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 (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봄꽃에 관한 시 + 봄 /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 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은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절 모든 거리가 풀리면서 멀리 간 것이 다 돌아온다 서운하게 갈라진 것까지도 돌아온다 모든 처음이 그 근원에서 돌아선다 나무는 나무로 꽃은 꽃으로 버들강아지는 버들가지로 사람은 사람에게로 산은 산으로 죽은 것과 산 것이 서로 돌아서서 그 근원에서 상견례를 이룬다 꽃은 짧은 가을 해에 어디쯤 갔다가 노루꼬리만큼 길어지는 봄 해를 따라 몇천 리나 와서 오늘의 어느 주변에서 찬란한 꽃밭을 이루는가 다락에서 묵은 빨래뭉치도 풀려서 봄빛.. 4월 시 모음 3 + 4월 / 박종숙 숨죽인 빈 공간을 차고 새가 난다 물오른 나무들의 귀가 쏟아지는 빛 속으로 솟아오르고 목숨의 눈부신 4월은 유채꽃향기로 가득하다. 아름다워라 침묵만큼이나 안으로 충동질하며 온 피 걸려 생명의 진액으로 타는 4월의 하늘이여. 다만 살아있음이 눈물겨워 -------------------------- + 4월에는 / 이명희 4월의 하늘은 친절하고 햇살은 상냥합니다 담장에 기대인 목련의 성근 가지에도 하얀 꽃이 피고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그리운 소식들이 한꺼번에 들려올 것 같습니다 쌀쌀한 마음을 거두고 포근한 무릎을 내민 그대의 살 내음에 취하고 싶은 날 내 맘의 위안이고 희망인 그대를 만나기 위해 땅을 일궈야 하겠습니다 잡초를 뽑아내고 꽃씨를 뿌려 꽃을 피워야 하겠습니다 인연으로 시작하는.. 4월 시 모음 2 + 4월 / 목필균 벚나무 바라보다 뜨거워라 흐드러진 꽃잎에 눈을 다친다 저 여린 향기로도 독한 겨울을 견녔는데 까짖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 봄비 내려 싸늘하게 식은 체온 비벼대던 꽃잎 하르르 떨구어져도 무한대로 흐르는 꽃소식 오슬오슬 열 감기가 가지마다 열꽃을 피워댄다 -------------------- + 4월 / 박인걸 사월이 오면 옛 생각에 어지럽다. 성황당 뒷골에 진달래 얼굴 붉히면 연분홍 살구꽃은 앞산 고갯길을 밝히고 나물 캐는 처녀들 분홍치마 휘날리면 마을 숫총각들 가슴은 온종일 애가 끓고 두견새는 짝을 찾고 나비들 꽃잎에 노닐고 뭉게구름은 졸고 동심은 막연히 설레고 반백 긴 세월에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시절 앞마당에 핀 진달래 그때처럼 붉다. -------------------- +.. 4월 시 모음 + 4월 / 김용전 얼었다 풀리는 노곤한 강물 위엔 아리운 불륜의 욕망이 흐르고 황소 눈물처럼 뚝뚝 지는 하얀 목련 아래 서면 어느 사랑이 영원하랴 문득 미소가 돌아 4월은 눈물 없이도 떠나기 좋은 계절 벚꽃 눈보라 치는 길 위에 서면 서러운 이별조차 눈이 부시어라--------------------+ 4월 / 반기룡 바람의 힘으로 눈 뜬 새싹이 나풀거리고 동안거 끝낸 새잎이 파르르 목단꽃 같은 웃음 사분사분 보낸다 미호천 미루나무는 양손 흔들며 환호하고 조치원 농원에 옹기종기 박힌 복숭아나무는 복사꽃 활짝 피우며 파안대소로 벌들을 유혹하고 산수유 개나리 목련화는 사천왕처럼 눈망울 치켜뜨고 약동의 소리에 귓바퀴 굴린다 동구 밖 들판에는 달래 냉이 쑥 씀바귀가 아장아장 걸어 나와 미각 돋우라 추.. 