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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과 나 1
이도준의 밭에서 서기범의 밭에서 유한수와 김진체
와 도건석과 빈병성의 밭에서 정준과 이기범과 조충선
의 논에서 김기출의 논에서 홍영식과 박진석과 고대균
과 양건철과 오문수와 조한준과 모대성과 송평길과 진
건규와 이대호와 최봉수와 장성곤과 김철과 박숙자의
논에서 문규식과 조문준의 밭에서 서기호와 박건호와
배요섭과 엄기출과 이경진과 안영학과 윤주의 밭에서
신철희의 비닐하우스에서 송광배와 정태화의 비닐하
우스에서 한현봉과 천만심과 조한준과 문관수와 박준
양과 한수와 허차복과 지명숙과 하병순과 이금석의 밭
에서 김덕과 석진태와 여원구와 유만숙과 오세길의 논
에서 이기범과 차순식과 주이성과 전부옥과 하태천의
논에서 전제관과 박산옥과 홍옥기와 이남춘과 최월의
밭에서 변규성과 유동로와 강종연의 과수원에서 지학
철의 과수원에서 길근표의 원두막에
일렁이는
일렁이는
너머
산을 하나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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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과 나 2
허공에 크고 붉은 해를 하나 그렸습니다
해 바로 아래 작은 산 하나를 매달아 그렸습니다
해와 산은 캔버스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산 귀퉁이에는 집을 하나 반쯤 숨겨 그렸습니다
나는 그 집에 들어가 창을 드르륵 엽니다
지나가던 새 한마리가
집에 눌려 손톱만하게 된 나를
빤히 쳐다보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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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과 나 3
천지간에 큼직한
나무 한 그루를 그립니다
줄기는 오로지 하나만 있고
몸은 둥글게 부풀어
몸이 온전히 나무로 꽉 찬 나무입니다
나무 아래에는 좌우에
달과 해를 하나씩 나누어 그려 놓고
달 밑에는 기와집을 두고
해 밑에는 양철집을 두고
나무 곁에 서서 하늘을 보니
하늘은 여전히 나무 위에 앉아 있습니다
나는 나무 위에 하늘 대신
붉은 지붕과 붉은 벽
검푸른 지붕과 흰 벽이 서로 붙은
집을 한 무더기 그려 넣습니다
---------------
+ 나무와 돌
나무가 몸 안으로 집어넣는 그림자가
아직도 한 자는 더 남은 겨울 대낮
나무의 가지는 가지만으로 환하고
잎으로 붙어 있던 곤줄박이가 다시
곤줄박이로 떠난 다음
한쪽 구석에서 몸이 마른 돌 하나를 굴려
뜰은 중심을 잡고 그 위에
햇볕은 흠 없이 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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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나
나는 갠지스 강의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아이를 기다리며 졸았다 강에서는 가끔 시체가
떠내려가기도 하고 죽은 아이를
산 여자가 안고 가기도 하고 산 남자가
산 여자를 안고 가기도 하고
시체를 태우다 남은 나무토막들이 떠내려와
사람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시체 두 구는 내 발에 걸려 나와 함께
머물기도 했다 부리가 빨간 새 한 마리는
시체 위에 앉아 앞가슴을 다듬었고
언덕에서는 둥근 태양이 올라앉은 집의
지붕이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
+ 골목과 아이
급작스레 비가 왔다 양철 지붕 위에 찌그러져 얹혀
있던 해는 어느새 뭉개지고 잠자리 몇몇이 비행 고도
를 한번 높였다가 낮추고 다시 높였다가 낮추더니 훌
쩍 담을 넘었다 여자 아이 하나는 급히 나무 밑동에
쪼그리고 남자 아이 하나는 나무에 기대어 섰다 골목
끝에서 울며 솟구친 매미 한 마리가 허공에서 다시 솟
구치고 나뭇잎들은 일제히 수평을 유지하려고 빗줄기
에게 부딪쳐 갔다 다름없이 그곳에 있는 것은 빗줄기
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는 허공이다 비가 오자 지붕은
더 미끄럽고 담장은 보다 두터워졌다 어느새 남자 아
이도 쪼그리고 앉아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가는 길
