고달파도
웃을 수 있는 건
내일의 열매를 기억하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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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어느 날 오후 / 유학수

가끔씩 찬바람이 느껴지는 것을 보니
이젠 한낮의 열기는 어느 정도는 사라졌나 보다

팔월의 어느 날 오후
수북이 쌓여있는 우편함을 뚫어져라 바라보니
울컥거리고 서글퍼진다

모두 꺼내 방향 감각을 모른 채 달린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들어온 걸 보니 기름이 없나 보다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줄줄 흐르는 눈물
외진 공터에서 그만 엉엉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평생 흘릴 눈물을 요즘 다 쏟은 것 같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헤치고 나갈 수가 있을까,

잠이 들었나 보다 얼마나 지났을까
차창 밖으로 간혹 비치는 전조등 불빛이 스쳐간다

가자, 가야만 한다
내 분신들이 있는 작은 옥탑방이 붙어있는
그곳 옥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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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이파리의 노래 / 정연복

벌써 아침부터
서서히 달아 오르는

태양의 열기 속에
나의 초록 몸도 뜨거워진다

오늘 하루도 불볕 더위의
시련을 통과해야 하겠지만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숨통이야 트일 수 있으리

삶은 괴로워도 아름다운 것
고통의 이랑마다 기쁨 또한 있어

이 몸 빛 고운 단풍 될 날
저만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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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처음 아침에 / 김희경

8월의 처음 아침에
그대를 위한 선물을 준비합니다
마음의 상자를 꺼내 놓고
이른 새벽의 기도로
간절함을 듬뿍 담아 봅니다
그대여 아픈 거 하지 말아요
오래오래 제 곁에 있어주세요
건강을 소망하는 마음 담아 봅니다

그대여 힘들어하지 말아요
질곡의 시간이 와도 제가 나눠 질게요
행복을 열망하는 마음 담아 봅니다

그대여 처연해하지 말아요
서글픔이 엄습하면 제가 닦아 드릴게요
사랑을 약속하는 마음 담아 봅니다

그대여 흔들리지 말아요
세상이 파도쳐도 그 끝에 제가 있을게요
믿음을 새겨두는 마음 담아 봅니다

8월의 처음 아침에
심장에서 꺼내어 마음으로 쓴 편지
이쁘게 포장하여 그대에게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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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8월의 속삭임 / 박종영

은빛 아주까리 기름 바른
여인의 쪽 머리 가르마처럼
선명하게 흔들리는 다랑치논 이랑이야 알고 보니
더운 8월의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여름 목화가 풋다래 부둥켜안고
흰 구름 붙잡아 목화송이 몽글하게 키워내는
설익은 다래 한 개 따 입에 넣으니
아삭아삭 파랗게 물드는 풍경의 시간들,

티 없이 맑은 하늘 끝자락에
산수국 오물오물 연둣빛 향기 흩날리고
달맞이꽃 노란 웃음소리에
단잠 깨어 봉창문 열면 하얗게 열리는 아침,

뒷산 동백 맑은 이슬 털어내며
윤기 나는 열매 들볶아 대는 동박새,
저렇듯 흉내 낼 수 없는
추억의 입맞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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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녹음 속으로 / 김광섭

보리밭에서
종달새 우는소리에
뜨거운 황토밭에서
코앞에 터진 포성
산이 무너지고
강이 떨던 아침
조국이 외치는
유월의 명령에

포탄 속에 뛰어든 청춘들
이제 싸움은 지나고
고요한 산야에 들꽃이 곱게 피는데

포탄에 쓰러져
진토될 새도 없이
햇볕에 뒹구는 백골

까마귀 물어다
그늘에 놓고 울었는가
이 그늘 속에 백골과 같이
앉아 쉬어가는 길손이여

저 무성한 나무뿌리에는
이미 조상들이 잠들었고
유월의 청춘도 함께 누워 있다
산 사람끼리 언짢은 동포가 되기 전에

차라리 나무들과 형제가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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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창 마감하며 / 오애숙

마음의 창 엽니다
핍진한 자리에
풍성한 열매 기대로

안갯속 걷고 있어도
파르라니 일어선
맘의 창엔 길 있습니다

세상사에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무릎으로 손 모읍니다

내님의  향그럼 속에서
하늘 소망빛에 슬어
삶에 향기 휘날리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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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의 크리스마스 / 성기숙

이 영화는 밤새 다섯 번이나 돌려보느라고
정원의 집 마당에 널린 빨래까지 눈에 익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자기 영정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 자동셔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짜르르하다

그 소리는 삶을 마감하기 위해 유예된 시간이다
30년을 살고 가던 60년을 살던 마찬가지이다
편지지를 펼치고 만년필 뚜껑 여는 소리..
짜낸 잉크가 물에 번지는 소리도 귀에 남아 있다