봄 시 모음 3 + 봄들판 / 곽종분 발가벗은 흙을 파고아이들이 봄을 심는다. 흙 속에서 아지랭이 눈빛이 보인다. 비비쫑 종달새 소리가 햇살처럼 쏟아지면 산에서 들판에서 새싹들이 반짝반짝 눈을 뜬다. ---------------------------------- + 봄을 맞는 마음 / 김광협 대지 위로 기름살 같은 햇볕은 고운 꿈을 수놓아라 냉각한 돌담 위 이끼는 또 어제를 가슴에 부여안고 푸른 입김을 몰아 쉬라 저리도 고운 하늘자락이 저토록 웃는 산 모퉁이가 재롱되는 청솔 밑 봄을 부르는 미소들이여 알듯도 말 듯 들리듯 말듯 아슴프시 귓전에 들리어 오는 소리 포시시 애기꽃이라도 한 송이 피는가 도로로 돌돌 이슬 한 방울 구르는가 돌담 밑 쑥이며 무릇 냉이가 돋아날라 ---------------------------- .. 봄 시 모음 2 + 봄 / 유안진 저 쉬임 없이 구르는 윤회의 수레바퀴 잠시 멈춘 자리 이승에서, 하 그리도 많은 어여쁨에 홀리어 스스로 발길 내려 놓은 여자, 그 무슨 간절한 염원 하나 있어 내 이제 사람으로 태어났음이랴 머언 산 바윗등에 어리 운 보랏빛, 돌담을 기어오르는 봄 햇살, 춘설을 쓰고 선 마른 갈대대궁 그 깃에 부는 살 떨리는 휘파람 얼음 낀 무논에 알을 까는 개구리 실뱀의 하품소리, 홀로 찾아든 남녘 제비 한마리 선머슴의 지게 우에 꽂혀 앉은 진달래꽃······ 처음 나는 이 많은 신비에 넋을 잃었으나 그럼에도 자리 잡지 못하는 내 그리움의 방황 아지랑이야 어쩔 샘이냐 나는 아직 춥고 을씨년스러운 움집에서 다순 손길 기다려지니 속눈썹을 적시는 가랑비 주렴 너머 딱 한 번 눈 맞춘 볼이 붉은 소년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William Butler Yeats 1865 - 1939) + 낙엽 가을이 정답던 나무에 왔다 그리고 보리단 속의 쥐에게도 빛이 변하였다 머리 위에 늘어진 마가목나무 잎들 누레지고 축축한 산딸기 잎도 노란빛이 되었다 사랑이 기울 때가 닥쳐왔다 이제 우리의 슬픈 마음은 몹시 지쳤다 헤어지자 지금, 정열이 우리를 저버리기 전에 너의 수그린 이마에 키스와 눈물을 남기고 ---------- + 죽음 두려움도 바램도 죽어가는 동물에 임종하지 않지만, 인간은 모든 걸 두려워하고 바라며 최후를 기다린다. 그는 여러 차례 죽었고 여러 차례 다시 일어났다. 큰 인간은 긍지를 가지고 살의 품은 자들을 대하고 호흡 정치 따위엔 조소를 던진다. 그는 죽음을 뼈 속까지 알고 있다 - 인간이 죽음을 창조.. 봄 시 모음 +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 + 봄 / 김광섭 얼음을 등에 지고 가는 듯 봄은 멀다 먼저 든 햇빛에 개나리 보실 보실 피어서 처음 노란빛에 정이 들었다 차츰 지붕이 겨울 짐을 부릴 때도 되고 집 사이에 쌓은 울타리를 헐 때도 된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가장 먼 데서부터 시작할 때도 온다 그래서 봄은 사랑의 계.. 이전 1 ··· 6 7 8 9 10 11 12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