과 한 나무에서 문이 닫혀 있는 집으로 가는 길과 닫
혀 있는 집에서 다시 나무로 돌아오는 길과 그 길에서
새가 떠난 새집으로 가는 길에 떨어지고 있는 비를 함
께 보고 있다
------------------
+ 하늘과 침묵
온몸을 뜰의 허공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
한 사내가 하늘의 침묵을 이마에 얹고 서 있다
침묵은 아무 곳에나 잘 얹힌다
침묵은 돌에도 잘 스민다
사내의 이마 위에서 그리고 이마 밑에서
침묵과 허공은 서로 잘 스며서 투명하다
그 위로 잠자리 몇 마리가 좌우로 물살을 나누며
사내 앞까지 와서는 급하게 우회전해 나아간다
그래도 침묵은 좌우로 갈라지지 않고
앞에 닿으면 잎이 되고
가지에 닿으면 가지가 된다
사내는 몸속에 있던 그림자를 밖으로 꺼내
뜰 위에 놓고 말이 없다
그림자에 덮인 침묵은 어둑하게 누워 있고
허공은 사내의 등에서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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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공과 구멍
나무가 있으면 허공은 나무가 됩니다
나무에 새가 와 앉으면 허공은 새가 앉은 나무가 됩
니다
새가 날아가면 새가 앉았던 가지만 흔들리는 나무가
됩니다
새가 혼자 날면 허공은 새가 됩니다 새의 속도가 됩
니다
새가 지붕에 앉으면 새의 속도의 끝이 됩니다 허공
은 새가 앉은 지붕이 됩니다
지붕 밑의 거미가 됩니다 거미줄에 날개 한쪽만 남
은 잠자리가 됩니다
지붕 밑에 창이 있으면 허공은 창이 있는 집이 됩니다
방 안에 침대가 있으면 허공은 침대가 됩니다
침대 위에 남녀가 껴안고 있으면 껴안고 있는 남녀
의 입술이 되고 가슴이 되고 사타구니가 됩니다
삐걱이는 침대를 이탈한 나사못이 되고 침대 바퀴에
깔린 꼬불꼬불한 음모가 됩니다
침대 위의 벽에 시계가 있으면 시계가 되고 멈춘 시
계의 시간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허공은 사람이 되지 않고 시체가 됩
니다
시체가 되어 들어갈 판이 되고 뚜껑이 꽝 닫히는 소
리가 되고 땅속이 되고 땅속에 묻혀서는 봉분이 됩니다
인부들이 일손을 털고 돌아가면 허공은 돌아가는 인
부가 되어 뿔뿔이 흩어집니다
상주가 있는 담배꽁초와 페트병과 신문지와 누구의
주머니에서 잘못 나온
구겨진 천 원짜리와 부서진 각목과 함께 비로소 혼
자만의 오롯한 봉분이 됩니다
얼마 후 새로 생긴 봉분 앞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달라져 잠시 놀라는 뱀이 됩니다
뱀이 두리번거리며 봉분을 돌아서 돌 틈의 어두운
구멍 속으로 사라지면 허공은 어두운 구멍이 됩니다
어두운 구멍 앞에서 발을 멈춘 빛이 됩니다
어두운 구멍을 가까운 나무 위에서 보고 있는 새가
됩니다
==========
+ 호수와 나무
ㅡ서시
잔물결 일으키는 고기를 낚아채 어망에 넣고
호수가 다시 호수가 되도록 기다리는
한 사내가 물가에 앉아 있다
그 옆에서 높이로 서 있던 나무가
어느새 물속에 와서 깊이로 다시 서 있다
-------------------------
+ 양철 지붕과 봄비
붉은 양철 지붕의 반쯤 빠진 못과 반쯤 빠질 작정을
하고 있는 못 사이 이미 벌겋게 녹슨 자리와 벌써 벌
겋게 녹슬 준비를 하고 있는 자리 사이 퍼질러진 새똥
과 뭉개진 새똥 사이 아침부터 지금까지 또닥또닥 소
리를 내고 있는 봄비와 또닥 또닥 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봄비 사이
======2>
+ 강과 나
강과 나 사이 강의 물과 내 몸의 물 사이 멈추지 못
하는 강의 물과 흐르지 못하는 강의 둑 사이 내가 접
히는 바람과 내가 풀리는 강물 소리 사이 돌과 풀 사
이 풀과 흙 사이 강을 향해 구불거리는 길과 나를 향
해 구불거리는 길 사이 온몸으로 지상에 일어서는 돌
과 지하로 내려서는 돌 사이 돌 위의 새와 새 위의 강
변 사이 물이 물에 기대고 있는 강물과 풀이 풀을 붙
잡고 있는 둑 사이 내 그림자는 눕혀놓고 나만 서 있
는 길과 갈대를 불러 모아 흔들리는 강 사이
-------------
+ 강과 둑
강과 둑 사이 강의 물과 둑의 길 사이 강의 물과 강
의 물소리 사이 그림자를 내려놓고 있는 미루나무와
미루나무의 그림자를 붙이고 있는 둑 사이 미루나무와
붙어서 강으로 가는 길을 보고 있는 한 사내와 강물을
지그시 밟고서 강 건너의 길을 보고 있는 망아지 사이
망아지와 낭미초 사이 낭미초와 들찔레 사이 들찔레
위의 허공과 물 위의 허공 사이 그림자가 먼저 가 있
는 강 건너를 향해 퍼득퍼득 날고 있는 새 두 마리와
