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 (111) 썸네일형 리스트형 가을 시 모음 4 + 晩秋 / 이용악 노오란 은행잎 하나 호리호리 돌아 호수에 떨어져 소리 없이 湖面을 미끄러진다 또 하나 ㅡ 조이삭을 줍던 시름은 요즈음 낙엽 모으기에 더욱더 해마알개졌고 하늘 하늘을 쳐다보는 늙은이 뇌리에는 얼어죽은 친지 그 그리운 모습이 또렷하게 피어오른다고 길다란 담뱃대의 뽕잎 연기를 하소에 돌린다 돌개바람이 멀지 않아 어린 것들이 털 고운 토끼 껍질을 벗겨 귀걸개를 준비할 때 기름진 밭고랑을 가져 못 본 부락민 사이엔 지난해처럼 또 또 그 전해처럼 소름 끼친 대화가 오도도오 떤다 ---------------------- + 가을 맛 / 송정숙바람에 낙엽 떨어지니 쓸쓸하더니 연시감 하나에 가을 맛이 달달하니 좋다 내 이름 영롱한 이슬 내리고 찬서리 맞는 나를 국화라고하지 나는 그들에게 마지막 길, .. 가을 시 모음 3 + 감 / 허영자 이 맑은 가을날 햇살 속에선 누구도 어쩔 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 수밖에는 젊은 날 떫고 비리던 내 피도 저 붉은 단감으로 익을 수밖에는..... ------------------ + 가을 / 김경동 불타는 노을 한아름 언덕길 숨찬 걸음 오르다 돌이키면 잡히는 허설(虛設) 분노일까 회한(悔恨)이까 발길 돌려 내려오는 가을 마음 --------------------+ 가을 / 마종기가벼워진다 바람이 가벼워진다 몸이 가벼워진다 이곳에 열매들이 무겁게 무겁게 제 무게대로 엉겨서 땅에 떨어진다 오, 이와도 같이 사랑도, 미움도, 인생도, 제 나름대로 익어서 어디로 인지 사라져 간다. ------------------- + 가을 / 이문길지나가는 햇빛을 보려고 나 낙엽 하나를 들치고.. 가을 시 모음 2 + 가을 / 정진규 풀벌레 울음소리들이 시간을 가을 쪽으로 애써 끌어당긴다 밤을 지새운다 더듬이가 가을에 바싹 닿아 있다 만져보면 탱탱하다 팽팽한 줄이다 이슬이 맺혀 있다 풀벌레들은 제가 가을을 이리로 데려오고 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시간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이라고 믿게 한다 풀벌레 울음소리들은 들숨과 날숨의 소리다 날숨은 소리를 만들고 들숨은 침묵을 만든다 맨 앞쪽의 분명함으로부터 맨 뒷쪽의 아득함까지 잦아드는 소리의 바다, 그 다음 침묵의 적요를 더 잘 견딘다 짧게 자주자주 소리 내는 귀뚜라미도 침묵이 더 길다 다른 귀뚜리마들이 서로 침묵을 채워주고 있다 열린 온모을 드나들되 제 몸에 저를 가득 가두어 소리를 만든다 나는 이 숨가쁜 들숨을 사랑하게 되었다. ------------------.. 가을 시 모음 1 + 가을 / 강은교 기쁨을 따라갔네 작은 오두막이었네 슬픔과 둘이 살고 있었네 슬픔이 집을 비울 때는 기쁨이 집을 지킨다고 하였네 어느 하루 찬바람 불던 날 살짝 가보았네 작은 마당에는 붉은 감 매달린 나무 한 그루 서성서성 눈물을 줍고 있었고 뒤에 있던 산, 날개를 펴고 있었네 산이 말했네 어서 가보게, 그대의 집으로 ------------------- + 가을 /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섭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 초가을에 관한 시 + 초가을 / 김광섭남쪽 하늘이 제빌 부르는 날 서쪽 葡萄園(포도원)이 나를 부른다 ---------------------- + 초가을 / 김용택가을인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는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동안 세월이 흘렀던게지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 ------------------------ + 초가을 / 김용택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가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으니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 9월 시 모음 3 + 9월 / 김승택 구들장 같은 먹구름이 방안에 가득하다. 미열의 두통이 이불속에 따라 눕고 그리움 하나 빠져나가지 못한 가슴에 비가 내린다. 태풍 챠바의 고뇌로 하늘을 향해 던지던 조약돌처럼 단단한 분노들 부끄러운 기억들이 비듬처럼 방안에 널려 있고 몸살 속으로 비가 내린다. 하얀 가슴에 물무늬 진다. ------------------ + 9월 / 엄원태 치르르르르르르르르, 자전거 체인 소리에 비켜서며 돌아보니, 없다! 풀숲 여치 울음은, 꼭 뒤통수에 바짝 달라붙는다. 돌아서고 나서야 듣는다. ------------------ + 9월 / 이기철 무언가 하나만은 남겨놓고 가고 싶어서 구월이 자꾸 머뭇거린다 꿈을 접은 꽃들 사이에서 나비들이 돌아갈 길을 잃고 방황한다. 화사했던 꿈을 어디다 벗어놓을.. 9월 시 모음 2 + 9월 / 권오범 봄부터 시도 때도 없이 쥐어짜 너덜너덜해진 구름 하늘이 아무렇게나 널어 솜처럼 보송보송 말려놓은 추석 단대목 새물 내 머금은 바람 조석으로 오스스 내려와 열린 창 핑계 삼아 무단 침입해 닭살 돋도록 경망스럽게 살랑거리지요 언제부턴가 귀뚜라미 소리가 이명처럼 은근히 뇌로 파고들어 이 마음 이간질해 대는 것이 가을이 분명한가 보다 뜨락을 무성하게 점령한 채 광신적으로 하늘 우러러 사랑 구걸하는 코스모스 떼 아우성에 질렸는지 대추들도 붉으락푸르락 늙어가고 -------------------- + 9월 / 김정숙 초록이여 너 이제 할 말 다 했는가 들녘 출렁이던 파도 불끈불끈 함성 지르며 솟아올라 가는 곳 어디든 그늘 만들어 줄 거라던 어설픈 교만은 하늘로 무한질주 했지 뒷짐 지고 .. 9월 시 모음 1 + 9월 / 고영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 있었다 수로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모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고 생각은 더 골똘해지고 돌의 맥박은 빨라질까 나무에 등을 붙이고 서서 문득 모든 것들이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왕버들 아래 무심히 앉아 더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이 와 내 손끝 검은 심지에 불을 붙이자 환하게 빛났다 자꾸만 입안에 침이 고였다 ----------------- + 9월 / 반기룡 오동나무 뻔질나게 포옹하던 매미도 갔다 윙윙거리던 모기도 목청이 낮아졌고 곰팡이 꽃도 흔적이 드물다 어느.. 이전 1 ··· 3 4 5 6 7 8 9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