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당 (109) 썸네일형 리스트형 장마 시 모음 3 + 장마 / 강희창바깥은 온통 빗금 투성이다 뜨거운 욕망을 숨긴 울매미처럼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문채 은신처로 빨려 들어갔다 전선은 종잡을 수없이 이동 중 막하 섯부른 선택은 금물임 비는 앙가픔이라도 하듯 본디 욕심 이상 쏟아부었다 반발하는 우울 두분자 분노 한 방울 낮은 곳을 찾아 어디든 강림하사 쓸어가야 할것은 모두 쓸어 가야지 터전을 잃고 쓰린 가슴속 까지도 비는 이미 분별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시계추는 물을 먹은듯 무거웁다 나름의 기대치는 승산이 없지 갈증은 습습한 틈바구니에 웅크린 독버섯처럼 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모든 인내는 전선 뒷전에서 종종 걸음중 은신처에 탕난 욕망들은 쨍하는 햇살이 장막을 가르자 원래 모습으로 단숨에 복귀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과장은 심해지고 아무리 잃어도 지킬 것은 .. 장마 시 모음 2 + 장마 / 강정식방송국마다 피해 속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300mm 이상 내린 살인적인 호우로 서울의 서쪽이 침수되고 물에 잠겼다 고속버스 터미널이 벌써 30여 명의 사상자가 생겼단다 늦은 아침을 꾸역꾸역 먹으며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느긋하게 소파에 가로누워 TV 화면을 강 건너 물 구경하듯 바라보며 깜박깜박 낮잠 속으로 다시 빠져 든다 비는 계속 전국 온 사방에 쏟아지고 겹겹으로 자동차들이 처박힌 시장 통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사망자 수는 이미 40여 명을 넘었다 맥없는 잠도 장대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7호선 운행이 중단되고 도심의 신문사가 물에 잠기고 사망자 수가 50여 명을 넘은 것 외에는 아무 일이 없나 보다 100mm 이상의 비가 더 예상된다지만 .. 장마 시 모음 1 + 장마 / 강현덕바람에 누운 풀잎 위로 바쁜 물들이 지나간다 물속에서 더 짙어진 달개비의 푸른 눈썹 세상은 화해의 손을 저리 오래 흔들고 있다----------------------- + 장마 / 고진하 폐허의 담벽 아래, 성스런 신의 병사들이 지구의 왼쪽 관자놀이를 찢는 총성이 울리고 그 피와 살을 받아 핥는 시퍼런 잡초와 갈까마귀의 혀가 비릿하다. 골고다, (우주 배꼽?), 거기, 여전히 신생아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지? 안 보았어도 좋을, 흥건히 피에 뜬 조간을 보며 질긴 탯줄을 씹듯 간신히 조반을 삼켰다. 장마가 쉬 그칠 것 같지 않다. ----------------------+ 장마 / 김민서비 온다 끊어진 듯 이어지고 잦아들다 격해지며 비 온다 오로지 한 길로 오롯이 한.. 7월 시 모음 3 + 7월 / 김안로 다시 올 때까지 꼼짝 않고 기다릴 참이다 발을 헛디딘 지난 세월은 잊어라 너의 노력이 정당하다면 이동의 대가로 나를 만나리라 오롯이 긴장감으로 저장해 가는 빛의 맛, 열매 ------------------------ + 7월 / 조미자 기대와 설렘도 사그러들었다 그저 느슨해진 마음 꽃구경 끝난 줄 알았는데 동산 자락에 자귀꽃이 청사초롱 불을 켰네 맨살에 훅훅 찌는 햇볕을 두르고 시장가는 길 다리 위에서 잠시 멈춘다 냇물에 무성한 수초들 사이로 오리 한 쌍이 새끼 두 마리를 데리고 자맥질을 한다 발 담가 볼까? 