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00) 썸네일형 리스트형 홍수희 시 3 + 5월 시들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장미는 피지 않았을 거예요 질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나무는 초록을 달지 않았을 거구요 이별을 미리 슬퍼했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았겠지요 사랑이란 이렇게,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 5월의 장미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5월의 신록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당신을 향해 다시 피어나겠어요 당신을 향해 다시 시작하겠어요 ---------- + 장마 내리는 저 비 쉽게 그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고통 없이는 당신을 기억할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이제 나는 압니다 버틸 수 있는 건 단 한 가지 가슴에 궂은 비 내리는 날은 함께 그 궂은 비에 젖어주는 일, 내 마음에 흐르는 냇물 하나 두었더니 궂은비 그리로 흘러 바다로 갑니다 ---------- + 친구 오랜 침묵을 건너고도 .. 2월 시 모음 3 + 2월 / 나상국 끈적끈적 찰거머리처럼 온몸에 엉겨 붙은 세월 몸조차 가늘 수 없이 숨이 턱턱 막혀오던 햇살 비치 무더운 여름날 한 평 땅도 되지 않는 나무그늘에 기대어 달빛 스치는 창가에 헉 ~헉 긴 혀 매달아 놓고 먼 고향을 그리듯 마음속으로 그려본 세한도 발목의 깊이로 쌓이던 눈 턱밑 높이까지 빠져 허우적 되는 긴 겨울의 늪 소한 대한을 밀어내며 짧은 다리로 종종걸음 질 쳐 아지랑이 피어오를 봄 마중 가려는지 ------------------- + 2월 / 박얼서 하늘 아래 첫 동네 산기슭 구석진 응달에 웅크린 잔설 아직 살아 거친 숨 몰아쉬는데 남은 겨울 어떡하라고 당신 홀로 서둘러 길 떠나시는가? -------------------- + 2월 / 임명자 햇살이 바람과 정간한 모반을 감.. 홍수희 시 + 4월 화선지 위에 어둠을 그린다 그만 문은 닫히고 만다 아무리 많은 색깔을 늘어놓아도 그릴 수 없는 내 속의 캄캄한 어둠 어둠은 또 다른 어둠을 부르고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치는 느닷없는 돌개바람의 미친 자기 분신, 당신은 나에게는 지나친 백야! 부활의 4월은 내게 부활을 주지 않고 내 영혼의 무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저 단단하고 거대한 바윗덩이는 끝끝내 움직여 흔들릴 줄 모른다 어찌하여 바위는 구르지 않는가 시지프가 굴리고 굴리던 바위, 어찌하여 4월의 부활은 내 영혼의 부활을 흔들어 깨울 줄을 모르는가 마침내는 나만이 홀로이 책임져야 할 나의 원죄를 묵상하는 밤, 나의 어둠은 비로소 시작된다 피투성이 부활은 어렴풋 기지개 켠다. ------------------- + 2월에 쓴 시 지금쯤 어딘가엔 눈.. 홍수희 시 2 + 9월 소국을 안고 집으로 오네 꽃잎마다 숨어 있는 가을, 샛노란 그 입술에 얼굴 묻으면 담쟁이덩굴 옆에 서 계시던 하느님 그분의 옷자락도 보일 듯하네 -------------- + 2월편지 어딘가 허술하고 어딘가 늘 모자랍니다 하루나 이틀 꽉 채워지지 않은 날수만 가지고도 2월은 초라합니다 겨울나무 앙상한 가지 틈새로 가까스로 걸려 있는 날들이여, 꽃빛 찬란한 봄이 그리로 오시는 줄을 알면서도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1년 중에 가장 초라한 2월을 당신이 밟고 오신다니요 어쩌면 나를 가득 채우기에 급급했던 날들입니다 조금은 모자란 듯 보이더라도 조금은 부족한 듯 보이더라도 사랑의 싹이 돋아날 여분의 땅을 내 가슴에 남겨두어야 하겠습니다 ---------------- + 11월의 시 텅텅 비워 윙윙 우리라 .. 