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 (111) 썸네일형 리스트형 송년 시 모음 5 + 망년 / 오보영 널 보내야만 하는 아쉬움보다는 이미 내 맘이 네게서 떠났다는 게 더 쓰리고 아프다 널 진심으로 사랑했는데 그간 난 네게 정성을 다했는데 넌 오직 날 밀쳐내고 서둘러 떠나갈 준비만 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배신감에 너무 슬퍼져 이제 그만 널 아무런 미련 없이 내 가슴에서 지우려 한다 그래도 내겐 또 더 나은 만남을 기릴 새날이 밝아올 테니까 ------------------- + 망년 / 임영준 몇 잔의 술로 떠나갈 수 있는가 몇 겹의 파도로 털어버릴 수 있는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손가락이라도 두드리면 대개가 해갈되지 않았는가 네온사인을 쫓다 깨어나 보면 절로 구겨진 욕념에 사그라지지 않았는가 막다른 길이라 포기해 버리고 싶을 때 또다시 새로운 날들이 열리지 않았는가 ---.. 송년 시 모음 4 + 송년 / 손병흥 방역 조치로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가득한 어김없이 다가온 연말 마지막 시기 맞이한 달 예전처럼 들뜨고 활기참이 점차 사라져버린 코로나19에다 경기조차도 몹시 부진한 탓으로 한적함 쓸쓸함이 팽배해져버린 허전한 계절 옷깃 여미는 찬바람에 겨울추위마저도 몰려와 속절없이 흘러가버린 세월 속 나날의 뒤안길 만감이 교차하는 안타까움 접어든 고별의 시절 뜬구름처럼 미완성의 추억들 가득이 쌓여가는 제야의 종 소리를 더 그리워해보는 깊어진 한숨 ---------------------+ 연인 / 신하식 둘만의 송년 긴거리 짧게 단숨에 달려 바닷가 만남 숨넘긴 포옹 품이 따뜻해 겨울속 봄을 마음에 담고 당신도 웃네 두툼한 한점 사랑도 한점 회는 자연산 비릿한 내음 차한잔 카페 건강한 산책 인증샷 찍찍 .. 송년 시 모음 3 + 송년 / 가혜자잘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차마 보내야 하는 마음이 편치 못함을 또 되풀이합니다 한해의 설렘 다짐하고 맹세했던 촛불의 기도가 하햫게 눈물로 떨어져서 강물처럼 흘러간다 해도 과거의 흔적을 지울 수 없기에 용서의 바램으로 아쉽게 보내 드리옵니다 또 다시 맞이하는 새해에는 솟아오르는 해를 품듯이 세상을 품는 그대 그대는 희망입니다 --------------------+ 송년 / 이도연보행하는 삶이 스러져야 할 시간 밤의 불빛은 직립 보행 하는 영장류의 전유물인 양 요란한 세월의 뒤풀이를 해댄다 끓는 물에 굴과 김치를 넣고 뽀글뽀글 끓여내면 뜨거운 입김처럼 김이 솔솔 피어오른다. 밤의 시간은 머물지 않고 달빛은 휘적휘적 서산을 넘는다 한해를 지나온 사람들의 시간은 달빛보다 먼저 기울어간다. .. 송년 시 모음 2 + 세모 / 엄원태한 해가 저문다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갔다 지금, 또 누가 남은 하루마저 밀어내고 있다 가고픈 곳 가지 못했고 보고픈 사람 끝내 만나지 못했다 생활이란 게 그렇다 다만, 밥물처럼 끓어 넘치는 그리움 있다 막 돋아난 초저녁별에 묻는다 왜 평화가 상처와 고통을 거쳐서야 이윽고 오는지를 ... 지금은 세상 바람이 별에 가 닿는 시간 초승달이 먼저 눈 떠, 그걸 가만히 지켜본다 ---------------------+ 연종 / 박인걸지난 섣달 그믐밤에 멀리서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무해(無害)와 무탈(無頉)의 소망을 별 숲으로 쏘아 올렸다. 낮과 밤이 엇갈릴 때마다 희비(喜悲)와 명암(明暗)이 널을 뛰고 안팎의 구구사정(區區私情)은 소용돌이만큼 어지러웠다. 삼백예순다섯 날은 삽시간(.. 