허덕이며 강을 건너오는 나비 한 마리 사이
-------------
+ 둑과 나
길은 바닥에 달라붙어야 몸이 열립니다
나는 바닥에서 몸을 세워야 앞이 열립니다
강둑의 길도 둑의 바닥에 달라붙어 들찔레 밑을 지
나 메꽃을 등에 붙이고
엉겅퀴 옆을 돌아 몸 하나를 열고 있습니다
땅에 아예 뿌리를 박고 서 있는 미루나무는 단단합
니다
뿌리가 없는 나는 몸을 미루나무에 기대고
뿌리가 없어 위험하고 비틀거리는 길을 열고 있습니
다 엉겅퀴로 가서
엉겅퀴로 서 있다가 흔들리다가
기어야 길이 열리는 메꽃 곁에 누워 기지 않고 메꽃
에서 깨꽃으로 가는
나비가 되어 허덕허덕 허공을 덮칩니다
허공에는 가로수는 없지만 길은 많습니다 그 길 하
나를
혼자 따라가다 나는 새의 그림자에 밀려 산등성이에
가서 떨어집니다
산등성이 한쪽에 평지가 다 된 봉분까지 찾아온 망
초 곁에 퍼질려 앉아
여기까지 온 길을 망초에게 묻습니다
그렇게 묻는 나와 망초 사이로 메뚜기가 뛰고
어느새 둑의 나는 미루나무의 그늘이 되어 어둑어둑
합니다
-------------
+ 숲과 새
떡갈나무 하나가
떡갈나무로 서서
잎과 줄기를
잎의 자리와 줄기의 자리에
모두 올려놓았다
그 자리와 자리 사이로
올 때도 혼자이더니
갈 때도 혼자인
어치가
날다가
갈참나무가 되었다
=========
+ 강과 강물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하늘은
제 몸에 붙어 있던 새들을 모두 떼어내고
다시 온전히 하늘로 돌아와 있고
둑에는 풀들이 몸을 말리며
자기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강가에서는 흐르지 않고 한 여자가 서서
안고 있는 아이에게 한쪽 젖을 맡기고
강이 만든 길을 더듬고 있다
아이는 한 손으로 젖을 움켜쥐고
넓은 들에서 하늘로 무너지는
강을 본다
강에는 강물이 흐르고
물속에서 날개가 젖지 않는
새 그림자가 강을 건너가고 있다
---------------
+ 강과 사내
묵묵히 강을 따라가는 길에 서서 한 사내
끝을 지우는길 하나를 보고 있다
끝을 숨기는 길 하나를 보고 있다
끝을 몸 안으로 말아 넣는 길 하나를 보고 있다
끝을 몸 안으로 말아 넣은 길 하나가
몸을 저녁 밑자락에 묻는 것을 보고 있다
----------------
+ 몸과 다리
길이 다시 길로 구부러지고
새가 두 다리를 숨기고 땅 위로 날아오르고
메꽃이 메꽃을 들고 산기슭을 기고
개미 한 마리가 개미의 다리로 길을 건너가고
그때 길 밖에서는
돌멩이 하나가 온몸으로 지구를 한 번 굴렀습니다
----------------
+ 지붕과 벽
어두워지자 골목의 구석에서는 가랑잎을 뒤척이던
바람이 가랑잎 밑에서 잠들었다
몇 개의 가등이 사라지는 길을 다시 불러내고
어둠은 가등을 둘러싸고 자신을 태워 불빛을 지켰다
달이 뜨자 지붕과 벽과 나무의 가지와 남은 잎들이
제 몸속에 있던 달빛을 몸 밖으로 내놓았다
달은 조금씩 다른 자기의 빛들에 환하게 와닿았다
몸속의 달빛이라 기울어진 지붕에서도 달빛은
한 방울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달빛을 파면서 밤새 한 마리가 세상을 구십 도로 눕
혀 보여주더니
다시 가볍게 제자리로 돌려놓고 가버렸다
잎들 가운데 몇몇은 벽 앞으로 떨어지며
벽이 몸 안에 숨기고 있는 균열을 몸짓으로 그려 보
였다
잎이 지나간 뒤 벽은 그러나 달빛만 가득했다
=========
+ 집과 허공
한 사람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서 있었다
지나가던 한 사람이 왼쪽을 보고 있는
사람을 따라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서 있었다
몇 사람은 그냥 지나가고
몇 사람은 그냥 지나가지 못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서 있었다
강이 왼쪽 구석에서 출렁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람들이 있는 허공에는
문이 닫힌 집이 몇 채 그들끼리 있었다
------------------
+ 강변과 모래
강변 모래사장에 아이 넷 있습니다
모두 발가벗었습니다
그 아이 하나 지금 모래사장에 쪼그리고 앉아
지평선에 턱을 괴고 있습니다
그 아이 하나 지금 허리를 구부려
다리 사이에 머리를 거꾸로 넣고 하늘에게
악, 악, 악 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 하나 지금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벌리고
남근을 넣고 봉분을 쌓고 있습니다
그 아이 하나 지금 길게 누워
두 발을 들어올리고