웃음남기고지나는 시장 골목 낮은 담장 위로 우거진 대추나무 감나무 초록 잎에 초록 열매 아직은 잎에 가려드러나지 않아도 살펴보니 보인다 살이 오른다 장마는 비켜 가고 목이 탈 텐.. 7월 시 모음 2 + 7월 / 김사랑 칠월이 내게로 오네 굵어지는 벼포기 춤추는 나락잎 장마 든다 울어대는 개구리 울음 여우비 지난 하늘가 그대 웃음 닮은 접시꽃 희망의 줄기를 타고올라 행복을 꽃피우는 능소화 아, 그렇게 내게 칠월은 내게로 오네 그대도 보이는가 개망초꽃 여린 춤사위 폭염이 무더워도 뜨거운 그대 사랑만 하겠는가 열대야의 밤 잠못들어도 그대를 그리는 마음과 같겠는가 산 안개가 피어오르고 하늘나리는 어디에 피었는가 칠월에도 사랑하는 그댄 어디에 살더라도 행복하시게 --------------------+ 7월 / 박수진 선생님, 비오니까 무덤에 꽃 폈어요!” 창밖으로 장대비가 내리는 6교시, 창밖을 물끄러미 보던 병수가 툭 내뱉은 말이 싱그러워 무슨 꽃이 폈나 나도 잠시 수업을 멈추고 창.. 7월 시 모음 1 + 7월 / 권경업 닮으라며, 하늘 되게 몰아치는 된바람 숲은, 숲은 아랫입술 잘근 깨물고 휘청이며 뒤척이며 새파래져 간다 --------------------+ 7월 / 김명배 자식을 앞세우고 남은 7월은 에밀레 에밀레 하얀 울음. 나는 너무 쉽게 울지만 너는 그렇게 울지 마라. 어디선가 부처로 태어날 돌 하나가 시방 막 작은 맥박을 시작한다 ---------------------+ 7월 / 김지헌 어디선가 속삭이는 소리 옆집 은행나무 두 그루가 사랑을 하고 있나 봐 숨 가쁜 호흡이 들려 잔뜩 귀 기울이다 더 가까이 가 보았더니 시치미 뚝 떼고 잔기침 소리만 내고 있잖아 짓궂은 생각이 들어 툭툭 건드렸더니 하늘 한쪽 기울여 가장 깨끗한 햇살 파편들을 눈 못 뜨게 쏟아붓잖.. 여름 시 모음 3 + 수국 / 이문재 여름날은 혁혁하였다. 오래된 마음자리 마르자 꽃이 벙근다 꽃 속의 꽃들 꽃들 속의 꽃이 피어나자 꽃송이가 열린다 나무 전체 부풀어 오른다 마음자리에서 마음들이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열엿새 달빛으로 저마다 길을 밝히며 마음들이 떠난다 떠난 자리에서 뿌리들이 정돈하고 있다. 꽃은 빛의 그늘이다 ---------------------+ 장마 / 안수동 줄창 울고는 싶었지만 참고 참은 눈물이 한번 울기 시작하니 도저히 멈춰지지가 않는 거지 누군가의 기막힌 슬픔은 몇 날 몇 밤을 줄기차게 내리고 불어 터진 그리움이 제살 삭이는 슬픔에 이별한 사람들은 잠수교가 된다 해마다 7월이면 막혀 있던 둑들이 젖어 매일 하나씩 터지는 거지. --------------------------- + 여름날.. 여름 시 모음 2 + 여름 / 나기철 감나무 잎이 창을 덮어 건너 아파트 삼층 여자의 창이 안 보인다 감나무는 내 눈을 우리 집 안방으로 돌린다 -------------------- + 여름 / 유자효 이 여름에 우리는 만나야 하리 여미어 오던 가슴을 풀어헤치고 우리는 맨살로 만나야 하리 포도송이처럼 석류알처럼 여름은 영롱한 땀방울 속에 생명의 힘으로 충만한 계절 몸을 떨며 다가서는 저 무성한 성숙의 경이 앞에서 보라. 만남이 이루는 이 풍요한 여름의 기적. ------------------ + 여름 / 이시영 은어가 익는 철이었을 것이다 아니다 수박이 익는 철이었다 통통하게 알을 밴 섬진강 은어들이 더운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찬물을 찾아 상류로 은빛 등을 파닥이며 거슬러 오를 때였다 그러면 거기 .. 이전 1 ··· 4 5 6 7 8 9 10 ··· 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