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 (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12월 시 모음 1 + 12월 / 강성은 씹던 바람을 벽에 붙여놓고 돌아서자 겨울이다 이른 눈이 내리자 취한 구름이 엉덩이를 내놓고 다녔다 잠들 때마다 아홉 가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날 버린 애인들을 하나씩 요리했다 그런 날이면 변기 위에서 오래 양치질을 했다 아침마다 가위로 잘라내도 상처 없이 머리카락은 바닥까지 자라나 있었다 휴일에는 검은 안경을 쓴 남자가 검은 우산을 쓰고 지나갔다 동네 영화관에서 잠들었다 지루한 눈물이 반성도 없이 자꾸만 태어났다 종종 지붕 위에서 길을 잃었다 텅 빈 테라스에서 달과 체스를 두었다 흑백이었다 무성영화였다 다시 눈이 내렸다 턴테이블 위에 걸어둔 무의식이 입 안에 독을 품고 벽장에서 뛰쳐나온 앨범이 칼을 들고 그래도 얼어붙었다 숨죽이고 있던 어둠이 미끄러져내렸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 초겨울에 관한 시 2 + 빈배 / 전수남 모두가 떠나간 초겨울의 강가 서걱대는 갈대의 울음소리 공허한 울림으로 허공을 맴도는데 강을 바라보는 호젓한 카페에서 은발의 노객 자리를 뜨고 식어버린 찻잔만 남겨지듯 덩그러니 홀로 남은 빈 배 길을 나선 걸음들 총총 사라지고 고개 숙인 아버지의 뒷모습처럼 물길을 잃어버린 빈 배에 남아있는 잔 숨결 푸른 강물에 윤슬로 빛나던 활기 넘치던 기운은 어디로 갔을까 분주하던 한철의 기억 대신 스산한 그림자만 바람에 출렁인다. -----------------------+ 천벌 2 / 성백군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떨어지더니 어느새 초겨울 나뭇가지가 홀가분합니다 땅 위에 뒹구는 낙엽들 단풍도 있고 갈잎도 있지만 밟히면 모두 아프다고 바스락거립니다 마른 잎사귀 하나 아직 가지 끝에 매달려 있습니다 .. 초겨울에 관한 시 1 + 초겨울 / 김영길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 앙상한 뼈대만 움츠리고 있는 나뭇가지에 찌그러진 나무 잎사귀는 가랑가랑 나무와 이별을 고하는 노랫소리만 바람과 장단을 맞춘다. 세월의 바퀴는 브레이크가 고장이 난 걸까? 단잠을 자고 일어나면 햇님과 인사하는 아침이요 뒤를 돌아보면 밤하늘 별들이 인사하는 저녁을 맞는다 세월이 바쁜 일이 있는지 내 마음이 급해졌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은 청춘의 삶이 용솟음치는 그대로인데 세월은 너무나 빨리도 변하여 가는 것 같구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여만 가는데 석양에 해는 저물어 가고 갈 길은 너무 많이 남아 지는 해를 붙잡아 놓을 방법을 찾아보고 싶구나 -----------------------+ 초겨울 / 김정윤 발가벗은 가지에 마지막 남은 잎새들이 파르르.. 늦가을에 관한 시 3 + 만추(晩秋) / 이정웅 늦가을 산이 골짜기 속으로 느릿느릿 걸어 들어간다 빛 몇 자락 짊어진 마른 물길이 비척비척 따라 올라가는 헐렁한 짐 속엔 아직 내려놓지 못한 가랑잎 몇 점 삐죽이 내밀고 있다 -----------------------+ 늦가을 / 고증식 된서리 때려야 얼음골사과 제 맛이 돌 듯 폭풍우 건너야 마침내 단풍잎 불붙듯 울음 없이 타오르는 사랑은 진짜가 아니다 ------------------------+ 늦가을 / 권경업 바작바작, 누군가가 그리운 날 나는 어깨 시려 스웨터를 걸치고 지난여름 더웠다고, 산은 그제야 옷을 벗네 -----------------------+ 늦가을 / 김유미 산다는 거 그런 거지 뭐 정 주고 정 받고 조금씩 기대고 부벼대다가 때로는 남인가봐 착각도 하다가.. 