하늘의 폐달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습니다
시간이 오후 3시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
+ 거리와 사내
한 사내가 앞서 가는 그림자를 발에 묶으며
호프집 앞을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
세 사내가 묵묵히 남의 그림자를 길로 밟으며
호프집 앞을 지나가고 있다
길 건너편의 플라타너스 잎 하나가
지나가고 있는 한 사내의 발 앞까지 와서 굴렀다
한 아이가 우하하하 하며
앞만 보고 뛰어갔다
-------------------
+ 길과 아이들
묵묵히 길가에 서서, 아득한 길의 밑을 보고 있는
한 사내아이의 뽀얀 이마와, 그 곁에서 한 사내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한 계집아이의 까만 눈과, 한
이의 반쯤 가려진 귀와, 세 아이의 길을 가로막고 서
서 길 저쪽을 멍하니 보고 있는 또 다른 한 사내아이
의 각이 무너진 턱과, 그 사내아이의 들린 왼손 밑의
들린 겨드랑이와, 엉거주춤 벌어진 한 사내아이의 사
타구니와, 한 계집아이의 볼록한 블라우스와, 또 다른
한 계집아이의 반쯤 들린 스커트
밑으로
동서 혹은 남북
===========
+ 도로와 하늘
도로 하나가 해 뜨는 쪽에서
해 지는 쪽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해 지는 쪽에서 해 뜨는 쪽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도로의 양쪽에는 가로수들이 함께 달리며
한 구역씩 맡아 하늘을 들어 올리고 있습니다
바람이 어디로 가고 사람도 어디로 가고
도로에는 지금 질주하는 도로만 가득합니다
------------------
+ 아이와 망초
길을 가던 아이가 허리를 굽혀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돌이 사라진 자리는 젖고
돌 없이 어두워졌다
아이는 한 손으로 돌을 허공으로
던졌다 받았다를 몇 번
몸속에 넣은 돌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허공은 돌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스스러 지웠다
아이의 손에 멈춘 돌은
잠시 혼자 빛났다
아이가 몇 걸음 가다
돌을 길가에 버렸다
돌은 길가의 망초 옆에
발을 몸속에 넣고
멈추어 섰다
-------------------
+ 하늘과 두께
투명한 햇살 창창 떨어지는 봄날
새 한 마리 햇살에 찔리며 붉나무에 앉아 있더니
허공을 힘차게 위로 위로 솟구치더니
하늘을 열고 들어가
뚫고 들어가
그곳에서
파랗게 하늘이 되었습니다
오늘 생긴
하늘의 또 다른 두께가 되었습니다
---------------------
+ 그림자와 나무
한 아이가 가고 두 그루 나무가 그림자를 길의 절반
까지 풀었다 다른 한 여자 아이가 두 그루 나무 밑에
그림자를 밟아야 하는 길로 오고 그 아이 발밑에서도
그림자는 풀려서 편편하고 부드럽다 여자 아이는 두
그루 나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다가 나무를 하나씩 차
례를 끌어안고 빙그르 돌았다 두 팔과 두 다리를 벌려
나무를 감고 빙그르 돌면서 허공을 쳐다보며 아, 아,
아, 했다 허공으로 가는 길에 사방으로 뻗고 있는 나
뭇 가지에 아, 아, 아, 하고 소리가 걸렸다 집집의 대
문은 잠겨 있고 담장은 튼튼하고 담장 안쪽의 뜰은 골
목보다 깊었다 새가 떠난 새집은 그림자를 가지에 걸
쳐놓고 가지 사이에 혼자 얹혀서도 둥글고 길은 여전
히 편편하다
============
+ 해와 미루나무
언덕 위에 미루나무 네 그루가 하늘을 지우고 서 있
습니다
첫번째 미루나무는 두번째 미루나무보다 키가 작습
니다
두번째 미루나무는 세번째 미루나무와 키가 같습
니다
세번째 미루나무는 네번째 미루나무와 키가 같습
니다
네번째 미루나무는 첫번째 미루나무보다 키가 큽
니다
세번째 미루나무는 까치가 앉아 있는 두번째 쪽으로
몸이 기울었습니다
두번째 미루나무는 까치가 없는 첫번째 쪽으로 몸이
기울었습니다
첫번째 미루나무는 보이지 않는 언덕의 밑으로 몸이
기울었습니다
두번째와 세번째 쪽으로 몸이 기운 네번째 미루나무
를 향해
몸이 기울지 않은 한 아이가 뛰어가고 있습니다
네번째 미루나무 다음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다섯번
째로 서 있습니다
저 하늘에 있는 해가 구름을 자주 바꾸고 있습니다
======3>
+ 뜰과 귀
뜰의 매죽나무에 이미 와 있는 새와 지금 날아온 새
사이, 새가 있는 가지와 없는 가지 사이, 시든 잎이
있는 가지와 없는 가지 사이, 새가 날아간 순간과 날