송년 시 모음 1 + 세모 / 정연복 어느새 한 해의 끝자락에 서 있다 새해 첫날을 맞이했던 게 엊그제 일만 같은데 올해도 정말이지 꿈같이 바람같이 흘러갔다. 뒤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간들 세모같이 앙칼진 마음으로 지낸 날들이 많아 좀 더 너그럽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제는 올해와 작별 인사를 해야 할 때 미운 정 고운 정들었던 시간들 강물처럼 흘려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동그라미의 마음으로 살자. ---------------------+ 송년 / 김규동 기러기 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깊은 밤하늘에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겨울나무에 관한 시 2 + 겨울나무 / 강남주 외롭지 않다. 잔인하게 더욱 잔인하게 외롭지 않다. 바람 한 오라기 깊은 상처를 꿰매고 있나니 사랑한다는 것은 발가벗고 끝내 떨지 않으며 외롭지 않다고 몸부림하는 일이다 --------------------------- + 겨울나무 / 강민경 햇빛을 쫓아가지도 않으면서 그 사랑 다 차지하는 너 구태여 멋진 풍경이 되겠다는 욕심 없이도 멋이란 멋은 다 지닌 너 수백 년 엮어낸 세월 외고집으로 겨울 풍상마저 스스럼없이 안을 수 있는 너 오랜 기억 채취에 담아 향기 미쁜 찬란한 날에 숨겨진 속살 여무는 희망의 낱알은 나뭇잎 떨어낸 길 언저리에서도 봄이 있어 내 마음 편안하다 --------------------------+ 겨울나무 / 공광규 저.. 겨울나무에 관한 시 1 + 나목 / 성백균 추울 텐데 한 잎 한 잎 입성을 모두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겨울 문턱을 들어서는 나목 삶이란 나목처럼 때가 되면 내려놓는 것 나뭇잎 떨어지듯 명예도 권세도 부도 다 내려놓아야 편한 것 거친 겨울바람도 쉽게 지나가고 지나가야 다시 올 수 있지 차면 비워지고 비우면 채워지고 그러니까 회계도 하고 가난도 이기면서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지 알몸, 저 겨울나무 춥기야 하겠지만, 수치는 아니야 용기지 봄은 용감한 사람에게만 오는 거야 --------------------+ 나목 / 이현우 이제 곧 자유를 얻으리라. 아름다운 전쟁도 막을 내리고 꽃이었다가 열매였다가 마침내 바람으로 몇 안 남은 미련마저 다 지워버린 겨울, 여백의 평화. --------------------+ 나목 / 정연복 봄, 여.. 겨울 시 모음 5 + 겨울 / 김정석 겨울다운 겨울이 없다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 자주 미세먼지 재앙이 반복되고 마른 국화꽃이 또렷하게 달려있다 풀빛이 푸르다 진정 추워야 농사가 잘 된다 했다 겨울다운 겨울없이 지나가려고 한다 소한 대한 추위는 존재감이 없다 이상 기온으로 미세먼지로 독감이 기승을 부린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진정 겨울이 된다. -----------------------------+ 나목(裸木) / 정연복 봄, 여름, 가을 잎새들 무성한 찬란한 세 계절에는 스치는 바람에도 뒤척이며 몸살을 앓더니 겨울의 문턱에서 그리도 빛나던 잎새들 털어 내고서는 생명의 기둥으로 우뚝 서 있는 너 떨칠 것 미련 없이 떨치고 이제 생명의 본질만 남아 칼바람에도 미동(微動) 없이 의연한 모습의 오! 너의 거룩한 생애 --.. 이전 1 2 3 4 5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