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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프로스트 시 # 로버트 프로스트 시 Robert frost(1874~1963) 미국 + 군인 그는 던져진 것처럼 누워 있는 저 쓰러진 창입니다. 그것은 지금 들어 올리지 않고 놓여 있고, 이슬이 오고, 녹슬고 있지만, 먼지를 갈았을 때 여전히 뾰족하게 놓여 있습니다. 세상을 둘러보는 우리가 그것 의 표적이 될 가치가 있는 것을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람처럼 너무 가까이서 바라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넘어지고, 풀을 뜯고, 지구의 곡선을 교차하고, 치고, 그들 자신을 부순다; 그들은 우리를 돌 위의 금속 포인트에 움찔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입니다. 몸을 확인하고 넘어뜨리고 정신을 쏜 장애물은 지금까지 보여 주거나 빛난 것보다 더 멀리 있습니다. ----------------- + 목장..
문병란 # 문병란 시 + 꽃씨 가을날 빈손에 받아 든 작은 꽃씨 한 알! 그 숱한 잎이며 꽃이며 찬란한 빛깔이 사라진 다음 오직 한 알의 작은 꽃씨 속에 모여든 가을. 빛나는 여름의 오후, 핏빛 꽃들의 몸부림이며 뜨거운 노을의 입김이 여물어 하나의 무게로 만져지는 것일까. 비애의 껍질을 모아 불태워버리면 갑자기 뜰이 넓어가는 가을날 내 마음 어느 깊이에서도 고이 여물어가는 빛나는 외로움! 오늘은 한 알의 꽃씨를 골라 기인 기다림의 창변에 화려한 어젯날의 대화를 묻는다. ---------------- + 사랑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온 밤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무수한 어깨들 사이에서 더욱더 가슴 저미는 고독을 안고 시간의 변두리로 밀려나면 비로소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고 수많은 ..
김남주 시 + 고목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해를 향해 사방팔방으로 팔을 뻗고 있는 저 나무를 보라 주름살투성이 얼굴과 상처자국으로 벌집이 된 몸의 이곳저곳을 보라 나도 저러고 싶다 한 오백 년 쉽게 살고 싶지는 않다 저 나무처럼 길손의 그늘이라도 되어주고싶다 ----------- + 노래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지는 녹두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윗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 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靑松綠竹)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 + 무심..
10월 시 모음 2 + 10월 / 전소영 갈꽃처럼 핀 마음이 하늘에 닿는다 생의 갈피마다 철새들이 내려앉고 또 무리 지은 새들은 멀리 날아간다 청옥 색 풍선들이 가슴을 매달고 자꾸만 날아간다   들판 가득 채운 10월의 빛을 끝없이 쳐다보면서 좋아하는 색으로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잘 익은 들녘 같은 그림 한 장 그리고 싶다 이 강토에 내리는 시월의 색으로 칠하고 싶다   풀잎 하나 뜯어 그림 위에 얹어 놓으면 풍경 속으로 흐르는 푸른 강이 되겠지 강은 가슴 타고 흐르는 한 줄의 뜨거운 시가 되고 제방 가득 평화와 자유의 강물이 흘렀으면 좋겠다   그리고 또 다시 계절이 바뀌어도 내 어머니가 가르쳐 준 서글픈 언어로 10월의 색깔이 배여 있는 자유시를 쓰면서, 이 곳 아직 갈라진 한반도에 살고 싶다.   젖내 나는 모..
6월 시 모음 2 + 6월 / 고은영  네가 푸르면 문득 내가 더 푸르러지고 네 가쁜 숨결로 찬연하게 내뿜고 사정하는 애액만으로도 이 얼마나 찬란한 행복이냐 이 얼마나 황홀한 전율이냐 태초부터 너는 날 위해 만들어진 지극하 사랑 부족한 날 위해 준비된 성찬 ---------------------+ 6월 / 반기룡  푸른 제복 입고 저벅저벅 걸어오시네 푸른 면류관에 치렁치렁 매달린 연둣빛 이파리가 벙긋 인사를 하고 거북등처럼 투박했던 갈참나무 등허리도 함지박만 한  잎사귀 코끼리 귀 나풀거리듯 시종일관 바람에 맞춰 진양조장단으로 춤을 추네 푸른 숲을 헤치며 산새는 유성처럼 날아가고 -------------------- + 6월 / 박건호  이 세상 슬픈 것들은 모두 6월의 산하에 갖다 놓아라 여름으로 접어드는 길목 신록은 ..
오탁번 시 # 오탁번 시 + 봄 겨우내 살이 오른 딱정벌레 작은 알이 봄 아침 눈을 뜨고 나무 밑동 간질일 때 그리움 가지 끝마다 새잎 나며 보챈다 버들개지 실눈 뜨는 여울목 아지랑이 눈물겨운 물거울로 꿈결 속에 반짝일 때 이제야 견딜 수 없는 꽃망울이 터진다 -------- + 밤 할아버지 산소 가는 길 밤나무 밑에는 알밤도 송이밤도 소도록이 떨어져 있다 밤송이를 까면 밤 하나하나에도 다 앉음앉음이 있어 쭉정밤 회오리밤 쌍동밤 생애의 모습 저마다 또렷하다 한가위 보름달을 손전등 삼아 하느님도 내 생애의 껍질을 까고 있다 ------------------- + 기차 할머니가 부산하게 비설거지하고 외양간 하릅송아지도 젖을 보챌 때면 저녁연기가 아이들 복숭아뼈 적시며 섬돌 아래 고샅길로 낮게 퍼졌다 숙제 끝내고 토끼풀..
피천득 시 # 피천득 시 + 너 피천득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 가는 너 ------------------ + 가을 호수가 파랄 때는 아주 파랗다 어이 저리도 저리도 파랄 수가 하늘이, 저 하늘이 가을이어라. ------------------- + 고백 정열 투쟁 클라이맥스 그런 말들이 멀어져 가고 풍경화 아베마리아 스피노자 이런 말들이 가까이 오다 해탈 기다려지는 어느 날 오후 걸어가는 젊은 몸매를 바라다본다 ------------------- + 눈물 간다 간다 하기에 가라 하고는 가나 아니 가나 문틈으로 내다보니 눈물이 앞을 가려 보이지 않아라 ------------------- + 단풍 단풍이 지오 단풍이 ..
추석 시 모음 2 + 추 석 / 강민숙 남들은 조금씩 들뜬 얼굴로 시골이다 고향이다 길 떠나는데 나는 어린 피붙이 끌어안고 눈물로 잔을 채워 당신께 절 올립니다 어린 것 한번 안아 보지 못하고 떠날 줄이야 내 미처 몰랐습니다 당신이 엎질러 놓는 물에 사금파리 조각들 내 그 자리에 차라리 몸 던지고 싶습니다 아니, 향불처럼 타오르다 당신 곁으로 사위어 가고 싶을 뿐입니다 ---------------------------+ 추석(秋夕) / 박남수 故鄕을 떠나서 바라보는 仲秋의 달은 그리움의 거울. 以北에 계신 할머니를 그리며 美州에 간 아내를 그리며 내가 지금 귀뚜라미처럼 추운 몸을 떨고 있다. 어디를 향해 빈 뜰이 있어 달빛은 푸르지만 이번 秋夕에는 단란한 家庭에 모일 사람은 많이 비어 있다. 가까운 친구가 찾아와도 茶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