아간 순간 사이, 지붕 위아 지붕 밑의 사이, 벽
의 앞과 벽의 뒤 사이, 유리창의 안쪽고가 바깥쪽 사이,
마른 잔디와 마른 잔디를 파고 앉은 돌멩이 사이,
파
고 앉은 돌멩이와 들린 돌멩이 사이, 대문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 울타리와 허공 사이.
허공 한 구석
강아지 왼쪽 귀와 오른쪽 귀 사이
----------------
+ 9월과 뜰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퍽 엎질려져 있다
그곳에
지나가던 새 한 마리
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쉬고 있다
----------------
+ 국화와 벌
오늘은 정말 가을이어서
국화의 봉오리들이 퍽퍽 벌어졌습니다
어제보다 두 배는 족히 될
벌들이 잉잉거렸습니다
구룡사에서는 반야경 독경 테이프를
다른 날보다 한참 늦게 틀었습니다
늦게 틀어놓은 반야경이지만 그 소리에 얹힌
붉나무 잎 몇몇은
우리 집까지 잘 도착했습니다
----------------
+ 새와 나무
어제 내린 눈이 어제에 있지 않고
오늘 위에 쌓여 있습니다
눈은 그래도 여전히 회고 부드럽고
개나리 울타리 근처에서 찍히는
새의 발자국에는 깊이가 생기고 있습니다
어제의 새들은 그러나 발자국만
오늘 위에 있고 몸은
어제 위의 눈에서 거닐고 있습니다
작은 돌들은 아직도 여기에
있었다거나 있다거나 하지 않고
나무들은 모두 눈을 뚫고 서서
잎 하나 없는 가지를 가지의 허공과
허공의 가지 사이에 집어넣고 있습니다
=========
+ 새와 낮달
지난 겨울은 혹한이었습니다 뜰의 오늘은
죽은 모과나무의 가지에서 새들이 쉽니다
죽은 감나무의 가지에서 낮달이 떠오릅니다
죽은 배롱나무 밑에서 백합이 고개를 듭니다
죽은 포도나무 밑에서 작은 돌이 눈을 뜹니다
----------------
+ 서산과 해
고욤나무가 해를 내려놓자
이번엔 모과나무가 받아 든다
아주 가볍게 들고 서서 해를
서쪽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옮긴다
가지를 서산 위에까지 보내놓고 있는
산단풍나무가 옆에서
마지막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
+ 꽃과 그림자
앞의 길이 바위에 막힌 붓꽃의
무리가 우우우 옆으로 시퍼렇게
번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왼쪽에 핀 둘은
서로 붙들고 보랏빛입니다
그러나 가운데 무더기로 핀 아홉은
서로 엉켜 보랏빛입니다
그러나 오른쪽에 핀 하나와 다른 하나는
서로 거리를 두고 보랏빛입니다
그러나 때때로 붓꽃들이 그림자를
바위에 붙입니다
그러나 그림자는 바위에 붙지 않고
바람에 붙습니다
-----------------
+ 그림자와 칼
혼자 걸어서 갔다 왔다
명자나무가 숨겨놓은 꽃망울까지
지금은 내 발자국 위에서 꽃망울 그림자가
쉬고 있다
꽃망울 그림자가 꽃망울로 돌아가자면
아직 길이 많이 남아 있다
===========
+ 아침과 바람
바람이 잠깐 집에 들렀다
갔습니다 아침 9시
조금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라일락나무 밑은
그 시간 비어 있습니다
박새 한 마리가 아침 7시에
방문하고 간 뒤었습니다
지금 10시가 살구나무의
몇 개 남지 않은 꽃을 피하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
+ 풀과 돌멩이
단풍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하나 솟았습니다
불두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둘 솟았습니다
목련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들 뽑았습니다
배롱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하나 솟았습니다
라일락나무 밑에 어제 없던 돌 하나 뽑았습니다
조팝나무 밑에 어제 없던 풀 하나 뽑았습니다
날아가던 나비 한 마리는 허공이 뽑았습니다
---------------------
+ 나무와 나무들
뜰의 산벗나무 밑에서 뜰의 층층나무의 마가목 밑에
서 홍매화와 황매화 밑에서 고욤과 살구 밑에서 모과
밑에서 자귀나무 밑에서 매죽나무 밑에서 석주과 돌단
풍 밑에서 고려영산홍과 배롱나무 밑에서 조팝나무 밑
에서 불두화와 화살나무 밑에서 그들이 산다 이 지상
에서
가장 얇고
납작한 나무들
---------------------
+ 돌멩이와 편지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눈송이가 몇 날아온 뒤에 도착했습니다
