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르 보들레르
# 브들레르 시 + 향수병 어떤 물건도 꿰뚫고 나오는 강렬한 향기가 있다. 그것은 유리도 뚫으리라. 동양서 건너온 손궤, 상을 찡그리고 삐걱삐걱 소리 지르는 자물쇠 열면, 또는 버려둔 집에서 곰팡냄새 코를 찌르는 먼지 낀 컴컴한 옷장을 열면, 옛 추억 간직한 낡은 향수병 눈에 띄는 수 있어 옛 사라의 넋 생생하게 되살아 거기서 용솟음친다. 서글픈 번데기처럼, 거기 온갖 생각이 잠들어, 무거운 어둠 속에 조용히 떨고 있다가,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오른다, 하늘색으로 물들고, 장밋빛으로 칠해지고, 금빛으로 장식되어. 거나한 추억 이제 흐린 공중에 펄럭거린다. 눈을 감는다. 현기증이 녹아 떨어진 넋을 움켜잡고 두 손으로 밀어뜨린다, 인간의 장로 어두워진 심연 쪽으로. 그리고 천년 묵은 심연가로 쓰러뜨린다.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