새해 시 모음 3 + 첫날 / 백무산 눈 오는 아침은 설날만 같아라 새신 신고 새 옷 입고 따라나서던 눈길 어둠 속 앞서가던 아버지 흰 두루막 자락 놓칠세라 종종걸음 치던 다섯 살 젓기 가던 새벽처럼 눈 오는 아침은 첫날만 같아라 눈에 젖은 대청마루 맨발로 나와 서늘하게 앉으니 가부좌가 아니라도 살아온 시간도 흔적도 흰 눈송이 위에 내리는 흰 눈송이 같은데 투둑, 이마를 치는 눈송이 몇 몸을 깨우는 천둥소리 아, 이대로 다시 살아볼 수 있으리라 이 몸 밖 어디서 무얼 구할까 천지사방 내리는 저 눈송이들은 누가 설하는 무량법문인가 눈 오는 아침은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첫날만 같아라 -------------------- + 신년송 / 이해인 사랑아 언제나 제일 먼저 나는 네가 보고 싶다. 늘 함께 있으며 처.. 1월 시 모음 3 + 1월 / 안재동 라스베이거스에서 꽤나 소문난 쥬빌리 쇼를 처음 관람했을 땐 어안이 벙벙할 정도의 멋과 색다름, 그리고 시종일관 흥미로움까지 느낄 수 있었지요.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쇼를 관람했을 때는 반은 보는 둥 마는 둥 딴생각이나 하고 앉아 있었으며 반은 꾸벅꾸벅 졸다가 나왔구요. 앞으로 또다시 그 쇼를 관람하게 된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하고 있을는지 몹시 궁금해 집니다. 해마다 반복적으로 다가오는 1월, 제목은 같지만 내용은 쥬빌리 쇼처럼 항상 똑같지 않은 것은 축복입니다. 두근거리는 가슴, 새로운 기분을 언제나 맞볼 수 있으니까요. 1월은, 새신부나 새신랑 혹은 갓난아기의 모습 같기도 하지만 가끔은 괴물처럼 고약한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요. 함박눈의 낭만이 폭설의 재해로 변할 .. 설날 시 모음 3 + 덕담 / 도종환 지난해 첫날 아침에 우리는 희망과 배반에 대해 말했습니다 설레임에 대해서만 말해야 하는데 두려움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산맥을 딛고 오르는 뜨겁고 뭉클한 햇덩이 같은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지 않고 울음처럼 질펀하게 땅을 적시는 산동네에 내리는 눈에 대해서도 생각했습니다 오래 만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느티나무에 쌓이는 아침 까치소리 들었지만 골목길 둔탁하게 밟고 지나가는 불안한 소리에 대해서도 똑같이 귀 기울여야 했습니다 새해 첫날 아침 우리는 잠시 많은 것을 덮어두고 푸근하고 편안한 말씀만을 나누어야 하는데 아직은 걱정스런 말들을 함께 나누고 있습니다 올해도 새해 첫날 아침 절망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였습니다 ------------------- + 귀향 / 유국진 내 눈에 익은.. 2월 시 모음 2 + 2월 / 김대식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춥다. 겨울이라 하려니 매화꽃이 웃고 있네. 찬바람이 매섭게 옷깃을 스쳐도 슬그머니 봄바람 훈훈하게 불어오고 눈이 내려도 얼음이 얼어도 봄기운은 하루하루 꽃망울에 스며드네. 봄이라고 하기엔 아직은 춥다. 겨울이라 하려니 복수초 꽃 피웠네. 훈훈한 봄바람은 남에서 불어오고 양지마다 파란 싹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영하의 날씨에 손발이 시려도 마음은 어느새 봄 마중 가네. ------------------- + 2월 / 반기룡 소한 대한 사정없이 빠대고 사천왕처럼 두 눈 부릅뜨고 저벅저벅 걸어오고 있는 12월 중 가장 짧은 다리의 소유자 ------------------- + 2월 / 박동수 가는 계절과 오는 계절의 틈을 채우며 이별의 아픔과 만남의 즐거움의 사이에서 ..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 25 다음