늦가을에 관한 시 2 + 늦가을 / 권철 단풍나무 울긋불긋 직박구리 천국을 오가네 창밖의 아이들 노는 소리 가을은 깊어가네 나뭇잎은 떨어져 고요히 쌓이고 가을 공기는 내 흩어진 심상의 잡된 생각이어라 수심인 양 까치는 독을 세워 울고 아이들 조롱하듯 주위는 어수선하네 -----------------------+ 늦가을 / 김영호 풍성했던 들녁에 신식기계들에 힘찬 소리에 ..... 황금들판은 군데 군데 잘려 나가고... 돌맞은 머리에 상채기 난 머리통처럼... 들판은 수확으로 인하여 상채기 투성이로 변한다.... 넉넉한 늦가을에 풍요로움은..... 상채기 투성이 같지만... 명년 봄 새로운 생명을 낳고 기르기 위해.... 모진 겨울 삭풍을 견디며. 내일을 꿈꾸며 희망을 노래 한다..... 이맘때 쯤이면.... 언제나 긴 겨울을.. 늦가을에 관한 시 1 + 늦가을 3 / 김경철 새벽부터 흐려진 하늘에서는 아직도 비가 온다는 소식은 없지만 일찌감치 찾아온 꽃샘추위가 마치 계절의 주인 인양 마새부리고 가끔 불어오는 갈바람에 붉은빛의 단풍잎이 이별을 고하듯 빈 몸의 나무만을 남기고 힘없이 떨어진다 이리저리 뒹굴다 하나둘 모인 낙엽들 헤어짐이 아쉬운지 마지막 체온을 전달하고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는 먼 여정에 오른다 ----------------------- + 늦가을 / 김사인 그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술 취한 무리에 섞여 언제나 사내는 비틀비틀 지나가는 것 젖어드는 오한 다잡아 안고 그 걸음 저만치 좇아 주춤주춤 흰고무신 옮겨보는 것.. 11월 시 모음 5 + 11월 / 김병훈 너에게 11월은 푸른 이별이다 나에게 11월은 조금 더 깊은 파란 이별이다 우리의 가슴은 야구공에 맞아서 시퍼렇게 피멍이 들었다. ---------------------+ 11월 / 민경대 아무런 일이 없이 이달은 그네 타고 미끄럼 타고 두발로 두 손으로 언덕을 오르다가 다시 오르다가 눈보라 치는 겨울로 가는 다리 장안말 고개를 넘다가 12윌12일이 보이고 가려진 보자기에 최후기록은 내 인생을 막는다 ---------------------+ 11월 / 박동수 집요하게 가슴을 찢어내던 가시 세운 사랑들이 평행으로 세운 11월 두 기둥 사이로 물러가고 잊지 못하여 피 눈물로 고백해야 하는 붉은 잎도 떨어져 간 잃을 것도 없는 홀가분한 나무들 맨몸으로 하늘을 나르며 죽어 널 버려진 갈잎의.. 11월 시 모음 4 + 11월 / 김혜선 입술이 갈라져 피가 난다. 공원묘지 가는 길 가로수가 붉어졌다. 죽은 후에도 값이 그대로인 그의 그림이 감기약 봉지처럼 쓸쓸했다. 피가 번지는 영화 장면을 떠올리다 접촉사고를 냈다. 내가 내리고 그가 나온다. 담배를 물고 사진을 찍고. 명함 밖 얼굴을 확인하고 검은 넥타이 검은 선그라스 남자는 화면 속으로 사라졌다. G열 14번 좌석에서 화면까지 붉은 칸나가 일렁인다. 영화는 피로 얼룩진 남자를 화면 밖으로 던졌다. 꽃잎이 날린다 얼굴이 묻은 명함 한 장이 발밑에 떨어졌다. 죄송합니다. 죽음은 보험처리 하지요. --------------------+ 11월 / 장석남 이제 모든 청춘은 지나갔습니다 덮고 비린 사랑놀이도 풀숲처럼 말라 주저앉았습니다 세상을 굽어보고자 한 꿈이 잘못이었.. 이전 1 2 3 4 5 6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