정원이 죽고 난 다음 찾아 온 다림이 사진관 앞에서
자기 사진이 액자로 걸린 것을 보고 미소 짓고 있다
보내지 않은 정원의 편지는 그 미소에 의해 읽힌다
그 미소가 이 영화의 품위를 지켜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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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황금보리 들녘에서 / 오애숙

황금빛 보리
어찌 그리 당당하게 
열매 맺어 날 보라 
외치고 있나

농부의 구릿빛
땀방울 송글송글 맺힌
그 노고 보상하는 미소가
아름답고 싱그럽다

내 너로 인하여
눈부신 들녘에서
찬란한 빛 가슴속으로
스며들고 있기에

8월 들녘에서
내 그대의 당당함
눈도장 찍어 맘에 새겨
달리려 곧추는 맘

내 그대 바라보며
한해 계획한 것 하나씩
꽃 피워 풍성한 열매 한아름
맺고자 채비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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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력 팔월 열이틀 달밤 / 김용택

부지런히 일하시는
우리 어머니 곁에 사는
기쁨과 행복을 아시는지요
지붕 위에 떨어지는 열이틀 달빛과
풀벌레 산 가득 우는 곳
산이 솟고 강이 흐르는 소리가
내 깊은 잠을 흔들어 깨우는 곳
그리고 나는 오늘
가난한 우리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어요

밤이 깊고
어머니 곁에 풀벌레 울음소리
고추 참깨 알밤이 쌓여가고
나도 그 곁에 곡식처럼 쉽니다
큰 복이지요
일해도 일해도 가난해서 일을 하시는
우리 어머니,
나를 낳아주신 우리 어머니 곁에
내가 사니까요
비 오는 마을과 호박꽃 핀 돌담을 지나
어머니와 마주 앉은 저녁 달빛은 마당을 지나고
늘 평화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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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 그 소문을 벗기다 / 이효애

우거진 그늘 너럭바위 아래 물소리가 지친 황소의 혓바닥으로 흐르는 간월산 골짜기 태양이 독을 품은 독사처럼 불을 뿜어내는 꼬불꼬불한 임도를 따라 산길 오르는 볕의 이마로 물개 한 마리 산자락을 헤엄쳐 오른다. 태양처럼 붉은 산나리 꽃 물개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회심에 미소를 보낸다. 팔월의 시간이 바람을 생산하는 비밀에 집을 두드린다. 밀집된 그늘이 열병에 걸린 도시를 끌어안고 광활한 여름을 걷어낸다. 화마에 벗겨진 물개의 잔등이 차디찬 면발로 흩날리는 낭떠러지에 파도가 출렁거린다. 팔월을 지주 하는 폭포는 긴 여정 중이다
 
갈빛을 기다리는 억새 평원은 시야의 서쪽을 가리키며 재약산에 회임한 들꽃의 소문을 사자평에 퍼트린다. 땡볕에 감전된 신불산과 재약산은 헉헉거리다 은하의 물결로 일렁이는 억새밭 근처 능선을 훑어내리는 태양이 또아리 튼 오후 두 시를 접어 옥류폭포 아래로 사라진다. 볕의 시체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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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월이 들녘에 앉으면 / 임판석

홀로 먼길에 고독의 영겹
밝은 금빛햇살 높이 받들고
기류 따라온 한올의 낮달
진실의 깊은속 존재한 칠월

크고도 환한 더듬어 온길
중년의 소담스러운 삶 속에
땡볕에 삶을 어깨에 메고
가쁜 숨통을 조여 놓고서는

속절도 없이 말없는 작별
끝내 아쉬운 계절의 뒤안길
푸르름의 긴 숲길을 지나
칠월의 마침표로 숨 죽인다

사각지대를 살며시 지나
첩첩산중 오지의 구석까지
하늘을 품고 바다를 안고
들녘을 딛고 팔월이 앉는다

입추의 자리 처서의 매김
틈바귀 굴레 가을이 얹힌다
살아 숨쉬는 꿈과 희망이
이루어지는 행복과 건강이

늘 함께하는 아름다움의
알찬 날 당금질과 다름 질로
맑음과 밝음 미소와 웃음
가득 담길 팔월의 하늘이여.