편지지가 없는 편지입니다
편지봉투가 없는 편지입니다
언제 보냈는지 모르는 편지입니다
발신자도 없는 편지입니다
수신자도 없는 편지입니다
한 마리 새가 날아간 뒤에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 것을 알았습니다
돌멩이 하나 뜰에 있는 것을 본 순간
편지가 도착한 것을 알았습니다
=============
+ 발자국과 깊이
어제는 펑펑 흰 눈이 내려 눈부셨고
오늘은 여전히 하얗게 쌓여 있어 눈부시다
뜰에서는 박새 한 마리가
자기가 찍은 발자국의 깊이를
보고 있다
깊이를 보고 있는 박새가
깊이보다 먼저 눈부시다
기다렸다는 듯이 저만치 앞서 가던
박새 한 마리 눈 위에 붙어 있는
자기의 그림자를 뜯어내여 몸에 붙이고
불쑥 날아오른다 그리고
허공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지워버린다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허공이 눈부시다
------------------------
+ 유리창과 빗방울
빗방울 하나가 유리창에 척 달라붙었습니다
순간 유리창에 잔뜩 붙어 있던 적막이 한꺼번에 후
두둑 떨어졌습니다
빗방울이 이번에는 둘 셋 넷 그리고 다섯 여섯 이렇
게 왁자하게 달라붙었습니다
한동안 빗방울은 그러고는 소식이 없었습니다
유리창에는 빗방울 위에까지 다시 적막이 잔뜩 달라
붙었습니다
유리창은 그러나 여전히 하얗게 반짝였습니다
빗방울 하나가 다시 적막을 한 군데 뜯어내고 유리
창에 척 달라붙었습니다
-------------------------
+ 하늘과 포도 덩굴
뒤뜰 포도나무
덩굴
혼자
하늘을 건너가고 있다
오늘은 반 뼘
=======4>
+ 사람과 집
김종택의 집을 지나 이순식의 집과 정진수의 집을
지나 박일의 집 담을 지나 이말청의 집 담장과 심호대
의 집 담장을 지나 박무남의 집 담벽과 송수걸의 집
담벽과 이한의 집 담벽을 지나 강수철의 집 벽과 천길
순의 집 벽을 지나 박규수의 집 담벽을 지나 허인자의
집 벽을 지나 한오상의 집 벽과 최일중의 집 벽을 지
나 권기덕의 집 벽과 장녹천의 집 벽과 최점선의 집
벽을 지나 이수인의 집 담벽과 이무제의 집 벽을 지나
조민강의 집 담을 지나 박방래의 집 담벽과 오재식의
집 담벽과 신영식의 집 담벽과 전태욱의 집 담벽을 지
나 허면의 집 목책과 이종의 집 철책을 지나 김일수의
집 담과 윤난서의 집 담과 김설의 집 벽을 지나 김숙
전의 벽과 박성식의 벽과 오재만의 벽과 안범의 벽과
홍숙자의 벽과 고석의 벽과 최수덕의 벽과 문정삼의
벽과 윤인행의 벽을 지나 김대수의 벽 우만식의 벽 이
벌의 벽 강진국의 벽 방말자의 벽 조인만의 벽 김영덕
의 벽 황규자의 벽 한수태의 벽 박상숙의 벽 오희상의
벽 원호영의 벽 이강본의 벽 전무연의 벽 김말영의 벽
권오향의 벽 남희선의 벽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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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후와 길
두물머리에서 강을 따라가지 말고
산으로 가야 있는 길로
진선이들 넷이 서후로 왔다 갔다
해를 머리에 이고 왔다가 등에 지고 갔다
강이 흐르는 곳으로 다시 가야 하는
서후의 길 위에서
해를 등에 지고도 깔깔거렸다
낯선 태영이 남편도 아직은 푸른 산단풍나무의
잎 하나를 등에 붙이고 갔다
포도와 맬론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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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과 소식
오늘은 울타리 밑을 헤집던 박새가
느닷없이 불두화 쪽으로
두어 걸음 가다가는 조용히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아무도 오지 않았는데 자귀나무 허리가
한동안 환해지고
잔디밭에서는 조약돌 하나가
키를 낮추고 솟았습니다
낯선 사람 몇몇이 집 앞을 멈추더니
우두커니 서서 보고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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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과 주소
종일 쌓이지 않고 흩날리는 눈송이가 공중에서 깨끗
하게 잠적하고 있는 겨울입니다
마을의 김장호가 지상에서 지하로 주소를 옮긴 지
사십구 일이 되는 겨울입니다
사십구재를 지낸다는 절로 가는 앞산의 길이 그래도