-------------------------------
+ 8월 속에 피어나는 소망 / 오애숙

이아침 시어가 
가슴에서 날개 칠 때면 
홀씨 되어 마음과 맘속에 
시향 가득 휘날려 소망빛 
되어 지길 소원하는 맘 

세월이 지나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고 
한여름 파도 물결로 스미는 
내님의 향그러움 내 안에서 
잠자던 사랑 일깨우는 맘 

거친 세파로 쓰러진 
영혼의 탄식에 휘청이는 자 
생명참의 씨앗 되어 주기 위해 
하늘빛 해오름에 헹구어서 
나래 펴길 간구하며 

때론 비애 젖은 심연에 
위로의 꽃 피어 감싸주는 
간절한 손길로 탄생한 사랑꽃 
활짝 피워 주길 원하는 맘에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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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팔월을 사랑하련다 / 송정숙

간다고 영영 갈 수 있나
오기 싫다고 안 올 수 있나

태양을 등에 업고
잰걸음으로 벌써 문지방을 넘었구나

떨어지는 낙숫물처럼
시련은 살아있음으로 오는 선물

뜨거운 볕으로 열매가 익어가나니
나는 팔월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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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의 바다에게 가고 싶다 / 신경희

8월의 하늘이 뜨겁다
눈부신 뜨거운 햇살에
현기증이 난다.

7월의 빗물이
세상을 쓸어가 듯 무섭게
밤하늘을 가르더니

뜨거운 태양이
바다를 부른다.
8월이 가기전에

바닷가 모래밭에 촘촘히 박힌
발자국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도 바다에 가고싶다.

바다에 가면
하늘의 섭리를 알 수 있을까
뜨거운 태양을

가슴에 가득 품을 수 있는
바다에게 가면
바다는 어서오라고

손짓을 하고
열심히 살아온 수고로움을
등 다독이며

삶은 그렇게 쉽지 않음을
비바람과 폭풍이 지나고 나서야
평화가 찾아 온다고

바다는 말을 해줄까
8월이 가기전에
나도 바다에게 가고 싶다.

==================
+ 8월의 희망날개로 피어나는 들판 / 오애숙

내 몸에 칸나 한송이 피어난다
처음엔 넓고 푸른 무성한 잎사귀만
내 팔뚝 만한게 자라고 있었지

그 푸르던 잎도 밤이 되면 흑빛으로
사위어 죽음의 빛깔로 바뀌어 갔기에
비애가 한여름 장댓비 쏟아 내었지

허나 동창 밝아오니 해오름과 함께
아침이슬에 목축이고 함초롬 옷 입고
찬란한 햇살로 노래 부르고 있다

기상나팔 불듯 뾰족한 꽃봉오리
8월의 들녘에서 정렬적으로 물들인다
불화산이 되어 붉게 피어오르며

___________* 53

8월의 서정 / 권오범
8월의 정사 / 고은영
8월의 초상 / 임영준
8월의 편지 / 천준집
--------------------------
8월이 가면 / 박상희 
팔월의 시샘 / 이종숙
팔월의 여명 / 김덕성
팔월의 와인 / 윤꽃님
----------------------------
팔월의 이별 / 조순자
팔월 폭포수 / 심의윤
8월도 가는데 / 민경대
8월을 보내며 / 류동열
-----------------------------
8월을 열었다 / 정종명
8월의 끝자락 / 오애숙
8월의 밥그릇 / 정진혁
8월의 수채화 / 박상현
-----------------------------
8월의 여름은 / 박진표
8월의 첫 아침 / 곽종철
8월 잘 가시게 / 정종명
오는 팔월에도 / 신석정
-------------------------------
팔월의 경범죄 / 장종섭
팔월의 김매기 / 조순자
8월이 가지 전에 / 오광수
8월이 떠나가면 / 윤재철
--------------------------------
8월의 사랑노래 / 정연복
8월의 신록 앞에 / 도지현
8월의 어느 날에 / 이고은
8월의 언덕에서 / 임영준
----------------------------------
8월이 오는 소리 / 이효녕
8월의 희망 노래 / 오애숙
푸른 팔월의 여행 / 박남숙
탱고를 추는 8월 / 유재구
---------------------------------
팔월의 가을장마 / 김덕성
팔월의 숲 속에서 / 박정재
팔월 중턱의 향연 / 오애숙
8월 15일의 노래 / 오장환
----------------------------------
8월, 그 추억 속으로 / 도지현
8월에 꿈꾸는 사랑 / 이채
8월의 어느 날 오후 / 유학수
8월 이파리의 노래 / 정연복
-----------------------------------
8월의 처음 아침에 / 김희경
녹색 8월의 속삭임 / 박종영
팔월의 녹음 속으로 / 김광섭
팔월의 창 마감하며 / 오애숙
-----------------------------------
8월의 크리스마스 / 성기숙
8월 황금보리 들녘에서/오애숙
음력 팔월 열이틀 달밤 / 김용택
팔월, 그 소문을 벗기다 / 이효애
----------------------------------
팔월이 들녘에 앉으면 / 임판석
8월 속에 피어나는 소망 / 오애숙
나는 팔월을 사랑하련다 / 송정숙
8월의 바다에게 가고 싶다 / 신경희
----------------------------------
8월의 희망날개로 피어나는 들판 / 오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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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시 모음 1

9월 시 모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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