텅 비어 있고
잡목림의 산뽕나무로 주소를 옮기는 오목눈이들이
와글대는 겨울입니다
느닷없이 나타난 군용 헬리콥터를 소리에 다라 붙어 골
짜기의 별장 지대로 승용차 여섯 대가 가고
젊은 두 여자가 집을 찾아와 천국까지 함께 가자고
현관에서 버티고 섰다가 가자
요즘 통 소식이 없던 어치가 나타나 늙은 밤나무에
앉더니 여전하게 똥을 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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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와 겨울
ㅡ김준호 선생께
새가 언덕에서 지나가는 구름을 자주 보는 겨울입니다
텅 빈 밭에는 햇볕이 흙에 달라붙고
논에는 고인 물에 하늘이 버려져 있는 겨울입니다
마을 앞은 여름에 무너진 자리가 한 번 더 무너지고
엉겅퀴가 무리 지어 서 있던 자리에는 바람만 남고
어쩌다가 밖에 나온 사람도 길에 있지 않고
버려진 모자 하나 길 위에 얼고 있는 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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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밤과 악수
문 앞에서 다른 문이 되어 웃고 서 있는 박만식과
악수를 하고 문 뒤에서 몸 반을 지워버린 이훈직과 악
수를 하고 오른손을 번쩍 들어 보이는 김종서와 악수를
하고 김종서에게 몸을 반쯤 먹혀버린 박지수와 악수를
하고 모자를 벗었다 다시 쓰며 손을 내미는 천동복과
악수를 하고 안경 밑의 눈을 불빛이 가져가버린 장병
호와 악수를 하고 등을 벽에게 맡겨버린 유자강과 악
수를 하고 한꺼번에 덤비는 김중식과 이차중에게 왼손
과 오른손을 내밀어 동시에 악수를 하고 왼손으로 사
타구니를 추스르는 박수길의 오른손과 악수를 하고 자
기 그림자를 밟고 서 있는 최명숙과 남의 그림자를
어깨에 맨 정영자와 악수를 하고 남인숙에게 차례로 악수를
하고 눈을 바닥에 내려놓은 조인종과 악수를 하고 한
무리를 이루고 있는 이창순과 박찬휘와 주인환과 김신
중과 이민국과 악수를 하고 다른 무리를 이루고 있는
송상복과 차대식과 양진밍와 함학도와 백기준과 악수
를 하고 사람들을 등 뒤에 두고 밖에 차오르고 있는
봄밤을 되지고 있는 사공직과 나란히 서서 손이 어두
운 악수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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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시와 오후
붉고 연하게 잘 익은 감 셋
먼저 접시 위에 무사히 놓이고
그 다음 둥근 접시가
테이블 위에 온전하게 놓이고
그러나 접시 위의
잘 익은 감과 감 사이에는
어느새 '사이'가 놓이고
감 곁에서 말랑말랑 해지는
시월 오후는
접시에 담기지 않고
밖에 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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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일과 달빛
망설이지 않고 신발을 신자마자 성큼성큼 현관 앞
타일 바닥에 좌아악 깔린 달빛을 밟고 정성수는 가고,
망설이지 않고 앞서 가는 남편 정성수를 따라 급히 신
발을 찾아 신고 현관 앞 타일 바닥에 좌아악 깔린 달
빛을 밟고 이남경은 가고, 떠날 준비를 마친 유방숙은
남편 김찬제가 신발을 신고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 팔
짱을 끼고 현관 앞 타일 바닥에 좌아악 깔린 달빛을
밟고 나란히 가고, 혼자 왔다 혼자 가는 조동기는 느
릿느릿 신발을 신은 뒤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현관 앞 타일 바닥에 좌아악 깔린 달빛을 밟고 잠깐
서서 하늘 한번 쳐다보고 가고, 마주 보고 쪼그리고
앉아 신발을 신은 김종태와 가숙경 부부는 일어날 때
도 함께 일어나 현관 앞 타일 바닥에 좌아악 깔린 달
빛을 함께 밟고 가고, 뒤를 돌아보며 박무식과 그의
아내 허진숙은 신발을 급히 끌며 현관 앞 타일 바닥에
좌아악 깔린 달빛을 밟고 둘이 함께 허리를 구부려 신
발을 고쳐 신고 가고, 갈 준비를 끝내고 서 있는 장지
관 앞에서 김정희는 스커트를 한번 쓸어내리고 장지관
은 김정희의 허리를 껴안고 현관 앞 타일 바닥에 좌아
악 깔린 달빛을 밟고 웃으며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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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송이와 전화
한 죽음을 불쑥 전화로 내게 안기네
창밖에 띄엄띄엄 보이는 눈송이를 따라 내리다가
내리다가 돌에 얹혔다가 흙에 앉혔다가 스며들다가
물끄러미 아직 수화기를 내려놓지 못한
내 손을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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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과 명자나무
ㅡ김원일에게
우측으로 셋 좌측으로 셋 이렇게 막 이순이 된 남자
가 잡고 있는 중심의 좌우측에서 한 가족이 눈의 방향
을 서로 잘 정돈하고 있다 한 남자의 뒤 어디에서 조
용하게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빠져나오고 있다 우측의
아들과 사위 좌측의 딸은 이 물소리에 잘 담기는 눈을
가지고 있다 부인은 웃지 않고도 눈이 따뜻하다 어른
들의 눈을 따라잡느라고 큰 외손은 약간 긴장하고 있
다 아직 사람의 땅을 모르는 어린 둘째 외손은 혼자
다른 행성에서 눈을 반짝인다 사진에는 2002년이라
적혀있다
뜰에는 잘 자란 명자나무 한 그루가 있다
꽃들은 모두 한 번 정한 방향을
바꾸지 않고 붉게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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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지지와 편지봉투
당신의 편지를 오후에 받았습니다
그래도 햇빛은 뜰에 담기고 많이 남아
밖으로 넘쳤습니다
내 손에서는 사각사각 소리가 났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사각 봉투였습니다
사각봉투 끝은 오후의 배경을 가리켰습니다
당신의 편지는 A4 용지였습니다
A4 용지는 단정하고 깍듯했습니다
A4 용지는 나의 그늘은 잘 담겼지만
바람은 담기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두 겹으로 하얗게 접혀 있었습니다
_____*53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
======1>
그림과 나 1
그림과 나 2
그림과 나 3
나무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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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나
골목과 아이
하늘과 침묵
허공과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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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나무
양철 지붕과 봄비
======2>
강과 나
강과 둑
둑과 나
숲과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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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강물
강과 사내
몸과 다리
지붕과 벽
------------
집과 허공
강변과 모래
거리와 사내
길과 아이들
---------------
도로와 하늘
아이와 망초
하늘과 두께
그림자와 나무
-----------------
해와 미루나무
=====3>
뜰과 귀
9월과 뜰
국화와 벌
새와 나무
------------
새와 낮달
서산과 해
꽃과 그림자
그림자와 칼
--------------
아침과 바람
풀과 돌멩이
나무와 나무들
돌멩이와 편지
-----------------
발자국과 깊이
유리창과 빗방울
하늘과 포도 덩굴
=====4>
사람과 집
서후와 길
집과 소식
집과 주소
-------------
모자와 겨울
봄밤과 악수
접시와 오후
타일과 달빛
----------------
눈송이와 전화
사진과 명자나무
편지지와 편지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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